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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e shin Jul 23. 2024

브런치 2개월차의 회고

나는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있는 Adult Day Health Care (캘리포니아 주정부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19세 이상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도움이 필요한 성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Day Care) 센터에서 소셜워커로 일하고 있다. 19세 이상이라고 하지만 대개의 경우가 노인이고, 이민사회에서 노인들은 당연히 자기 모국어로 운영되는 센터들을 찾게 되고, 내가 있는 이곳도 대부분이 한국인 스탭들로 구성되어 있고 회원들도 거의 한국노인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셜워커들이 인도하는 '긴장완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보통은 시를 낭송하며 이에 관련하여 짤막한 정서적 지원의 강연과 복식호흡 훈련등으로 마무리하곤 했던 정신건강 프로그램이었다. 낭송할 시를 찾다가, 직접 쓰는 게 고르는 것보다 빠르겠다 싶기도 했고 나누고 싶은 주제를 시나 수필로 직접 쓰는 것이 소통에 훨씬 효과적이어서 시나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가끔 글을 써서 직장회지 같은 곳에 실린 적도 있지만, 규칙적으로 다른 이들이 듣거나 읽기 위한 글을 쓰게 된 것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타국인 이민사회 속에서,  돌아가신 나의 엄마가 생각나게 하는 분들 앞에서, 내가 쓴 시나 글을 읽으며 회중들과 나누는 경험은 그들과 깊고 특별한 연대감을 들게 했다.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있다.


2012년 엄마가 치매진단을 받으시고 시설에 들어가시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한국에 들어가 1주일 정도 침대에 계신 엄마를 보고돌아왔다. 고쳐달라는 기도를 해야할지 빨리 하늘나라가시게 도와달라고 해야할지...내가 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다음 해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3남 1녀중 외딸인 나는 늙고 병드신 엄마 옆에 머무르지 못하고 항상 외지로만 돌았던 가장 도리가 없는 자식이었다.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를 탓고 장례만 치르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기도를 했다. "우리 엄마 같은 분들을 도울 기회를 주세요". 못난 자식의 자책 섞인 기도였다. 종종 그 기도를 생각하곤 했다. 교회에서 어르신들을 엄마 대하는 마음으로 대하는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일이 없는 듯했다.


당시 자리 잡아가던 우리의 카페테리아 비즈니스가 10년 재계약을 하면서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는 듯했는데, 매니지먼트 회사는 뒤에서 자신들에게 좀 더 유리하게 여겨지는 프랜차이즈 회사와도 양다리 계약을 추진 중이었다. 이후 일방적인 통보를 받게 된 우리는 가게를 팔 수 있는 기회도 갖지 못한 채, 10년 이상 자식같았던 우리의  비즈니스, Cafe Valentino 그대로 놓고 맨손으로 나와야만 했다. 그때 나는 오래전에 전공했던 가족치료학으로 심리상담사 라이센스를 위해 준비 중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야 했고, 2019년 봄부터 센터에서의 소셜워커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딘가 발표하고자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신체적으로도 이미 많은 병들과 싸우고 있는 노년의 삶에 우울증, 불안증등으로 더욱 어려워하시는 분들을 그분들 시점에서 이해하면서 공감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분들이  위로받으신 반응의 표현이 내게 보상으로 주어지며, 그때 비행기 안에서의 짧은 기도의 응답이 이것인가했다. 이 일이 한인 커뮤니티에 있는, '재미수필가협회'에 글을 내어보라는 권유를 받았고, '재미시인협회' 신인공모전에 참여해 보라는 격려를 받았다.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했기에 수줍어하며 미루다가 2024년도 올봄에 그간 써놓았던 글들을 수필가협회와 시인협회 공모전에 보냈다.




이쯤에 들어보지도 못하던 '브런치스토리'라는 글쓰기 플랫폼을 소개받고, 처음에는 그냥 지원하여 승낙을 받지 못했지만 2번째 지원시에는 그동안 써놓은 글 몇 편을 실어 보내니, 축하메시지를 받고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오래된 시집><카페 발렌티노>, 브런치 연재글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각 연재 브런치북에 일주일에 하나씩 올리면서, 다른 브런치 작가들의 글들을 읽으면서 보냈다. 시간이 많이 지난 듯했는데 겨우 2개월 된 이야기이다. 그 사이 수필가협회에서도 당선소식을 받았고 시인협회에서도 당선소식을 받았다. 이는 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시와 수필을 쓰는 작가로서의 공적인 등단을 말해주기에 나로서는 마땅한 부담감과 함께 글 쓰는 일을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기 전과 시작한 후 지금의 나의 일상의 차이는 분명하다. 퇴근 후 흘려버리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삶에 흥미와 탄력을 갖게 되었다.  




