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by joyfulmito


완도에서 시작되는 오늘은 완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진도에 갔다가 목포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라 이동 거리가 긴 날이다. 딸아이가 장거리 여행을 힘들어해서 최대한 거리를 잘라서 이동해 보려고 우수영 관광지를 먼저 갔는데 아이들이 모두 잠이 들었네. 아이들을 차에서 조금 더 재우기 위해 진도항까지 직진했다.


진도항에 갈지 꽤 나 고민을 했었다. 엄숙한 장소가 혹시나 관광지처럼 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제주 4.3 공원이나 광주 5.18 민주화 기록관을 갈 때는 그 사건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했으면서 진도항에 가는 데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든 이유는 뭘까? 진도항에 가까워질수록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그들과 아파하지 못하고 돕지 못했던 나 자신의 죄책감을 직면하게 된다. 너무 끔찍한 사건이라 깊이 알고 관심을 가질수록 내가 힘들어질 것 같아 사실 나는 그 사건을 회피했었다. 많은 이들이 끔찍한 일을 겪어내고 힘들어하는 중에 나는 단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관자가 되었었다. 그 죄책감 때문에 진도항을 찾아오는 내내 나의 마음은 무겁고 난처하고 당황스러웠다.


무거운 마음으로 진도항에 도착해 '잊지 않고 이곳 팽목항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귀를 보니 울컥한다. 오히려 그 글귀가 나를 위로한다.‘미안해. 미안해요. 죄송해요.’ 되뇌는 내게‘지금이라도 와 주어 고마워요.’하며 말이다.


아이들도 엄숙하게 벽에 붙은 타일 하나하나를 유심히 읽는다.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곳에선 감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겨울날의 고요함 가운데 종소리만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마음은 먹먹해진다.


진도항: 전남 진도군 임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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