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하노이
8월 10일에 도착한 하노이는.. 너무 더웠다.
5년 만에 겪어본 한국의 더위도 대단했지만, 하노이의 더위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더위였다.
가는 곳마다 땀냄새가 진동을 했고, 사람들은 젖어 있었다. 특히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집 밖에서나 안에서나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이 태반이었고 잠옷은 그냥 이들의 일상 외출복 같았다.
남자들은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끌고 팔자걸음으로 걸으며 한국보다 더 많은 카페에 앉아(앉은뱅이 의자에 정면으로 앉는다) 담배를 피우며 커피나 음료를 마시고,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과 있어도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할머니나 보모로 보이는 노년의 여인들은 그들이 돌보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인지 아무 질서도 가르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고 오토바이는 더 많아 보였다.
어딜 가도 시끄러웠고 길이 막혔다. 걸을 때면 틈 없이 들려오는 경적소리에 화들짝 놀라기 일쑤였고 저 밀려드는 오토바이 떼가 나와 애들을 쓸어버릴까 겁이 날 정도였다.
그중에 제일 힘든 것은.. 매연.. 매연.. 또 매연이었다.
중국에서 살던 11년 동안 지겹고도 맵게 경험했던 미세먼지와 매연이었지만 중국을 떠난 5년은 그 기억을 잊기 충분히 긴 시간이었고 크고 작은 길들을 장악한 오토바이들이 내뿜는 매연은 중국에서의 경험과는 또 다른 매움이었다.
아이들은 비행기 바퀴가 하노이 공항 활주로에 닿자마자 울음을 터트렸고, 그 울음은 아빠를 만나도, 새로운 아파트에 들어가서도 그치질 않았다.
그렇게 밤새 울음으로 시작되었던 하노이 생활.
자동차 번호판에도 에버그린 스테이트라고 새겨놓을 정도로 푸르디푸른 미국 워싱턴주의, 소위 시애틀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도시와 캐나다 록키산맥 가까운 청명하고도 한적한 소도시에서 5년을 살다 온 나와 아이들에게 하노이의 첫인상은..
이렇게나 매우 매우 매운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