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드디어 출발! 과연 우리는 눈을 만날 수 있을까?
by joyfulmito Feb 4. 2022
여행 전 아이들이 아프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때문에 한동안 ‘일찍 자야 해’, ‘마스크 꼭 쓰고 나가’ 하며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엄청 해댔는데, 여행 첫날 남편이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다며 약을 찾는다. 1월 1일 송구영신 예배를 다녀온 후 아침 늦게까지 잘 계획이었으나, 아이들은 늦게 잔 것과 상관없이 일찍 일어나 놀고 있으니 늦게까지 자겠다는 건 헛된 희망이었다. 나도 입안은 헐고 온몸이 천근만근 늘어진다.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이었던 것 같아 살짝 후회스럽다. 하루 쉬고 내일 출발해도 됐을 것을. 하지만 이렇게 방학을 하자마자 여행을 떠나는 일이 잦다. 그러려면 짐을 꾸리기도 바쁘고, 한 학기의 피로가 갑자기 몰려와 여행 중 아픈 일도 있다. 그러면서도 이 버릇을 고치질 못한다. 매번 하루라도 일찍 출발하지 못해 안달이다.
새해 첫날이니 시댁에 들러 새해 인사를 드리고 친정에 들러 같이 점심을 먹었다. 점심 먹고 바로 떠날 생각이었지만 친정에서 남편을 한숨 재운다. 겨우 이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다. 나야 여행 가서 일정 줄이고 쉬면 되지만, 광주까지 우리를 데려다주고 서울에 있는 직장에서 월요일을 맞아야 하는 남편에게는 지금 당장 휴식이 필요하다.
결국, 4시 반이 넘어서야 광주로 출발했다. 광주로 가는 길. 전라도에 들어서니 눈이 온다. 겨우내 제대로 된 눈 한 번 보기 힘든 대구에서 살다 보니 여행 중에라도 눈 한 번 제대로 만나길 고대하고 고대했지만, 아직 갈 길이 아직 먼데 밤길 고속도로에서 만난 눈은 절대 반갑지 않다. 아이들은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고 마냥 신이 났지만 엄마는 걱정이 앞선다.
아슬아슬하고 긴장되는 길을 달려 드디어 첫 번째 목적지인 광주에 도착했다. 여전히 하늘하늘 흩날리는 눈발이 우리를 맞아준다. 과연 이 힘없는 눈발은 내일까지 이어질까.
3년 전 제주 살이를 하러 가면서도 딸의 버킷 리스트에는 ‘나만큼 큰 눈사람 만들기’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3주 차에 아이들은 평생에 처음 보는 엄청난 눈을 만났더랬지. 하루종일 눈을 굴리며 아빠만큼 큰 눈사람을 만들었다. 그때의 행복했던 추억 때문인지 여행 전부터 아이들은 ‘눈을 만날 수 있을까?’하는 기대에 들떴고, 나는 “서해에는 눈 많이 와.” 하며 화끈한 눈놀이 한 판을 장담해왔다. 과연 서해에서 우리의 소원은 이루어질까?
저녁을 해 먹고 남편은 다음 날 출근을 위해 기차를 타러 갔다. 기차역까지 데려다주겠다며 실랑이를 벌였지만, 남편은 기어이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우기며 쿨하게 홀로 집을 나섰다.
아빠를 보낸 후 우리는 3일 동안의 광주 일정을 의논했다. 광주는 이번 일정에 오려고 했던 곳도, 처음 와 본 곳도 아니다. 다만 남편의 다음날 출근길이 용이한 지역으로 광주를 골랐을 뿐이다. 그런데 묘하게 광주가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그러면 망설일 필요 없이 광주에 머무른다. 꼭 가야 하는 곳도 없고 정해진 계획도 없다. 휴게소에서 가져온 광주 지도 한 장, 숙소에 비치된 광주 여행 책자 한 권을 펼쳐 놓고 함께 머리를 맞댄다. 아이들이 가고 싶다는 곳을 넣어 계획을 세우다 보니 아이들이‘엄마가 가고 싶은 곳도 넣어야.’ 된단다. 그렇게 공평하게 광주에서의 일정을 계획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10살, 12살이 된 아이들이 오랜만에 엄마 양옆에 꼭 붙어 엄마를 안고 잠이 든다. 이런 게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