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이게 그믐달이구나

by joyfulmito

아침에 눈을 번쩍 뜨고 시간을 먼저 확인했다. 7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밖이 어둡다. 겨울에 일출 보기는 힘들지 않겠군. 긴 밤이 이럴 때는 참 고맙다. 일출을 보기 위해 밤잠 설칠 필요 없으니 말이다. 7시가 넘어 밖으로 나갔는데도 여전히 예쁜 달과 별이 반짝인다. 해뜨기 전 밤하늘도 이렇게 예뻤구나. 해가 뜨기도 전에 사진을 도대체 몇 장이나 찍었는지 모르겠다.


목도리, 마스크, 장갑 방한 3종 세트로 무장을 하고 전망 좋은 한옥집 마당에서 해를 기다린다.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어 좋긴 한데, 겨울에 일출을 기다리려니 너무 춥다. 아무래도 일출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해가 뜨기 전 아이들도 깨워서 데리고 나올지 망설이다가 너무 춥기도 하고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도 없어서 아이들 깨우기는 포기하고 혼자서 해가 뜨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날씨만 춥지 않으면 운치 있는 마당 테이블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현실은 장갑 낀 손가락조차 꽁꽁 얼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조차 버거워진다. 방한 3종 세트로 꽁꽁 싸맸는데 양말을 신지 않았다. 이래서 내가 허당이라고 불리는 거야. 오랫동안 밖에 있으려니 발은 너무너무 시린데, 양말 신으러 들어간 사이 해가 떠버릴까 봐 잠깐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서 마냥 해를 기다리고 있는데도 시시각각 변하는 색깔이 어찌나 예쁜지 지겨울 틈이 없다. 강에 비치는 색감까지 더해져 황홀하기까지 하다. 열심히 하늘을 구경하다 보니 저 멀리 무언가 움직이는 게 보인다. ‘저게 뭐지? 구름이 저렇게 빨라?’, ‘또 지나가는데?’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눈이 빠지도록 그 물체를 따라가 본다. V자 대형을 하고 날아가는 새떼라는 것을 알아내는 순간 보물 찾기에 우승한 아이처럼 흥분된다. 아침에 저렇게 이동을 많이 하는구나. 다들 일찍 일어나는 새들이시군. 벌레는 씨가 마르겠어.


드디어 눈 빠지게 기다리던 해가 산 위로 고개를 쏘옥 내민다. 눈부시게 빛나는 해는 이미 붉게 물든 강에 화려한 그림자를 그리며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을 몇 사람분을 더해 감격하고 흡족하게 감상하고는 해돋이 장관이 막을 내리자마자 야단스레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너무 추웠어! 두 아이가 뒹굴대고 있는 이불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아침에 일어나 엄마가 없는 걸 보고 또 일출 구경 갔거니 싶었나 보다. 아침에 엄마 홀로 빠져나가 해돋이 구경을 다니는 게 어느새 아이들에게도 익숙한가 보다. 같이 봤으면 좋았을걸. 어젯밤에 나왔으면 별도 무척 많았을 텐데 그 생각을 못 했네. 여행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 별구경도 많이 하자.


천문학자인 동생에게 아침에 찍은 사진을 보내 “초승달 위에 보이는 별은 무슨 별이야?”하고 물으니, “그거 그믐달인데? 그믐달이랑 금성, 사진 확대해 보면 사이에 목성도 있어. 일직선으로 뜨는 날 좋은 거 봤네.” 한다. 초승달과 그믐달도 구분하지 못하고 이제껏 무조건 초승달이라 불렀다니. 이렇게 무지하다니. 목성도 눈으로는 안 보였는데 그 사이에 있었구나. 귀엽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할 준비는 미리 해두고 새벽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본 멋진 풍경을 스케치북에 담는다. 두고두고 봐도 예쁠 풍경을 붓끝으로 그려내며 은은한 미소와 함께 흐뭇함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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