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두 번째 숙소가 있는 무안에 도착했다. 저렴한 숙소에 후기도 별로 없어 살짝 걱정했는데, 경치는 너무 좋고 온돌방은 따끈따끈하다. 아이들도 “엄마, 여기 너무 좋아. 하루만 있기는 너무 아까워.”하며 흡족해한다.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운 곳도 아니고 호텔처럼 침구류가 근사하지 않지만, 엄마와 함께 여행하는 곳곳을 좋아해 주어서 고맙다. 사실 이 한옥 펜션은 운치 있고 아늑하고 포근해서 나도 너무나 마음에 든다. 원래도 저렴한 가격에 기준 인원에 어린이 한 명 추가라고 웃으며 추가 비용 만원까지 깎아 버렸으니 민망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이렇게 방을 따끈따끈하게 데워놓고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여행 중에도 주말에만 TV를 켜는 평소의 규칙을 그대로 지키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주말에 볼 TV를 당겨서 오늘 보고 싶단다. 바닥이 따끈따끈하니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온 것 마냥(사실 우린 시골에 할머니 댁은 없지만) 늘어지고 싶은 기분인가 보다. 그 기분 나도 알지. 따끈한 온돌방 이불 속에 들어가 TV를 보며 광주에서 사 온 맛난 빵을 간식으로 먹었다.
나도 함께 늘어져 누워있다가 저녁 준비를 해야겠다고 일어났는데. 아뿔싸! 양념을 넣어둔 팩이 없다. 다시 차에 가서 이곳저곳을 열심히 뒤져 봤지만, 그 어디에도 양념통은 없다. 모조리 그 전 숙소에 두고 오고 말았네. 숙소에서 나오기 전 집을 다시 훑어봤는데, 설거지해 둔 싱크대 위 물건은 우리 게 아니라고 눈길도 주지 않았구나. 설거지해 둔 그릇 옆에 양념통이 있었는데….
숙소 이동이 많다 보니 아이들에게 짐 잘 챙겨야 한다고 누누이 이르고, 숙소를 나오면서도 “둘 다 핸드폰 있니?” “모자 챙겼어?” “마스크는?”하며 잔소리 오만상 해놓고선 내가 처음부터 어이없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양념통을 모두 들고 다니기 힘들 것 같아서, 여행 전부터 작은 병들을 모아 필요한 양념들을 고심해서 고르고 덜어 왔는데…. 이게 뭐야. 이러다 여행이 끝날 즈음엔 남아나는 게 아무것도 없겠어. 아깝지만 할 수 없지. 이럴 땐 빨리 미련을 버려야 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뭐. 내일 목포에 가서 양념은 다시 사면 되잖아. 양념통이 커지더라도 짐은 차가 지고 다니는데, 큰 문제 될 것도 없다. 괜찮아. 괜찮아. 오늘은 참치와 김, 김치로 대충 간을 맞춘 참치죽으로 저녁을 때운다.
이러나저러나 일찍 숙소에 들어와 여유롭게 쉬고 있으니 참 좋군. 오늘은 따뜻한 온돌에서 지글지글 구우며 푹 자야지.
라온뜨락펜션: 전남 무안군 몽탄면 명산리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