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좀 끓일까?

현재 진행형 #2

by 은마마

국제학교 수업으로 아이들보다 일찍 나갔어야 했던 어느 날,


아침시간이 바빠서 그릴치즈 샌드위치와 과일로만 점심 도시락을 싸줬더랬다.


그날 저녁, 집에서 만난 둘째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엄마, 내일부터 밥이랑 반찬을 싸주면 안 돼?"


같은 학년에 딱 두 명 더 있는 한국 친구들이 도시락을 싸 오기 시작했는데, 너무 맛있어 보이는 푸짐한 한국 음식을 싸 온단다.


그러면서 자신의 도시락을 보고 불쌍하다고 했다고ㅎㅎ


"그래서 내가, 오늘 우리 엄마가 나보다 일찍 나가야 해서 바빠서 그랬어라고 했어."

라고 덧붙이지만, 조심스레 '푸짐하고 맛있는' 한국 도시락이 먹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해도 내 새끼 불쌍하게는 만들지 말아야지 싶어서, 그 길로 나가 장을 보고 반찬을 만들고 있는데 슬그머니 주방으로 들어와 냉장고를 괜히 열어보면서 또 말을 건넨다.


"김치찌개 같은 것 좀 만들어볼까?"


한국 친구 중 한 명이 김치전을 반찬으로 싸 왔는데 너무 맛있어 보였다고.


자신은 김치전은 좋아하질 않으니 좋아하는 참치 김치찌개를 싸 가고 싶다는 것이다.


어묵 볶음과 계란말이를 완성해 두고, 참치 김치찌개도 끓여둔 후, 늦은 밤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이 후로는 샌드위치를 워낙 좋아하는 큰 아이는 아침에 후딱 싸 주고, 둘째의 반찬은 한식으로 전 날 미리 준비해 두고 아침에 싸주기만 하고 있다.



처음 하노이에 왔을 때, 전과 같지 않게 계속 집에 있는 엄마와의 시간을 아이들은 좋아했다.


지금, 다시 바빠지고 있는 엄마를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늘 바빴다는 사실이 좋지 않은 것만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아이들과 같이 학교를 다니며 영어가 힘들었던 아이들이 느꼈을 외로움과 어려움을 같이 경험했고, 하노이에서는 국제학교라는 환경에 있는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고 만나며 나의 아이들을, 또 이곳의 한국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늘 바빴던 엄마를 보며 스스로 자신의 일들을 알아서 하게 되었고, 미국에서는 과제와 시험 준비를 했던 엄마를 보며 과제는 꼭 제 날짜에 제출해야 하고 시험 준비는 계획을 세워 미리 해 놓는다는 성실함을 익히게 되었다.


딱 1년 전 작년 이맘때, 하노이행을 결정하며 아이들 학교를 알아보고 학교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다 열린 길인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닫혀버린 절망이 있었더랬다.

(하노이에는 국제학교가 정말 많고 학비가 정말 비싸다.)


이후, 다시 학교를 알아보며 생각처럼 풀리지 않던 일들에 답답함과 막막함이 있었지만,

하노이에 와서는 끊겨버린 나의 일과 경력이 못내 아쉽고 그리워서 우울했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미국과 캐나다가 그리워 눈물 흘리던 날들이 있었지만,


지난 1년을 돌이켜보니,

모든 것들이 우리의 계획보다 훨씬 좋은 환경과 상황으로 인도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오늘은, 수업을 나가는 국제학교가 아닌, 우리 아이들의 학교로 학부모 상담을 다녀왔다.


중학생인 두 아이 다 초반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들의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었다.

악기와 운동 외에 여태 어떤 공부도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의 중간 평가는,

영국에서 오신 영어 선생님이 나에게 주시는 피드백으로 정리되었다.


"You should be proud of your daughters!"


"You're right. I should.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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