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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w nina Oct 05. 2023

혼자 버스 타고 백화점 쇼핑을 합니다.

혼자 쇼핑하다 사람들 구경하며 한가한 기분을 느낍니다.

  남편은 외출하고 딸은 데이트 나가고 혼자 보내는 토요일, 백화점에 갔습니다. 초록 린넨셔츠에 헐렁한 베이지 팬츠를 입고 편안한 스니커즈를 신었습니다. 차도 두고 백화점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백화점을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팔짱을 끼고 대화를 나누며 쇼핑 중이었습니다. 혼자 온 사람은 저뿐 인 것 같았습니다. 저도 백화점은 항상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입니다.




  어색한 걸음으로 혼자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 관심 가는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퍼프소매 연두색 블라우스를 들고 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살펴보다 제자리에 걸어둡니다. 이번에는 신상품 코너를 발견하고 냉큼 발길을 옮겨 하나씩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혼자 오니 일행이 뭐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내 관심 가는 대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쪽저쪽 쇼윈도에 전시된 옷들을 보며 다가올 계절 코디에 힌트를 얻기도 했습니다. 슬며시 혼자라는 고립감이 해방감으로 바꿔서 밀려왔습니다. 


  출출해져서 지하 식당가로 내려갔습니다. 백화점 식당가는 1인테이블이 많아서 혼자서 식사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식사 후 서점에 올라갔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은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볼 수 있도록 섹션별로 잘 분류되어 있습니다. 책을 사지 않아도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편안한 자리도 마련돼 있습니다. 도서관보다 더 빨리 다양한 신간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책이 상품이라는 걸 잊지 말고 깨끗하게 봤습니다.


  혼자 오니 좋습니다. 내 컨디션에 따라 움직이고 남 신경 쓰지 않고 오롯이 내 관심과 욕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남편하고 같이 오면 처음엔 좋지만, 생각지도 못한 세일 매장을 만나면 마음 급하게 둘러봐야 하고 딸이랑 가면 서로 다른 취향을 지켜보느라 피곤합니다. 친구와 같이 가면 좋지만 두 사람 몫의 쇼핑을 하느라 에너지를 뺍니다.


  버스를 타고 오니 더 좋습니다. 차를 두고 오니 입구에서부터 밀리는 정체시간을 견디지 않아도 되고 주차할 자리를 찾아 빙빙 돌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리 오래 있어도 주차비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주차비에 신경 쓰지 않으니 뭐라고 사야겠다는 마음이 사라집니다. 아무런 부담 없이 백화점의 쾌적한 환경과 편리한 시설을 즐깁니다. 


  혼자 백화점에 간 그날, 백화점 휴식 의자가 놓인 곳에 앉아 쇼핑거리를 찾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을 쳐다보다가 '아 이런 기분이 바로 한가한 기분이구나' 싶었습니다. 




  딱히 목적 없이 유유자적하는 기분은 도서관이나 카페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혼자 버스 타고 나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다 평소에는  미처 관심 가지지 않던 주제나 흥밋거리를 약간의 호기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맛이 좋습니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별 관심 없는 미술서적을 뒤적이거나 카페 소파에 몸을 파묻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기분도 좋습니다. 

 오롯이 혼자 노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 그 곳이 어디든 일상의 여행지가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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