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우박을 맞으며 땅끝 전망대에 오르다

by joyfulmito


“나, 게장 먹어보고 싶어. 얼마나 맛있길래 밥도둑이라고 하는지 궁금해.” 맛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딸은 가보고 싶은 곳보다는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많다. 여행을 갔던 곳에 대한 정보도 먹은 음식으로 기억된다. “아~ 거기 OO 먹었던 곳?”이런 식이다. 여행지에서 먹을 음식을 정하는 데도 딸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다. 그렇게 오늘 점심 메뉴는 게장으로 정해졌다. 콩나물과 게장을 밥에 넣고 슥슥 비벼 김에 싸 먹으니 정말 밥도둑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 ‘순식간에 한 그릇씩을 싹 비웠다. ’라 쓰고 싶지만, 입 짧은 아들은 옆 테이블 손님들이 다 바뀌도록 흰밥을 나물 반찬과 김에 싸 먹으며 깨작대고 있다.

목포에서 남편을 만나 다시 해남으로 간다. 목포에도 며칠 머물 예정이지만 남편이 서울로 가려면 다시 목포로 와야 하니, 목포 여행은 며칠 미루고 땅끝마을에 먼저 가기로 했다. 남편이 늘 입버릇처럼 “땅끝 마을은 한 번 가봐야 하는데….” 할 때는 거기까지 멀어서 어떻게 가겠나 싶더니 드디어 오늘 그 먼 곳까지 가게 되었다. 목포에서도 1시간 40분을 달려 땅끝 마을에 도착했다.


땅끝마을 표지석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난 후 전망대까지 올라갈지 꽤나 망설였다. 오르막 걷기를 싫어하는 딸은 이미 표정이 좋지 않고, 우리가 주차한 곳은 모노레일 타는 곳과는 거리가 먼데다 주차장에서도 이미 전망은 너무 좋으니 말이다. 나야 물론 걸어서 올라가고 싶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가족들을 데리고 다니면 모두 지쳐 버리기 때문에 ‘더 가자’하고 싶어도 늘 망설이게 된다. 그때 남편이 “230m면 그리 멀지 않은데? 가보자.”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 잽싸게 “그래, 가보자.” 하며 동의를 한 표 던진다. 아들도 쉽게 “좋아.” 하고 나니, 이 상황에서 차마 싫다고 할 수 없는 딸은 시무룩하게 “알겠어.” 하며 마지못해 동의를 해 준다.


발걸음 무거운 딸을 끌고 조금 올라가다 보니 ‘토독독독’하는 소리가 들려 걸음을 멈추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나뭇잎은 움직이지도 않는데 나뭇잎에서 소리가 나네?”“엄마, 우박이야.” 어머. 정말 우박이네. 오라는 눈은 안 오고 우박이라니. 계속 올라가도 될지 또다시 한번 망설인다. 딸의 마음은 이미 주차장까지 내려가 버렸지만, 모자도 쓰고 있으니 전망대까지 전진하기로 했다. 엉뚱한 엄마는 그때부터 갑자기 신이 난다. 땅끝 전망대를 우박을 맞으며 오르게 되다니. 뭔가 색다른 일이 겹치면 그곳의 경험이 더 특별하게 각인된다. 그거 기억나? 제주도 오설록 박물관에 도착했을 때 우박 내렸었는데. 박물관에 뛰어 들어가서 우박 떨어지는 거 구경했었잖아. 엄마는 히죽히죽 웃으며 입이 툭 튀어나온 딸을 끌고 전망대로 향한다.


사실 우박까지 맞으며 힘겹게 전망대에 오른 아이들은 실망스러워했다. 주차장에서 다 봤던 경치잖아. 하며…. 힘들게 올라왔는데 다를 게 별로 없어서 실망스럽단다. 뭐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그래도 엄마는 너무 좋아. 땅끝 바다를 둘러싼 섬들의 이름도 열심히 살펴보고, 어느 어르신의 해산물 양식에 대한 설명에도 살짝 귀를 기울여 들어본다. 더군다나 이 추운 겨울날 따뜻한 곳에서 여유롭게 경치를 담을 수 있다니 좋잖아. 땅끝마을까지 와서 전망대 안 오르면 섭섭하지.


장터식당: 전남 목포시 영산로40번길 23

땅끝송호해수욕장: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땅끝전망대: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길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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