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미움에 대처하는 법

똥 덩어리는 피하듯이

by now nina

누군가를 열렬히 미워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에너지를 얼마나 갉아먹는지를, 누군가를 미워하는 데 있어 가장 나쁜 점이 그 지점이다.

그냥 심심풀이 삼아 미워할 수 있다면 미운 감정이 들어도 별 문제가 없다.


네 생각만 나


미운 감정은 얼마나 강렬한지 마치 사랑에 처음 빠져서 그 사람만 생각나는 것처럼 몰두하게 한다. 예전 직장에 미운 사람이 있었다. 다행히 30여 년 지내오면서 내가 미워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나마 상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이 많은 동료 방 선생이었다.


방 선생은 5년 근무하는 동안 원로를 앞세워 자신이 편한 업무를 먼저 가져가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생각했다.

공로는 없이 단지 나이가 많다는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는데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직장 내 모든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자신이 다 아는 듯이 개입하다가 일 벌여지고 정작 일을 해야 할 때에는 자신은 쏙 빠진다. 하는 일이 없으니 남들이 바빠서 놓치는 이익에 관여하여 제일 먼저 차지하고 논다.


제일 결정적인 문제는 이 원로는 자신이 굉장히 공정하고 우아하다고 믿고 있는 점이다. 사실 좀 뚱뚱하긴 해도 젊은 시절의 미모의 흔적이 심술스러운 표정 사이 남아있기는 하다. 행동은 이기적으로 하면서도 말은 우아하게 하다 보니 처음 보는 사람은 그 실체를 알지 못한다. 나도 1년은 헷갈려했다. 알고 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큰 그림을 그려서 행동하면서도 내세우는 것은 공정함이다. 그 욕심스러운 민낯을 까보이게 만들고 싶은 욕구를 충동질한다. 내가 방 선생을 미워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미운 사람은 안 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인데, 직장에서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미움이라는 감정에 정면으로 대응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미움은 왜 생기는가?


한마디로 그 사람이 나에게 손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어떤 좋은 말로 치장을 해도 결국은 그것이 핵심 이유이다.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을 미워할 리는 없다. 물리적이든 감정적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서로의 이익이 총돌 하여 내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미움의 주된 이유이다. 나와 직접적인 상관은 없어도 뻔히 속이 보이는 수작으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꼴을 보면 거슬리고 화가 난다.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미워할 이유가 된다. 상대로 인해 갖게 된 부정적 감정도 손해에 포함된다.


미운데도 참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 참는데 나만 별나게 구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내게 특히 미운 짓을 많이 해서 폭발 직전에 있어도 그 감정을 터트리기는 쉽지 않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100%는 없다고 하지 않나. 아무리 내가 잘했어도 사고가 나면 10%의 책임을 물리는 우리 사회적 구조상 억울한 10%를 뒤집어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까발려진 진실보다는 가려진 위선을 택하는 이유이다.


둘째, 미워하면서도 미워하는 내가 미성숙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제일 괴롭다. 미운 짓을 곱씹으면서 자신의 증오가 정당한지 수시로 확인한다. 이 일이 이렇게 미워할 일인지 스스로 납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워왔는데 참지 못하는 자신을 은연중에 탓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내가 미워하는 감정을 드러내면 내게 끼칠 손해가 두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잠재의식 깊이 숨겨져 있어 잘 알아차리기 어렵다. 상대가 내게 손해를 끼칠 위치에 있지 않아도 마찬가지이다. 참지 못하고 다툼이라고 벌이면 내가 입을 이미지 손상, 그로 인한 인간관계 손상에 따른 다른 기회의 박탈 등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것은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무난한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막연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워하기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농부는 밭을 갈 때 젊고 힘 있는 소보다는 늙어서 힘은 없어도 말 잘 듣는 순한 소에게 고삐를 매지 않는가? 미운 감정을 덮어두고 참고 있는 내게 주어지는 것이 기회가 될지 일 폭탄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미운데도 참으니 내 마음이 괴롭다. 참는 이유가 그대로 고스란히 내 마음을 괴롭히는 이유가 된다. 해결방법이 필요하다.


마음가짐 하나, 미워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그만둔다. '저 사람은 미운 사람이다.' 하고 정해버린다. 그리고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대한다. 미운 사람이지만 웃어도 주고 말도 나누고 미워한다. 미워하면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직장에서는 가능하다. 미워하면서 내 마음에서 미움을 몰아내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미운 놈으로 정해놓고 미운 놈과 같이 지내는 법을 익히는 것이 더 쉽다.


마음가짐 둘, 진지한 미움보다는 적당한 무관심을 택한다. 진지하게 들여다 보고 그 행동의 인과관계를 따져서 미워할 이유를 찾지 말자. 시시비비를 따져 미워하는 대신 그냥 이기적인 방선 생다운 행동이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래 봤자 일로 만난 사이 언젠가 헤어짐이 정해져 있으니 무관심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미운 사람이 미운 짓 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무시하자.


이렇게 마음먹어도 아직 뭔가 부족하다.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겠다.


행동지침 하나, 적어두고 잊어버리자. 미운 짓을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싶으면 공책에 적어두자. 그리고 잊어버리자. 미운 사람을 마음에 담아두는 이유는 해소되지 못한 내 감정 때문이다. 털어내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가면 내가 힘들다. 미워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마음에 담아둬서 힘든 것이다. 마음 말고 공책에 담아두자. 미움을 담아두기에는 내 마음이 아깝다. 공책에 적어뒀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끄집어내면 된다. 언제라도 네가 한 짓을 밝혀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머리는 안심하고 잊어버릴 것이다


행동지침 둘, 미운 행동을 하면 그때그때 적절히 반응하자. 이것은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데, 적당한 선에서 치고 빠져야 한다. 미운 행동에 대해 속으로 부글거리는 것보다는 적당히 웃으며 받아칠 수 있는 배짱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는 항상 적절한 선을 정해 놓고 절대 그 선을 넘지 않는 교묘함이 필요하다. 원시적인 감정에 휘둘러 감정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보다는 속으로 경멸하면서 겉으로 웃도록 나 자신을 격려하는 편이 낫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미워하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직장에서 만나 10여 년을 넘게 보는 친구가 그랬다.

"네가 한 번도 사람 흉보는 일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그런다는 것은 그 사람한테 문제 있는 것 맞다."

' 아, 너는 내 친구' 한순간 마음이 편안해진다.

미워하면서 미워한다는 사실로 인해 더 힘들었던 나였다. 미워하는 감정이 미성숙해 보였다. 다른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나만 유독 방 선생의 가식의 가면을 벗겨내고 싶은 강한 충동에 휩싸이는지 이런 내가 나쁜 것인가 의심하고 있었다.


미운 사람을 미워하는데 자신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미워하는 자신을 미워할 필요도 없다.

대신 미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다, 미워하는 일이 지겹고 지친다면 한 번씩은 똥덩어리 피하듯이 피해 가는 것도 방법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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