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맞이의 기억

우리가 함께 했던 기억

by now nina

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부지런한 사람들은 새벽부터, 혹은 그 전날부터 준비하여 해맞이를 하러 간다.

나도 몇 번 새벽에 부산을 떨고 일어나 가족과 함께 나선적이 있다. 해맞이 장소가 가까워질수록 도로는 주차장을 이루어 꼼짝을 않고 이러다가 일출시간에 못 맞출 수도 있겠다고 차 안에서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해맞이 가는 일도 시들해졌다. 그러다 딸이 대학을 가야 할 해가 되자 다시 해운대로 해맞이를 하러 갔다. 마음에 염원이 있으니 다시 길을 나서게 된 것이다.


넓은 백사장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새벽에 화장을 한 사람은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어린 커플뿐, 두꺼운 검정 롱 패딩을 입고 모자를 덮어쓴 수많은 사람들은 거의 다 민낯이다.

화장 없는 맨얼굴에는 지난해의 피로와 새해에 거는 간절한 희망이 비슷하게 서려있어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아 보이게 한다. 오로지 추위를 막겠다는 목적으로 단단히 옷을 껴입은 가족들은 두런두런 얘기를 하며 추위를 견디고 해 뜨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일출시간은 해마다 비슷하니 이미 알고 있다. 그래도 도로에서 정체되는 시간은 언제나 내 계산을 넘어선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일찍 가서 추위 속에 기다리는 쪽을 택한다.


깜깜할 때 모여 차츰 주위가 환해지는 동안 바다 한 곳을 바라보며 추위와 시간을 견디는 일은 해맞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이다. 그러다가 누군가 한 명이 ' 저기 해다' 하고 소리치면 일제히 그쪽을 바라본다.

해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다가 어느 순간 바다가 입으로 톡 뻳어내듯이 동그랗게 떠오른다.

그 사이 모두가 마음속 염원을 해를 향해 모은다.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으는 사람, 해를 바라보다 눈을 감는 사람,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그저 해를 향해 서있기만 하는 연인들 , 잠시 모두가 조용해진다. 자신의 염원이 해에 가 닿기를 바라는 시간이다.

실제 해맞이를 하는 시간을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감탄하고 사진 찍고 다시 바라볼 때에는 이미 눈이 부셔서 바라볼 수가 없다. 2시간의 기다림과 짧은 만남의 시간을 뒤고 하고 뿔뿔이 흩어져서 살아간다.

모두가 각자의 소원을 빌며 힘께 했던 소망의 열기는 넓은 바다에서 햇빛에 부서지고 희미해진다.


올해는 코로나로 해맞이 명소들을 모두 차단해서 함께하는 광경을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소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자 마음속의 염원이 무엇이든 우리 모두 비슷한 소망을 품고 있을 거라 짐작해 본다.

첫째, 2021에는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코로나만큼이나 무서운 서로를 향한 감시와 질타의 눈을 거두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둘째, 일상을 다시 찾게 되기를, 돌려받은 일상에 자유가 빠져 있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갔지만 그 일상을 돌려주는 손은 빅브라더일수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가족의 건강과 안녕만을 빌던 나 같은 사람이 올해는 조금 사회적인 소원을 가져본다고 해서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회적인 일이 그대로 직진하여 나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좌지우지하는 날들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비슷한 모습으로 어둠을 뚫고 올라오는 해를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과의 동질감이 더욱 아쉬워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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