언젠가는 갈 수 있겠죠?
작년 초여름쯤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 준비를 시작했으니 결혼 준비만 대략 8개월째다. 1년 넘게 결혼 준비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상하다. 아무튼, 따뜻한 봄날의 결혼식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은 강제 스몰웨딩이 되었다. 그래도 끝날 것 같지 않았던 결혼식 준비가 드디어 끝이 보인다. 지금 같아선 결혼을 해서 얻는 기쁨보다 결혼식이 끝난 데서 오는 기쁨이 더 클 것 같기도 하다.
결혼식은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신혼여행이다. 비행공포증이 있는 내가 밀었던 신혼여행지는 제주도였다. 이 얘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미쳤어?"였다. 비행공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이고 아시아고 틈만 나면 여행을 다녔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남자 친구의 반응도 주변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번뿐인 신혼여행인데 제주도를 가기엔 너무 아쉽다며 남자 친구가 내민 곳은 유럽, 그중에서도 스페인이었다. 다른 곳들은 내가 가봤던 곳이기에 그래도 안 가본 데를 같이 가봐야 하지 않겠냐며 골라온 곳이었다. 장거리 비행이 무섭기는 하지만(도대체 예전에 유럽은 어떻게 다녀왔을까) 유럽을 가보는 게 남자 친구의 소원이라는 데 눈 한 번 딱 감고 다녀오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의 신혼여행지는 스페인으로 정해졌다.
그렇게 비행기 예약부터 호텔, 투어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떠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두둥, 갑자기 코로나라는 녀석이 등장했고 우리의 계획은 파사삭- 바스러졌다.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나 갈 수 있을지 모르는 유럽이기에 정말 웬만하면 가보려고 했다. 웬만하면. 하지만 상황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고,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항공편은 운휴에 돌입했다. 두 팔 벌려 환영하던 신혼여행지는 아니었지만 막상 못 간다고 하니 맥이 풀렸다. 남자 친구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어느새 나도 스페인에서 보낼 우리의 신혼여행을 기대하고 있었던 건지 입안이 씁쓸했다.
아직도 해결된 건 없다. 여전히 예약해 놓은 것들을 하나하나 취소하고 있고, 신혼여행은 미궁 속에 갇혀있다.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조차 모르겠지만 지금이 꼭 아니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조금 긴 여행에 우리가 신혼여행이라는 이름만 붙인다면 신혼여행이지,라고 위안을 삼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