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유명한 빵집에 들르는 것이다. 나도 빵을 좋아하긴 하지만 유명 빵집을 찾아가는 것은 내 나름 딸에 대한 배려다. 요즘 제빵에 관심 많은 딸이 여행 책자를 보면서 몇 번이나 유명 빵집들을 언급하길래 ‘이번 여행 중에 유명 빵집들을 열심히 들러주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아이가 어릴 적 조금이라도 몸에 좋은 것을 먹이려고 빵보다는 떡을 사던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피식 난다.
딸은 도서관에서 제빵에 대한 책을 빌려와 읽고 레시피를 찾으며 스스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고 싶다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엄마는 관심이 없다 보니 스스로 발 벗고 나설 만큼 딸이 좋아하는 분야다. 어느 날 아침 독서 시간에 읽기 위해 무거운 제빵 책을 가방에 넣어가는 걸 보고 혼자 웃은 일도 있다. 역시나 딸은 꼼꼼히 다양한 빵들을 관찰한다. 박물관에서와는 사뭇 다른 눈빛이다. 전시회라도 참석한 것 마냥 눈빛을 빛내며 구경하더니 돌아오는 길 거기서 본 쉬폰 케이크의 결이 얼마나 고왔던지 오는 내내 칭찬한다. “쉬폰 케잌도 고르지 그랬어?” 하니 오늘 먹고 싶은 건 아니었단다. 각자 원하는 빵을 하나씩 고르고 내일 만날 아빠가 좋아하는 크로와상도 하나 넣었다. 서비스로 주시는 아메리카노도 한 잔 받아 컵홀더에 꽂고 이제 나주로 향한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땐 순천을 거쳐 땅끝마을로 가면서 순천에 있는 친구를 만나려 했지만, 계획이 바뀌면서 순천에 있는 친구가 나주까지 와 주기로 했다. 4년 전에 참여했던 해외 교사 연수 OT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되어 룸메이트가 되었던 순천이 고향인 영어교사. 아메리칸 스타일로 친구라 부르긴 하지만, 나보다 9살이나 어린 아가씨다. 7주 동안 같은 방을 쓰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울고 웃으며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 이후에도 전주, 순천, 대구, 부산 등 다양한 장소에서 꾸준히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장소가 나주가 된 거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그동안 지낸 묵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따끈따끈한 친구의 연애 이야기, 서로의 학교 이야기, 꿈 이야기까지 짧은 시간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겨우 7주를 함께 보냈지만 가족처럼 한 방을 써서 그런지 우리는 서로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메뉴 주문할 때부터 사소한 것 하나하나 “하나도 안 변했네.” “여전하네” “그럼, 사람 잘 안 바뀌지.” 하며 깔깔거린다. 엄마가 친구와 실컷 수다를 즐기는 동안 아이들은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같이 점심을 먹고 드론을 날리고 종이접기를 하며 엄마를 기다려주었다. 오늘은 아이들이 엄마를 많이 배려해 준 날이다. ‘고마워’하며 엄마도 아이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엄마를 잘 기다려준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모노레일을 타고 나주 빛가람 전망대로 올라갔다. 최장거리 돌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 아이들이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데 눈에 익숙한 사람이 걸어 들어온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얼굴이라니. “어머, 오빠. 여기는 웬일이에요?” 대학교 동아리 선배이자 남편의 친한 친구를 여기서 만나다니. “어? 니 왜 여(여기) 있노?” 대구 토박이들이 나주 돌 미끄럼틀 앞에서 만나니 얼마나 신기하고 반가운 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서로의 소식을 전하며 오빠의 가족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오늘 낯선 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둘이나 만났네. 이럴 때 빠지지 않는 말. 세상 참 좁다. 정말!
아이들은 15초간의 짧지만 강렬했던 돌 미끄럼틀이 아주 흡족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려 주었던 하루를 즐거웠던 날로 기록했다. 덕분에 엄마도 즐거웠단다. 고마워.
베비에르 문화전당점: 광주 동구 서석로 36
빛가람호수공원 배메산전망대: 전남 나주시 호수로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