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yfulmito Jan 28. 2022
24박 25일간의 여행. 철저하게 준비하려면 준비하는 것부터 스트레스가 엄청 날 테지만, 다행히 나는 철저하게 준비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SNS나 책으로 많이 본 장면은 여행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거기에 무엇이 있을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대하지 못한 장면을 만나는 것이 내가 찾아 나서는 여행의 재미다.
내가 여행하면서 “우와~”하며 가장 큰 탄성을 내질렀던 곳은 샌프란시스코의 피어 39이었다. 미국의 그랜드 캐년, 자유의 여신상, 캐나다의 로키산맥, 호주의 오페라 하우스도 물론 잊지 못할 여행지였지만 피어 39에서 내가 더 흥분하고 신이 났던 이유는 여행지에 대한 사전 정보가 내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산호세로 간 교사 연수 3일째 되던 날이 1월 1일 공휴일이었다. 갑자기 생긴 여유 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깝다는 생각에 무작정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기차를 탔다. 유명하다는 관광지 이름만 몇 개 찾아두었을 뿐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말이다. 덕분에 그날의 여행은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로 가는 탐험이었다. 사전 정보 없이 떠났기 때문에 찾아간 곳이 보수공사 중이라 발걸음을 돌려야 하기도 했고 교통편을 몰라서 무작정 걷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헤매다 지친 몸으로 피어 39에 도착했을 때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이상한 소리에 온몸에 엔도르핀이 돌기 시작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서둘러 그 소리를 따라 힘찬 발걸음을 옮겼다. 겹겹이 둘러선 사람들 틈을 비집고 그 소리의 정체를 찾아낸 순간. 내 입에서는 엄청난 탄성이 흘러나왔다. 세상에... 동물원에서나 보던 바다사자가 떼로 누워있는 광경이라니. 기대하지 못했던 장면에 잔뜩 신이 나서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듯 환호성을 질러댔다. 여행 중 내가 갈망하는 순간이다. 기대하지 못한 장면, 생각지도 못한 경험에 신이 나서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가고 또 새로운 곳을 찾아낸다.
25일간의 여행. 서해에서 가보지 못한 도시들, 지역들의 이름이나 적어놓고, 가볼 만한 곳 검색해서 장소 몇 군데 적어놓으니 여행 준비는 끝이다. 지역을 이동할 때마다 숙소를 찾을 일이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비수기이니 숙소 찾기가 어렵지는 않을 듯했다. 2년 전 제주에서 3주간을 머물 때는 한 숙소에서 오래 머물다 보니 숙박비가 꽤 나 저렴했는데, 이번에는 계속 이동하며 숙소도 옮겨야 하니 비용이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다. 거의 한 달 동안 바깥 생활을 하려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무조건 저렴한 숙소만 찾아다닐 수도 없지 않을까? 더군다나 아이 둘을 데리고 다니는데 말이다. 당일 예약 할인을 잘 활용해 봐야 할 듯하다. 내가 생각해도 나 좀 무모한데, 남편도 말리지 않으니 한 번 더 용기를 내어본다.
지난 한 해 시간 선택제 근무로 아르바이트하듯 일을 했더니 내 통장에는 여행비가 넉넉지 않다. 경비도 없이 여행 계획만 세워둔 대책 없는 아내.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경비를 보내주며, “냉장고 바꾸려던 돈인데.” 한다. 지난여름 냉장고가 수명을 다했는지 냉동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냉장고를 바꿔야겠다고 했었는데, 결국 그 돈으로 여행을 가게 됐네.
“괜찮아. 나는 냉장고보다 여행이 좋아.” 올여름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을 넣어두지 못하더라도 올겨울 여행을 포기할 순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