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엄마, 우리 여행은 끝나지 않았어. 힘을 내.

by joyfulmito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아빠 옆에 강아지처럼 딱 붙어 주말을 보냈고, 오늘은 아빠를 일터로 보내야 한다. 저녁 해 먹고 남편을 서울로 보내야 하는데 냄비 밥을 망치고 말았다. 이 숙소는 다 좋은데 전기밥솥이 없는 게 흠이다. 물을 다시 부어 또 한참을 끓이고 뜸을 들여도 심폐소생이 불가능하다. 남편이 나서기 10분 전에야 겨우 먹을 만한 밥이 완성되었다. 남편은 몇 숟가락 급히 뜨고 우리도 먹던 밥상을 그대로 둔 채 목포역까지 남편을 데려다주었다.


시간 맞춰 남편을 데려다주고 우리는 목포 야경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밥 먹다 말고 나와서 뜬금없는 야경 타령인가 싶겠지만 우리의 야경 구경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좁은 호텔 주차장에 우리 뒤차가 8시에 퇴실해야 한다며 시간 맞춰 차를 빼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바로 들어가면 곧 차를 빼 주러 또 내려와야 할 듯해서 목포대교로 드라이브하고 8시가 넘어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뒤차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프런트에 문의했더니 저녁 8시가 아니라 아침 8시에 퇴실한다는 말이었단다. 이게 뭐야. 다짜고짜 8시 전에 차 빼 달라고 하더니. 불필요하고 배고픈 드라이브를 끝내고 호텔에 돌아오니 먹던 밥과 반찬은 다 식었고, 전자레인지도 없어 데우지도 못한 채 다 식은 늦은 저녁을 먹었다. 속상하고 화가 나서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저녁을 먹는 내내 엄마가 속상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으니 아들이 엄마를 위로한다. "엄마, 우리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힘을 내.” 이 와중에 아들의 위로 멘트가 너무 웃겨 웃음을 터뜨리며 “그래, 덕분에 목포대교 야경도 봤잖아.” 하며 애써 스스로를 다독였다. 우리 집 웃음 담당 아들은 오늘도 웃긴 춤을 열심히 춘다. 7일 동안 하루 종일 붙어 있으며 지루하게 봐서 이제 별로 관심도 가지지 않던 아들의 코믹 댄스가 엄마의 열을 식히는데 특효약이 된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그치지 말고 열심히 춤 추어주길 바라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8시 전에 차를 빼 달라던 뒤차 때문에 또 한 번 마음이 상했다. 8시에 퇴실할 거라더니 7시에 차를 빼 달라고 호텔 프런트에서 연락이 왔다. 자다 일어나 급히 옷을 갈아입고 내려갔는데 뒤차 주인은 나오지도 않는다. 주차장이 워낙 좁고 주차선 자체가 이중 주차 구조라 그 차가 빠져야 나도 그 자리에 다시 주차할 수 있는데 말이다. 자다 일어나 급히 나와서 추운 겨울날 차 안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엔 프런트에 전화해서 그 차도 지금 내려오게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내려오라는 차 주인은 보이지 않고 호텔 주인분이 먼저 나와서 곧 나온다고 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신다. 제대로 민폐를 끼친 뒤차 주인은 뒤늦게 모습을 나타낸 후에도 차 주변만을 서성인다.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기다리다 못해 "차를 빼 주셔야 제가 주차를 하고 올라가지요." 하니 키를 두고 와서 위에서 찾는 중인데 키를 못 찾고 있다며, 호텔 주변 다른 상가 옆에 주차해 두고 올라가란다. 세상에…. 어떻게 그렇게 뻔뻔한 거지? 우리도 체크아웃하고 짐 실으려면 가까운 곳에 주차해 둬야 한다구요. 어제저녁부터 차 빼야 한다고 사람을 들볶더니 이게 뭐람. 본인들은 나갈 준비도 안 하고 왜 아침부터 자는 사람을 깨운 거야. 약속된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사람을 깨우더니 바보같이 멍하니 앉아 그 차가 빠지기만을 기다리게 하고 있다. 또다시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에효. 차에 앉아 어젯밤 아들의 위로를 되새기며 애써 화를 삭이기로 한다. 이쯤 되면 천사 아닌가.


오늘 아침 심혈을 기울인 냄비 밥은 성공적이다. 여행 다니면서 압력솥 밥, 냄비 밥 모두 마스터하겠군. 아침을 먹고 영광에 알아봐 둔 숙소에 전화해 예약을 했다. 7만 원짜리 숙소를 5만 원에 해달라고 하려니 살짝 떨린다. 아주머니는 대답 없이 하하 웃으시더니 5만 원에 오케이를 해 주셨다. 어릴 적 엄마가 물건값을 깎으시면 옆에서 그렇게 부끄럽더니 지금은 내가 네고의 달인이 되어 가는 중이다. 여행을 하며 다양한 능력이 길러지고 있다.


짐을 챙겨 셋이서 나눠 들고 나오는데 청소하시던 아주머니께서 "얘들이 애들이에요? 엄마가 젊어 보이는데?" 하신다. 숙소도 싸게 예약했고 아침부터 칭찬도 들었으니 아침에 기분 상했던 기억은 싹 지워 버린다. 기분 좋아졌어~. 때로는 단순한 게 사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목포대교: 전남 목포시 죽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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