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yfulmito Feb 24. 2022
전쟁놀이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흥미진진한 장소, 우수영 관광지에 도착했다. 거센 바다의 소용돌이를 이용해 일본 수군을 격파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흥분되는 장소, 울돌목에는 4백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소용돌이가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산책로도 너무나 예쁜데, 춥기도 너무 추워서 실내로 바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겨울 여행은 이래서 아쉬운 점이 많긴 하다. 물론 이 산책로를 걷고 싶은 건 나뿐이다. 아이들은 이런 산책로엔 관심 없지. 세찬 바람을 피해 재빨리 명량대첩 해전사 기념관으로 들어갔다. 명량대첩에 대한 재미난 기록들과 다양한 체험 거리로 몰입도가 높은 아기자기한 박물관이다.
사실 남쪽 지역 여행을 하다 보면 이순신 관련 유적지가 엄청나게 많은데, 그중 가장 흥미로운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오니.”라는 유명한 대사만큼 드라마틱한 해전 장소라 그럴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전술, 지형 등 명량대첩에 대해 열심히 탐구하며 박물관을 돌아보았다.
특별히 내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이순신 장군의 자살설이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대사와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은 익숙한 정보이지만, 그 가운데 제기된 이순신 장군의 자살설은 내게 충격적이었다. 이미 패하고 도망치는 적은 궁지로 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순신 장군은 갑옷도 입지 않은 채, 무리한 추격전을 벌이다 치명상을 입고 숨지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세운 공으로 백성들에게 인기는 높아졌지만, 왕의 경계로 자신은 전쟁 이후에 어떻게든 처단될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순신의 죽음을 계획된 자살로 보는 견해가 있다는 거다.
바로 어제 완도에서 만났던 장보고의 이야기가 오버랩되면서 안타까움이 배가된다. 신라인들이 해적들에게 잡혀 노예로 팔려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당나라에서의 높은 관직을 버리고 신라로 돌아왔던 장보고, 그 또한 왕권의 견제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다. 순수하게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그들이 가진 재능을 한껏 발휘했던 전쟁 천재들, 결국은 그들이 가진 뛰어난 재능 때문에 견제당하고 토사구팽의 결말을 얻고 만다. 물론 과거 역사 속에서 무수히 반복되었던 이야기들이긴 하지. 그 역사를 알고도, 앞으로의 결말을 예측하면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여전히 옳은 일을 택했던 이순신. 그런 면이 그가 두고두고 칭송받고 존경받는 이유가 되겠지. 남해 지역 가는 곳마다 ‘또 거북선이네, 이순신 유적지네’ 하며 가졌던 지겨운 마음이 죄송해지는 순간이다.
우수영 국민관광지: 전남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