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여행할 때 도서관도 갈 거지?

by joyfulmito

여행 7일째. 목포의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아침을 맞았다. 어제는 먼 길을 오느라 피곤했으니 오늘은 여행 중 쉬어가는 날로 정했다. 월요일이라 문을 닫은 곳이 많아서 갈 데도 별로 없긴 하다. 도서관 나들이 좋아하는 딸을 위해 오늘은 도서관에서 쉴까 싶다. 여행 중에 도서관을 간다고 하면 신기하게 들리겠지만 우리는 장기 여행객이니 우리의 일상을 최대한 여행에 옮겨 놓으려 한다. 평소에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딸은 여행 중 가고 싶은 곳, 첫 번째로 도서관을 꼽았더랬다.


목포 공공도서관은 무척 깔끔하고 책도 종류대로 많아서 아이들이 좋아했던 장소다. 바다 지역이라 그런지 해양 관련 도서를 따로 모아둔 것도 인상적이었다.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독서 삼매경에 빠진 아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빨래방에 들러 빨래도 하고 장도 봐서 숙소에 갖다 두었다. 쉬는 날이지만 엄마가 할 일은 끝나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다. 쉬는 날이라기보다 관광을 멈추는 날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할 일 충분히 하고 돌아와도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결국 2시가 넘어 더 이상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하는 엄마가 아이들을 보챈다. 그리고는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를 먹기 위해 분식점으로 향했다. 유명한 곳이라고 데려온 분식점의 초라한 외관을 보고 가족들은 동시에 의심의 눈초리로 엄마를 쳐다본다. ‘여기 유명한 곳 맞아?’하는….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아~ 유명한 곳이 맞는구나.’ 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평일 오후 2시가 넘었는데 식당이 가득가득 차 있다. 다행히 좁은 테이블 하나가 비어 있어 겨우 자리는 잡을 수 있었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분식집에 이렇게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니 일손이 부족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음식이 나올 때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잘 기다려야 한다. 인내심에 보상이라도 해 주시듯 물론 음식은 하나같이 맛나고 양도 푸짐한데 가격까지 너무 착하다. 이렇게 싸게 파시면 바쁘시기만 하고 남는 게 없으실 텐데 싶어 음식을 많이 시켜 먹는 게 오히려 죄송할 지경이다. 가격 좀 더 올리시지. 여전히 바쁘신 듯 보이지만 일부러 고개를 한 번 더 내밀고 공손히 인사를 하고 나왔다. “잘 먹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목포진 역사공원에 올라 딸이 알록달록한 게 비빔밥처럼 예쁘다고 묘사한 목포 시내의 전경을 맛보고, 영화 1987의 촬영지인 연희네 슈퍼에도 살짝 들렀다. 쉬는 날로 정해놓고선 들른 곳이 너무 많아 웃음이 난다. 사람마다 쉬는 방법이 다른 거니까. 하지만 쉬는 날이기 때문에 많이 걷지도, 많이 구경하지도 않고 카페에서 디저트나 먹으며 쉬기로 했다. 아이들은 종이접기를 하고 나는 오랜만에 책을 꺼내 들었다. 아늑하고 여유로운 시간에 은은한 노을빛이 쏟아진다. 잘 쉬었다.

목포 공공도서관: 전남 목포시 원산주택로 3번길 6

서울분식: 전남 목포시 삼일로 51-2

목포진 역사공원: 전남 목포시 만호동 1-33

연희네 슈퍼: 전남 목포시 해안로 127번길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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