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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디 Jun 15. 2021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겁나 열심히 사는걸까?

브런치 글을 읽은 독자분들을 간혹 만나면

이런 얘기를 꼭 듣는 것 같다.


'와 류디님 진짜 열심히 사시는 것 같아요..'

'가끔 자극 받고 싶을 때 류디님 브런치 들어와요..'


그러면 뭔가 엄청 머쓱해지면서도

아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는 저런 리액션, 반응을 줄 수도 있구나 하고

독자분의 느낀점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근데 또 한편으로는

아 뭔가 그런 얘기만 전달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음.. 열심히 사는거.

그래 솔직하게 열심히 산다고 얘기할 수 있는 기준이 어떤 건가요? 라는 물음에

굳이 대답하면 이런 걸 수 있을 것 같다.


학창시절 공부할때는

같은 반 학생 친구가 누군지도 헷갈릴 정도였고

급식실 올라왔다 내려갔다 하는 시간 아까워서 혼자 도시락 까먹고

쉬는시간에 친구들끼리 잠깐 떠들고 웃는 소리 들으면 그 여유로움이 너무 부럽게 느껴지고

수학공식이 꿈에 나올정도로 외워야 하고

이동하는 시간 아까워서 교과서 녹음해서 들으면서 다니고


일할때는

샤워하고 스킨 다음에 로션 바를 시간도 아깝게 느껴져야 하고

내가 지금 일하는 곳이 13층인지 14층인지도 헷갈려서 정신 없고

잠깐 만나는 다른 사적 모임에 참여하는게 사치처럼 느껴지고

잠자는 시간 빼고 나머지 시간엔 일 밖에 안하거나 일 생각 밖에 나지 않아야한다.


목표를 어떻게 그렇게 이뤄요? 라고 하면

편법, 방법, 특별한 비법 이런게 아니라

그냥 겁나 미친듯이 그것밖에 안 해서 이루는 게 유일 한 방법이라고 해야하나.

이건 나만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뭔가를 이뤄야 하는. 그것도 제대로 이뤄야 한다면

즐거움, 여유 이런거 포기하고

그냥 절박함, 긴장감 속에서 잠자는 시간 빼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자동화? 시간적자유? 경제적 자유?

이런거 솔직히.

3년은 최소한 이렇게 살고 뭔가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그 다음에 전환시킬 수 있는 거지

처음부터 챙길 여유 다챙기고, 누릴 거 다 누리면서

절대 못만든다고 본다.


여유로움을 느끼는 건

목표를 이룬 다음에나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상황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고 이뤘을 때가 되어서.


운동하고 나서 씻고

여유롭게 화장품 이것도 발라볼까? 저것도 발라볼까? 할때

와 내 인생 살만하네 라고 느꼈던 것 같다.




열심히 살고싶어요.

자극 받고 싶어요.

한다면 여기까지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그너머에 뭔가 더 진솔한 얘기를 해보자면?

극단적으로 이렇게 살아볼 수는 있지만

지속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차도 엑셀만 밟아서는 달릴 수 없듯이

브레이크도 적절히 밟아주고 해야하는데


나는 내 인생을 엑셀만 겁나 밟아서

차를 다 소모시킨 느낌이다.


그러고 나서 이제서야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보니

어떻게 밟아야 할지도 모르겠는 혼란이 찾아왔다.


어쩌면 '더 열심히' 는 아니더라도 '더 잘' 하는 방법은

적절하게 힘 줄 때 주고, 뺄 때 빼는 법도 아는 사람들이 아닐까?



운동만 봐도 그렇다.

요즘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데,

테니스 선생님은 맨날 힘을 빼라고 한다.

그리고 힘을 줘야 할 때만 힘을 주라고 한다.


근데 그게 세게 치는 것보다 제일 어렵다.


보면 초보가 힘을 세게 주고 치지

고수들을 보면 아주 편안한게 공을 잘친다.


인생의 고수들도

달릴 때 달리고, 멈출 때 멈출 줄도 아는

그런 강약을 조절 할 줄 아는 사람이 고수이지 않을까?


아직도 나는 그냥 평범한 일상을

편안하게 즐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 내 스스로가 때로는

아주 화려한 유리 조각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니 너무 '열심히' 만 쫒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꼭 전하고 싶은 얘기이다.


본인의 페이스대로

업 앤 다운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극단을 달리지 않아도 충분히 열심히 잘 하고 있다고 얘기 하고 싶다.


나는 그걸 이제서야 처음으로 배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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