<오래된 시집>은 노년의 삶 속에서 피할 수 없는 어두운 현실의 모습이 보인다. 나 역시도 글 속에서 어둡고 무겁게 느껴져서 버거울 때가 있다. 직장에서 내가 만나는 분들의 연령대가 70대는 아주 젊은 층에 속하고 보통 80대와 90대에 속한다. 센터는 호스피스와 달리 아직 활동적이신 분들이 모이는 곳이라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견하진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시절에 코로나로 감염되어 돌아가신 분들이 많았고, 코로나로 모이지 못할 때, 집에 홀로 머무시게 되면서 더욱 약해지고 지병의 악화로 돌아가신 분들도 많았다. 이제 코로나로 돌아가시는 일은 거의 없지만, 병원입원소식, 재활치료소식, 시설입원소식, 그리고 부고소식등은 피할 수 없는 일상이다. 이 일상은 타자를 보는 것만이 아닌 나를 포함한 인생을 짚어보게 되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나는 <오래된 시집>을 통해 소망과 위로, 아름다움을 찾아내길 원한다. 그리고 그곳, 그 길을 걷고자 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old-poems


<카페 발렌티노>는 <오래된 시집>의 분위기와는 정말 다르다. 브런치 카페의 메뉴들을 직접 만들면서 소개한다. 브런치란 것이 원래 느긋하면서도 밝고 즐거운 식사자리이다. 음식에 대해선 1도 모르던 초짜가 남편과 함께 10년 이상 Cafe Valentino를 운영한 덕분에, 브런치 카페 메뉴를 만들며 소개하는 일들은 부담스러울 것 없는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더이상 매상이나 랜로드와의 계약에 신경쓸일도 없으니 말이다. 이글을 대할 독자를 생각하면서 부담없이 쉽게 시도할것부터 시작한다. 디너의 격식을 차릴 필요도 없고 비용이 많이 들어도 안된다. 그리고 브런치를 준비하며 노동이 된다면 그건 브런치의 맛을 이미 잃어버린 것이다. 매주 브런치 카페에 올릴 음식을 만들고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그후에 나의 브런치타임을 가질때마다 카페에서 서빙받으며 식사하는 맛과 또다른 즐거움을 누린다. 유쾌하다. 그 유쾌함과 느긋함, 즐거움을 나누고 다.

먹는 인생과 뗄수 없는 가장 현실적이며  당연한 일상중의 하나이다. 이 일에도 인생의 처절한 희비극이 교차함을 부인할 수 없지만, 마지막 기운으로, 한수저의 수프를 입에 넣을 수 있을 때까지, 창조자가 우리에게 주신 엄청난 선물을 기억하며 감사하고 싶다.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받아들이며.   

https://brunch.co.kr/brunchbook/cafe-valentino




브런치스토리 2개월차가 되어 회고해 본다. 어느 누구들의 글처럼 인기글들도 아니고, 하나는 무겁고 어둡고, 하나는 너무 평이한 음식 관련 연재글들이다. 어차피 일기가 아닌 이상, 독자에게 읽혀야 되는 운명을 가진 글들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과연 가능하고 내게 의미 있는 일인가 자문해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우문들이며, 앞으로 1차 회고시에는 어떤 글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나 스스로를 기대해 보기로 했다.


인생의 사계절, 춘.하.추.동이 다 선물인 것처럼, 인생의 희.노.애.락이 다 선물이다. 혹여 지나간 날들보다 오늘이 더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오늘은 어제가 가져다준 선물이고, 이 모든 선물을 다 귀히 대할 때 작은 일상들은 경이로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경이로움으로 넘치는 감탄은 육체와 정신의 고통을 이겨낼 바이러스가 될 것이며, 그 힘은 나를 살리고 남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브런치스토리 2개월차 작가는 글을 지속적으로 쓸 것이며 구독한 다른 작가들의 글들도 열심히 읽을 것이다. 그런데... 나를 구독해 주신 작가수가 많아지고, 또 내가 구독한 작가수가 많아져서 그 글들을 다 읽어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아주 배부른 걱정도 미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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