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아빠랑 같이 왔어야 했는데...

by joyfulmito

'오늘 푹 자야 해. 푹 자야 해’ 하고 수십 번을 되뇌며 수십 번 잠이 들고 깨기를 반복한 후 아침을 맞았다. 긴 여행 계획을 세워두고 나니 아프면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오히려 잠을 설쳤나 보다. 아프면 있던 곳에서 쉬면 되니까 아프면 안 된다는 걱정 따위 버려야겠다. 아침에 먼저 일어나 그림을 그리다 보니 보물 같은 아이들이 하나씩 눈을 비비며 내 옆에 다가온다. 잘 잤니? 잠을 설치고 나니 아무 데서나 잘 자는 아이들에게 고맙다. 내 아이들의 조건으로는 완벽한 셈이다.

아침엔 무얼 먹을까? 어딜 가든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엄마의 가장 큰 고민은‘오늘은 또 뭘 먹이나’하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 달걀과 두부를 사 왔다. 어딜 가나 가장 만만한 반찬거리, 주방의 효자상품들이다. 국물용 티백 하나 넣어 간단히 오뎅국을 끓이고, 김치를 볶아 두부와 짝을 맞춘 후, 달걀프라이도 하나씩 얹었다. 아이들은 “엄마, 생각보다 푸짐한데?” 하며 너무나 잘 먹는다. 여행 좀 할 줄 아시는군.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걸 보니 여행 자격이 충분한 아이들이다. 하기야 평소에 집에서 먹는 식탁이라고 더 화려할 것도 없으니 이렇게 소박한 아침상도 푸짐하게 받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이게 다 나의 공로인 건가. 하하.

오전 시간은 여유롭게 숙소에서 보냈다. 가져온 문제집도 하고, 책도 읽고, 레고도 가지고 논다. 우리는 장기 여행자이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다. 아침부터 일찍 나가 열심히 관광지를 찍지 않는다. 낯선 곳에서 우리의 일상을 이어갈 뿐이다.

에어비앤비로 구한 숙소가 작긴 하지만 아기자기하게 예쁘고 큰 창으로 예쁜 하늘도 펼쳐지니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참 좋다. 넓은 창안에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민트색 벽지가 참 잘 어울린다. 예쁜 하늘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여유롭고 넉넉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12시 반이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1913 송정역 시장이다. 맛난 먹거리가 많다길래 구경도 할 겸 점심도 해결할 겸 해서 시장 나들이에 나섰지. 시장 구경을 좋아하기도 한다. 오래된 상점들과 세련되고 트렌디한 카페들이 어우러진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멋들어진 시장이다.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가게 창문마다 기록된 그 가게들의 역사다. 이 자리에 그전에는 어떤 가게들이 있었는지 이 터의 역사를 알려주는 깨알 같은 기록들. 길을 걸으며 가게들의 역사를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장 나들이의 추억은 뭐니 뭐니 해도 먹거리다. 어릴 적 엄마 따라 시장 갔다 오는 길에는 늘 손에 먹거리가 들려 있었다. 중학교 때는 집에 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고추튀김을 사 오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배가 출출하면 친구들과 그 옆 시장에서 나가 떡볶이를 사 먹기도 했었지. 오늘 우리의 목적도 먹방인 만큼 다양한 것들을 먹어보기 위해 절대 한 집에서 배를 채우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먹방러라면 양도 종류도 넉넉해야 하겠지만 우리 같은 아마추어들은 길을 가며 마음에 드는 곳에 들러 하나씩만 맛을 보며 배를 아껴두어야 한다. 나의 최애 메뉴인 떡볶이와 계란밥을 먹고 광주에 유명하다는 상추 튀김을 먹으러 갔는데, 오늘따라 문이 닫혔다. 가는 날이 장날이구만. 두리번거리며 다른 먹거리를 찾다 보니 옆 가게에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눈에 들어온다. 딸램이 TV에 나온 거 봤다며 음식 이름을 알려준다. 김치, 숙주나물 등을 삼겹살에 돌돌 말아 구운 삼뚱이라 불리는 음식이다. 나도 같이 봤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요리 프로를 유심히 보더니 역시 요리에 관심 많은 사람은 다르네. “TV 보면서 아빠랑 ‘이거 맛있겠다.’고 했었는데, 여기 있었네. 아빠랑 같이 왔어야 했는데…”하며 아쉬움을 표한다. 어릴 때부터 항상 맛있는 것을 먹을 때는 아빠 몫을 따로 챙겨 두던 기특한 딸이 아빠 몫을 챙겨드리지 못해 아쉬운가 보다. 삼뚱이 다음 메뉴는 녹두 빈대떡이 낙점되었다. 며칠 전 남편이 TV에서 녹두빈대떡을 보며 먹고 싶다고 했었는데, 결국 우리끼리 먹게 됐네. 맛난 녹두 빈대떡을 먹으며 우리는 또 아빠가 같이 못 와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한다. 효녀, 효잘세. 주말에 아빠 오시기 전에 다른 맛있는 것 사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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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 송정역시장: 광주 광산구 송정로8번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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