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할 수 있으면 지금 해야 하는 이유

미루면 나중은 오지 않는다.

by now nina

나는 육류를 먹지 않는다.

원래 채식주의자는 아니고 6년 전 크게 아프고 난 다음 8 체질 한의원에서 체질을 진단받은 후부터 먹지 않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갈빗살을 좋아했고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다.


고기 먹는 일하니 생각나는 일이 있다.

가진 것 없이 시작했던 신혼초, 맞벌이하던 우리 부부는 주말에 온천을 다녀오는 것이 주된 여가활동이었다. 그날도 온천을 하고 나니 해가 어둑어둑했다. 빨간 중고 프라이드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갈빗살 12,000원이라는 적힌 간판을 보았다. 고깃집은 길 안쪽에 위치한 오래되었지만 운치 있는 한옥이었다. 남편이 고기를 특히 좋아하고 온천을 하고 나니 출출하기도 해서 우리는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주말의 마무리를 멋진 고깃집에서 폼나게 하고 싶었다. 한옥 정원을 따라 들어서니 따로 방으로 되어 있는 집이었다. 우리는 따뜻한 방에 앉아 맛있는 고기를 구워 먹으니 1인분에 12,000원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왕 먹는 거 배불리 먹자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먹고 생활비를 아껴 써야지 하는 야무진 생각을 하면서 처음 3인분에서 2인분을 추가 주문했다.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옆 테이블의 연기까지 옷에 다 배이는 고깃집만 다니다가, 정갈한 방에서 우리만 먹을 수 있으니 제법 상류층 사람이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나중에 이 집에 또 오자고 호기롭게 말한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나서니 주인분이 맛있게 먹었느냐고 물어온다. 우리는 정말 맛있었다고 호감을 잔뜩 실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주인이 계산기를 두드리는데 , 이건 금액이 우리가 계산한 것과 너무 달랐다. 고기 5인분 6만 원, 밥 2그릇, 음료수까지 66,000원이어야 하는데 세상에 126,000원인 것이다. 10만 원이 넘어가는 가격에 너무 놀라서 이것은 우리가 먹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는 5인분 먹었는데 무슨 계산이 이러냐고 했더니 1인분 가격이 24,000원이라고 한다. 우리가 본 12,000원은 1인분 가격이 아니라 100g 가격이었다.

방금까지 지었던 웃음을 거둘 수도 없었고 맛있게 먹은 고기의 잔향은 아직 남아있는데 뭐라 말할 수 없는 당혹감을 애써 감추며 떨리는 손으로 카드전표를 받아 들었다. 얼굴에 어색하게 남아있는 웃음이 사라지기 전에 빨리 우리의 차로 들어갔다. 차를 타고나니 민망함과 부끄러움이 물밀듯 올라왔다. 물정을 그렇게 몰랐다는 것이 부끄러웠고 우리의 빈약한 가계부가 다 드러난 것 같아 민망했다. 그리고 곧이어 드는 생각, '아, 너무 비싸다. 이제 다시는 이런 집을 기웃거리지 말아야겠다. 이제 남은 한 달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였다.


그리고 이 일은 오랫동안 우리 부부의 기억에 남아서 실제로 근사한 고깃집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 돈 벌면 한우 1등급을 사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고 마트에서 고기를 살 때에도 가격부터 보고 골라 담았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집을 장만하고 차를 바꾸고 원하던 곳으로 이사도 하고 난 어느 날, 몹시 아프고 난 후 내가 고기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체질이라는 것을 알았다. 실제로 고기를 먹고 나면 소화가 안되고 온 몸이 피곤해서 힘이 빠지는 것을 매번 겪고 나니 스스로 고기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동창회에서 한우 1등급을 먹게 되었다. 모두를 즐겁게 한껏 비싼 고기를 먹는데 나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 한우의 맛을 모르는 것이 아니고 맛있었다는 기억도 가지만 나는 이제 한우 1등급을 누가 공짜로 줘도 먹지 못한다.


코로나로 2020년은 다 가버렸다. 전체적으로 코로나가 우리 생활을 잠식하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친구를 만나고 식사를 해도 되는 구간이 분명히 존재했다. 때마침 오랫동안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한 친구가 있어서 당장 만나서 축하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이런저런 일들에 밀려서 더 적당한 나중을 찾다 보니 이제 다시 코로나로 발이 묶여서 만날 수가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나중은 상상밖의 나중일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로 다시 깨닫는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중은 믿을 수 없다.


지금도 가끔 한우 1등급이라고 적힌 고기를 보면 그때 먹을 수 있을 때 먹었을걸 하는 후회가 된다.

당신의 한우 1등급은 무엇일까? 지금 먹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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