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전에 내는 글이나 최근 시작한 브런치 글에 구체적인 다른 사람 이야기를 쓰게 될 경우 상대에게 보통은 확인한다. 이러한 글을 쓰고자 하는데 어떠한가 하고.
지난봄 이곳 미국서 있었던 수필응모전을 준비하는 과정에 '남편이 관음증입니다'라는 수필을 쓰면서도 남편의 결제를 받았고, 그 글로 인하여 혹여 수상하게 된다면 소재감을 제공한 공헌도에 상금의 반을 나누기로 딜을 했다. 그 글로는 아니었지만 최우수 신인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평상시공로를 인정해 주머닛돈이 쌈짓돈이지만 상금의 반을 떼어주고 앞으로 더 공헌해주기를 촉구했다.
그 후 5월 말경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8월 1일에 '남편이 관음증입니다'를 브런치에 올린 것이, 다음날 조회수 1,000, 2,000, 3,000 조회수 알림에 눈을 비볐다... 초짜배기 브런치 새내기에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클럽샌드위치'를 올렸을 때 3천을 넘은 조회수에 이미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을 누렸었다. 이번에는 그와 비교도 안 되는 만 단위로 오는 조회수 알림이 해본 적은 없지만 잿팍터진 느낌 이런걸까 했다. 도발적인 단어로 의도적 어그로 한글이 아니었다. 브런치입문 전이었고 SNS를 의식할 무엇도 없었다. 수필가협회 응모전에 내면서 전달하고자 했던 나의 메시지가 분명했던 짧은 글이었다. 결국 어그로로 브런치를 통해 다움에 뜨게 되고 10,000을 넘더니 2만, 3만 하다가 나중엔 그러려니 했다. 8월 28일 글을 쓰는 현재 83,663이다.글쓰는 현재, 아직도 메인화면에 나오고 있었고, 한참 달아올랐던 열은 얼추 내렸지만, 남은 김이 빠지고 있는 중이라 오늘도 그 글의 조회수만859이다.
사실 다음이나 카카오스토리에 노출되어서 심장 뛸만한 깜짝 조회수가 나와도 실지 내 브런치 구독자수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8만을 넘게 찍은 구름을 만지는 기분과는 상이하게 나의 구독자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71, 누군가 이글을 읽고 궁금해 구독버튼 하나 눌러주신다면 72가 되는 날이다. 8만 조회수든 72 구독자든 내 삶에 크게 이득되는건 없는데 유쾌하다. SNS를 기피해서 페이스북도 잠깐 쓰고 말았던 사람이 뒤늦게 들어온 브런치덕에 글도 글이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SNS에 재미를 붙이는 중이다. 남편은 그 글 이후 괜스레 앞집 아줌마가 더 신경 쓰인다면서 남편 팔아먹어 글썼다고 한다. 그래도 그 역시 조회수 팔만 넘었다고 내가 흥분하면 함께 웃어준다.
사실 나는 남편 팔아먹을 거리가 많은 여자다. 아마 내가 남편 얘기를 들고 유투버로 뛰면 글쎄 직장 그만두어도 될듯하다. 남편 이야기는 책 한 권 분량 나올듯한데 예언적이었던가. 결혼 전 연애할 때 통화 중 우리 얘기를 나중 책으로 쓰겠다고 했던 적이 있다.물론 그때 연애기운에 쓰고 싶다 했던 내용과 지금 내가 쓸 것 같은 현실판 내용은 정말 판이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책 한 권 나오면 팔리든 안 팔리든 이 또한 남편 덕을 보는 거다.
나는 늦은 나이에 나이차이 많은 연하 남편과 결혼을했다. 말하면 잔소리인 폭풍 같은 반대 속에서, 지금 나래도 뜯어말릴 둘 다 철없는 결혼을 해서 어찌어찌 산지도 17년 되었다. 이 정도면 유튜브에 올리고 적당히 얘깃거리 만들면 조회수 순식간일 것 같다. 언젠가 브런치북으로 연재글을 시작하게 된다면 제목을 뭐라 할까 생각하다가, '촌닭, 젊은 도시남과 살다'라는 가제도 정해놓았다. 나는 변두리 출신 촌닭이고 그는 강남출신 젊은 도시남이다.
남편 팔아먹을 거리만이 아니라 써먹을 거리도 점점 더 생긴다. 약통뒤에 깨알 같은 글씨들도 봐달라고도 하고 매번 까먹고 새로 만들면서 기억 못 하는 패스워드 찾기, 머무는 곳곳마다 필요한 전화기 충전기조달등, 점점 그의 손길이 늘어나고 있다.남편덕에 안 겪어도 될 고된 인생사도 많이 겪었지만 남편덕에 세상도 알고 사랑도 알고 가정이란 울타리도 치고, 귀염둥이 강아지들도 생기고, 무엇보다 노처녀 구원해 주었다는 남편의 말도 반은 틀리지 않으니 남편덕 크게 본 여자인 건 맞다.
'촌닭, 젊은 도시남과 살다' 브런치북 연재가 내 60대에 나오게 될지, 그냥 마음의 서랍 속에 묻어둘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남편이 관음증입니다'로 8만 찍은 여자, 이참에 10만 갈지 기대해 본다. 갱년기 지나 종종 우울하기도 했던 터에 만 단위의 조회수 알림에 우울감 휘리릭 날아가고 오늘도 이야깃거리 있는 삶이 즐겁다. 이 정도면 남편덕 단단히 본 여자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