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yfulmito Jan 27. 2022
여행가가 꿈인 엄마는 여행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음 여행을 계획한다. 새해 계획보다 늘 먼저 세우는 것이 여행 계획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주변에서는 ‘애들이 좋겠다’고들 하지만, 정작 나는 엄마의 여행에 동참해 주는 아이들에게 늘 고맙다.
남편은 좋은 호텔에서 여유롭게 쉬는 여행을 좋아하고, 아들은 들판에서 공 던지기에 가장 신나고, 딸아이도 많이 걷는 여행은 딱 질색하는데, 엄마가 계획한 여행에 모두 함께 해 주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혼자 가는 여행만큼 자유롭지 못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제약도 많지만, 이렇게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는 시간이 귀하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여행하게 될 날도 곧 올 테니, 지금은 부지런히 아이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양보하며 함께 하는 여행을 즐기고 싶다.
“이번 겨울 방학 때는 한 달 동안 서해 일주를 해 보는 게 어때?” 그동안 여행 다닌 곳을 지도에서 칠해 보니 서해 쪽이 허전하다. 서해는 내게 미지의 땅이다. 대구에서 서해는 멀고 가기 힘든 곳이다. 늘 지도를 보며 이 미지의 땅을 내 발로 밟고 정복해 보고 싶었더랬다. 한 번 가기가 쉽지 않으니 간 김에 오래 있다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여행 장소를 정할 때 추억이 있는 곳을 여러 번 반복해서 가는 사람이 있고, 늘 새로운 곳엘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 충분히 예상되듯이 나는 후자에 속한다. 내게 여행은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탐험이다.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함을 못 이겨 나는 오늘도 집을 나선다.
엄마의 뜬금없는 제안에 두 아이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좋아.”라고 하더니 뒤늦게 걱정을 표한다.
“아빠는? 아빠 안 가면 많이 걸을 텐데….”
“아빠는 우리만큼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주말마다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면 될 것 같은데?”
속 시원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엄마의 말에 딸은 고개를 끄덕인다. “방학 때 티볼 특강 하고 싶은데...”
“방학은 2월에도 있으니까 그때 티볼 수업 신청해 줄게.”
그렇게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을 양보하고 걱정도 밀어 두고 엄마의 여행 계획에 찬성표를 던져 주었다.
늘 나의 여행 계획에 토시 하나 달지 않는 고마운 남편도 “그래, 나도 시간 좀 내 보지 뭐.”하며 흔쾌히 내 말에 힘을 실어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온 가족이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니 벌써부터 제대로 신이 난다.
결혼 전 가족들과 3박 4일 강원도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여행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그렇게 가족들과 4일씩이나 같이 여행을 간 게 처음이었다. 아버지는 내게 여행 계획을 세워보라고 하셨고, 나는 열심히 여행 정보를 검색했다. 역시나 가보고 싶은 곳, 해 보고 싶은 것 많은 내가 준비한 여행 일정은 강행군을 방불케 하는 여정이었다. 그때는 강원도가 그렇게 큰 줄도 몰랐지. 나의 어이없는 여행 일정을 온 가족이 불평 없이 동의해 주었다. 그때는 내비게이션도 없었고,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아버지뿐이었는데, 커다란 강원도 지도를 곳곳에서 펼쳐 두고 길을 찾아가며 나흘 동안 강원도를 한 바퀴 돌았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어느 날은 여동생이‘언니야, 오늘은 좀 쉬다가 가자.’ 하기도 했고, 여행 후에 아버지께서 몸살이 나시기도 했었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초록초록 빛깔의 예쁜 강원도 곳곳에서 우리는 함께 웃었다. 여행 이후 우리 집 곳곳에 붙어 있던 여행 사진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를 미소 짓게 했다.
4일 동안 강원도 한 바퀴를 도는 일정에 비하면 25일 동안 땅끝마을에서 인천까지는 엄청나게 여유로운 일정 아닌가. 하하. 25일간의 여행이라... 어학연수를 가거나 제주 살이를 해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이동하는 여행으로는 내게도 최장기 여행이다. 그런데 10살, 12살 두 아이를 데리고 25일간의 여행이라니. 우리 식구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다행이다. 이 정도면 우리 꽤 나 잘 맞는 가족이지 않나 싶다. 고마워. 우리 잘 놀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