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알라딘

한국 책들 속에 마음껏 파묻혀 있을 수 있었던

by Joyce 노현정
LA내 한국 서점

내가 사는 곳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차로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업무나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LA를 자주 찾는 편은 아니지만, LA를 방문하게 되면 잠깐이라도 꼭 들르는 장소가 있다. 바로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서점이다. 내 기억으로는 서점이 운영된 지 벌써 13년이 흐른 듯하다. 미국 내 가장 큰 한인타운이지만 여전히 한국 책을 찾기가 귀하다 보니, 이곳에서 알라딘 중고서점은 그 존재만으로도 특별했다.

한국의 대형 서점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각 분야별로 정돈된 책들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도록 꽤나 여유로운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사실 유학시절동안의 나는 좋아하는 책들을 맘 편히 읽지 못했다. 그 당시의 나는 학업에 쫓겨,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해야 할 공부를 하고 영자책을 더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학업과정을 모두 마친 후, 그제야 나는 마음 놓고 알라딘 서점에 가서 한국 책을 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0여 년이 넘도록, 한국에서의 시간들이 그리울 때마다 나는 이곳 서점으로 향했다. 괜히 마음이 허전할 때나 특별히 바쁜 일이 없어 여유가 가득할 때도 종종 들리던 곳이었다. 중고책뿐 아니라 신간 서적들도 배치되어 있기에, 나는 지난 1월 4일에도 서점에 들러 새로운 책들을 구경을 하고 왔다.

이곳 서점에 방문할때마다 나는 이 곳을 사진찍는것이 행복했다.

그런데 지난주 월요일, 업무에 빠져 지내던 중 너무 섭섭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이 이번 1월을 마지막으로 운영을 중단한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한국책이 그리울 때 어디로 가야 하나 마음이 울컥했다. 언제나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킬 것만 같은 곳이 폐점을 한다니, 더 자주 방문하지 못했던 나에게 속상해졌다. 1월 31일까지 모든 책들을 50%에 판매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남은 시간 동안 많은 한인분들께서 LA 서점을 방문하시겠구나 싶었다.


정신없이 업무를 보던 도중 지난 수요일, 남편은 일을 마친 후 알라딘 서점에 책 구경을 가보자고 물어왔다. 교통체증 때문에 퇴근 후 LA를 가는 것은 늘 기피해 온 우리였는데, 서점 소식에 아쉬워하는 나를 배려해 주는 남편의 마음에 고마웠다. 우리 부부는 일이 끝나자마자 저녁시간 LA로 달려갔다. 폐점계획이 알려진 지 불과 3일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책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보였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많은 한인들이 신중히 책들을 고르고 있었다. 서점의 폐점소식에 아쉬운 건 우리 부부만이 아니었음이 느껴졌다.


사실 미국에서 한국책을 사는 것은 가격면에서 부담감이 있었다. 한국의 신간 새책의 가격은 평균 25-35불 사이고 여기에 세금도 더해진다. 한국 책이 태평양을 건너오고, 또 LA가 미국 내에서도 유난히 물가가 높은 지역인 것을 감안하고서도, 이곳에서 새 책 한권에 지불해야 하는 값은 꽤 만만치 않다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다 읽은 책을 팔 수 있는 곳, 그리고 누군가가 팔고 간 중고서적을 살 수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이 이곳에서 사랑받았는지도 모르겠다.


50% 할인이라는 약속에 많은 한인들이 책을 고르는, 오랜만에 참으로 붐비는 서점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모두의 마음속에는 책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뜨거운 듯하다. 다만 바쁘게, 아니 어쩌면 ‘팍팍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는 이민사회 삶에서, 책을 사는 일은 점점 뒷순위로 밀려나 버린 것 아닐까 싶었다.


폐점을 앞두고 제공해 주는 50%라는 큰 할인 덕분에, 한인분들이 당분간은 독서에 좀 더 깊게 빠지실듯하여 서점에 감사했다. 나도 한 시간 넘게 서점 내에 남아있는 책들을 구경하며 몇 권의 책들을 소중하게 골라 들었다. 50% 할인이기에 더 가뿐히 집어든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동안 책값은 비싸다고 생각하면서, 외식 및 다른 지출에는 지갑을 더 쉽게 열었던 내가 아니었나, 잠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남은 책들이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읽고싶은 책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독서 문화와 지역서점을 지키자는 의미로 최근 브런치 독서챌린지가 시작된 것을 보면서, 독서문화와 서점이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구나, 새삼스레 짐작만 하고 있었다. LA의 알라딘 중고 서점이 떠난다는 소식에, 그러한 현실은 한국에서 만의 염려는 아님을 실감한다. 영상으로 접하는 정보매체가 넘치고 전자도서도 이용가능한 요즘이니 분명 기존의 비즈니스 영역은 큰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듯하다. 그럼에도, 나는 책 종이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독서하는 그 방식이 좋다. 오랜만에 북적북적 붐비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여전히 많은 이들이 독서를, 책을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곳 이민사회에서 알라딘 중고서점은 한국책들 속에 짧은 시간이나마 맘껏 파묻힌 수 있는, 향수의 감정을 달래주는 분명 의미 있는 장소였다. 독서문화가 우리 삶에서 더 능동적인 일상의 일부분으로 차지해 가면 좋겠다. 그래서 알라딘 중고서점도, 다시 미국내 한인사회로 돌아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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