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광주 과학관으로 갔다. 지난번 대전 과학관에 다녀온 후 다시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번엔 광주 과학관에 데려오게 됐네. 상설전시관은 대구 과학관보다 작은 듯 하지만 아이들에게 놀 거리, 체험할 거리가 가득하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까르륵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과학관만 들어오면 정말이지 너무나 피곤해진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하루 종일 걸어 다녀도 피곤한 줄 모르는데, 과학관만 들어오면 왜 그런지 바닥이 나를 잡아당기는 것 마냥 다리가 무겁고 몸이 쳐진다. 만원 버스의 자리를 잡기라도 하는 것처럼 앉을 자리만 보이면 급히 걸어가 앉아 버린다. 미리 이럴 줄 알고 어디 앉아 책이나 읽어야지 하며 책도 한 권 넣어왔지만, 너무 피곤해서 책을 읽을 기운조차 없다. 책 한 권 들어간 가방은 또 어찌 그리 무겁게 느껴지는지…. 멍하니 앉아 고장 난 라디오처럼 ‘언제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하고 똑같은 말만 되뇐다. 나는 정말 철저히 문과생인가 봐. 학교 다닐 때는 그래도 수학시험 점수도 곧잘 받았었는데, 요즘은 숫자는 머리에 5초도 저장되지 않더니 과학관만 들어와도 이렇게 피곤해지냐. 체력 대단한 우리 아들이 쇼핑만 따라가면 피곤하다며 왜 그렇게 주저앉는지 드디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꾀병이 아니었구나.
앉아 있기만도 힘든데, 신기한 게 보일 때마다 딸램이 자꾸만 “엄마, 여기 와 봐.” 하며 나를 불러 설명을 해댄다. ‘아무것도 안 들린다... 안 들린다... 안 들린다....’ 이번엔 박물관에 따라온 우리 딸의 심정을 이해하는 중이다. 내가 이것저것 신기한 것들을 볼 때마다 역사에 관심 없는 딸에게 신나게 설명을 해대니 딸은 늘 ‘난 빨리 나가고 싶어.’하고 되뇌곤 했었지. 서로 관심사가 이렇게 다르네. 천문학자인 쌍둥이 동생에게 “난 정말 문과생인가 봐.”하며 이 이야기를 했더니, “문과생인 걸 아직도 확인 중이야?”하며 웃는다. 그러고 보니 5살이 되고도 계속 4살이라고 하는 딸을 위해 아빠가 노래까지 지어 부르게 하며 5살을 가르쳤던 걸 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철저히 문과생이었던 게지. “동생은 다섯 살~ 나도 다섯 살~”
과학관을 다 둘러봤는데 나가는 길에 작은 도서관이 보인다. 더군다나 만화책이 잔뜩 모여 있다. ‘드디어 탈출할 수 있을까?’ 하던 기대는 무너지고, 도서관 의자에 다시 한번 더 풀썩 주저앉았다. 조금만 더 참자. 이제 다 끝나간다. 인내심이 대단한 엄마라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마지막 순간을 얌전히 기다린다.
너무너무 피곤해서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지만, 양동시장에서 유명한 통닭을 한 마리 사 가기로 했었다. 너무 피곤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저녁 준비 안 하고 한 끼 때울 수 있겠다는 희망에 조금만 더 힘을 내어본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양동시장에 도착해 지하에 주차까지 했는데, 올라오는 길을 못 찾아 한참을 헤맸다. 시장도 얼마나 큰지 시장 안에서 또 한참을 헤맸지. 통닭 한 마리 사기 정말 힘들군. 또다시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얼마나 헤맸는지…. 하기야 낯선 곳에서 길 헤매는 건 국룰이지 뭐. 이래저래 힘들었지만 푸우짐한 저녁 사 들고 숙소에 도착하니 마음도 푸근해진다. 오늘 하루 수고했다. 이제 잘 먹고 잘 쉬는 일만 남았어.
국립광주 과학관: 광주 북구 첨단과기로 235
양동통닭: 광주 서구 천변좌로 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