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미션! 포인트를 모아라

by joyfulmito

"이번 여행에도 미션 해야지?” 남편은 여행을 갈 때마다 아이들에게 미션을 주곤 한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 사진을 찍거나, 특정 자연물을 찾는 등 아빠가 주는 미션은 여행 중 아이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남편이 이번 여행에서는 여러 가지 미션을 주고 포인트제를 도입해보자고 제안했다. 사실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칭찬스티커 등으로 보상해 주는 것을 싫어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받아쓰기 시험을 치고 오면 늘 ‘잘했네, 수고했어.’하고 말로 칭찬을 하면 그만이었다. 친구들은 시험을 100점 받으면 엄마에게 선물이나 갖고 싶은 것들을 받는다며 부러움을 표하기도 했지. 그때마다 나는 점수를 잘 받는 건 너를 위한 거지 엄마를 위한 게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은 아쉬우면서도 엄마 말에 수긍해 주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친구들이 딸을 부러워하는 반전이 일어났다. “너는 시험 못 쳐도 엄마한테 안 혼나서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이들의 점수에 관심이 없다거나, 아이들이 공부를 못 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공부는 엄마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보상제에 익숙해지면 보상이 없을 때는 움직이지 않게 된다. 점점 더 커지는 아이의 마음에 드는 보상을 해 주는 것은 불가능하고 비교육적이다. 보상을 신나게 받은 아이가 언젠가 자라 내 인생은 엄마를 위한 거였다고 원망한다면 아이를 위한다고 했던 엄마도 억울하겠지만, 보상을 미끼로 아이를 낚아 온 엄마의 의도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돌볼 내적 동기를 쌓아가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거나 쉽지만은 않다. 때로는 속이 터지고 이렇게 둬도 될까 하는 의심이 들지만, 그 과정은 분명 의미 있고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여행 등의 특별한 일상이나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는 동기부여에 보상제만 한 방법이 또 없는 듯도 하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부러워하기도 했던 그 보상제를 한 달 정도는 해줘도 좋을 것 같다. 가끔씩 몸에 나쁜 음식도 먹는 게 인생의 낙이듯 말이다. 아이들도 재미있겠다며 환영하니 다 같이 둘러앉아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미션을 함께 정했다. 보상이 없으면 ‘그거 하기 싫어’ 할 법한 일들도 가볍게 ‘좋아’하며 동의를 해준다. 그렇게 고심하며 함께 만든 우리의 보상제는 여행 중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이렇게 완성되었다.

1. 여행일지 쓰기: 18일 이상 200p, 15일 이상 150p

2. 성경 읽기: 1장당 5p

3. 입장권, 간식 구입 등의 심부름: 하루 10p

4. 집안일 돕기 심부름: 하루 10p

5. 재미있는 사진 찍기: 1장당 10p

6. 싸울 때마다: 40p 차감

여행이 끝나면 모은 점수에 따라 아빠가 시상을 하겠다니 나로서는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특별히 집안일과 바깥심부름을 둘이서 번갈아 가면서 하루씩 하게 했더니, 여행 중에도 할 일 많은 엄마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6번 미션이 걱정스럽긴 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은 싸우는 현실 남매인데 말이지. 뭐, 둘 다 동의를 했으니 한 번 시행해 보자.

나 스스로도 몇 가지 규칙이 필요할 듯해서 적어보았다.

1. 밤늦게 자지 않기: 운전할 일 많을 테니, 이거 중요한 규칙이다.

2. 하루 2끼 이상 사 먹지 않기: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 바깥 음식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소화하기로 한다.

3. 일정에 아이들 의견 충분히 반영하기: 늘 여행 중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은 나다. 아이들이 피곤하지 않도록 욕심도, 일정도 줄이기로 한다.

자. 이제 준비가 다 된 듯하다.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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