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2년 미루기로 했어 2

자기 통제력이라는 날개를 달기 위해

by now nina

21년 2월, 직장 잘 다니던 친구가 명퇴를 했다.

연배가 비슷한 동료이자 친구라서 은퇴시기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친구가 예상치도 못하게 갑자기 명퇴 신청을 한 것이다. 축하보다 놀라움이 컸다.


내 또래 친구들은 다들 자신만의 은퇴계획을 가지고 있다. 나는 2024년 2월에 명퇴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온갖 업무와 제약에서 풀려나 자유인이 된 친구를 보자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 그동안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용기가 없었지만 이제는 한번 마음이 일렁이자 걷잡을 수 없었다.


올해까지만 근무하고 22년 2월에 명퇴하겠다고 하자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이 찬성하고 나선다. 딸 역시 이제 엄마 하고 싶은 것 하며 살라고 한다. 명퇴를 내가 하겠다는데 말리는 사람은 없다. 동생, 언니, 시댁 식구까지 그동안 수고했다고 이제 쉬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뭔가 시시하다. 아무도 말리지 않으니 이 선택이 맞는 일인지 망설여진다. 마음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다. 그건 나도 안다. 그런데 정말 내가 명퇴하고 싶은 것인지 그것을 잘 모르겠다. 지금 순간적인 충동에 휩싸이는 것인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지 자신이 없다.




아무나 잡고 묻고 다녔다.

먼저, 대학 선배에게 내 명퇴 계획을 얘기했다. 선배 언니는 명퇴를 만류하려고 나를 찾아왔었다. 명퇴를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직업의 소중함을 얘기하며 극구 말린다,


직장 동료에게 물었다.

"선생님, 원래 계획이 있잖아요, 원래 계획대로 하시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한다. 짧지만 강력한 말이다.


고등학교 동창에게 전화로 물어보았다.' 결혼을 해야 될까 안 해야 될까' 할 때에는 결혼을 안 하는 것이 맞고 명퇴도 해야 할까 안 할까 할 때에도 안 하는 것이 맞다고 말해주었다. 망설이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자신이 아는 명리학을 공부한 분을 소개해주며 전화해서 한번 물어보라고 했다. 전화상담을 짧았다. 그런데 이 분의 말씀 중에 내 가슴을 후벼 파고 들어오는 말이 있었다. ' 지금 명퇴를 하게 되면 충동적으로 변해 무절제해진다. 정신이 맑지 않아 판단력이 흐려지고. 가까운 사람을 잃을 수 도 있다.`라고 한다. 한 번에 귀에 꽃혀 들어온다. 내 마음에 있는 불안을 언어로 표현해주니 바로 수긍이 된다. 내가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내 모습, 충동적이고 무절제한 내 모습이 그려졌다. 내가 너무 잘 아는 휴일에 널브러져 있는 자주 보는 내 모습이다.



내가 끈질기게 묻고 다녔던 이유는 내가 원하는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도 비슷한 말로 조금 더 근무할 것을 권유했지만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안에 있는 어떤 두려운 부분을 건드려 주는 말만이 내 귀에 닿은 것이다. 풍랑이 일어 일탈을 꿈꾸는 나를 가라앉힐 묘책을 찾아다닌 것이다.


그래서 이제 넘치는 시간을 잘 꾸려나갈 퇴직을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겠다. 충동적이고 통제력 없는 내가 직장의 틀에 매여 살았으니 그나마 이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를 삶에 매어주는 인생의 추는 직장이다. 직장의 무게만큼 땅에 발을 딛고 살았다.


이제 무게의 추를 벗어버리면 어디로 날려갈지 모른다.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게 날아가 어디든 안착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 풍파에 날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스스로 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바람에 휘날려 어딘지도 모를 곳에 휩쓸려 날아가지 않으려면 날개가 필요하다. 자신의 날개로 스스로 날아야 바람에 날려가지 않는다. 충동에 휩싸이지 않는 자기 통제력이라는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가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겠다.



ps: 2024년 2월 29일 나의 D데이,

오늘은 996일 전이다.

퇴직을 위한 준비는 오늘 1일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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