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를 떠나기 전에 가고 싶은 곳이 아직도 몇 군데나 더 남아 있다. 그중 하나는 근대역사관이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관심 없는 곳이라 찬찬히 둘러보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은 곳이라 조금 욕심을 부렸다. 역사관을 무심하게 둘러보면서도 아이들은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태극기를 흔들며 3.1 운동 흉내도 내어본다. 일제강점기에 농지를 잃은 농민들이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은 항구로 몰려들면서 인구가 늘어났다. 하지만 평지에는 일본인 동네가 이미 형성되었고 한국인들은 땅이 없으니 산 위에 산소들을 다른 곳으로 옮긴 후 그곳에 집을 지으며 마을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산비탈마다 들어선 달동네들은 그렇게 생겨났구나. 역사를 들여다보니 더 안쓰럽고 마음이 짠하다.
역사관을 나와 그 뒤편에 있는 노적봉을 올랐다. 아이들은 힘들다고 하길래 "엄마 갔다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도 돼”하고 혼자 올라가는데, 귀여운 두 아이가 살금살금 엄마 뒤를 밟아 꼭대기까지 쫄랑쫄랑 따라온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도 요령껏 내가 보고 싶은 것들도 실컷 보게 되네. 오후에는 아들이 가고 싶다던 자연사 박물관에 데려갈 거니까 당당하게 엄마의 욕구도 채워야지. 노적봉에 오르니 경치가 끝내준다. 이 맛에 산을 오르는 거겠지. 물론 이곳은 산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산을 오르는 것에 비하면 극소량의 에너지를 들이고 이런 경치를 맛볼 수 있으니 가성비도 끝내준다.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의 배도 채워주기 위해 정식을 먹으러 갔다. 세상에… 목포 7천 원짜리 정식 클라쓰!! 없는 것 없도록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내 주신 음식들이 하나하나 다 맛있지 뭡니까. 한 가지 정도는 맛없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먹을 게 너무 많지 뭐예요. 옆 테이블에 앉으신 아저씨도 이렇게 장사하면 뭐가 남느냐며 테이블 위에 깐 비닐이라도 조금 더 싼 것을 쓰시라며 잔소리를 하신다. 종류대로 풍성한 갖가지 생선, 고기, 나물 반찬들을 골고루 흰 밥 위에 얹어가며 야무지게 꼭꼭 씹어 밥 한 그릇씩을 싹싹 비워냈다. 아무래도 목포는 밥 먹으러라도 다음에 또 와야겠다.
아들이 공룡 책에서 소개된 목포 자연사 박물관에 가고 싶다고 할 때는 목포는 멀어서 가기 힘들다고 했었는데, 그곳에 아들을 데리고 오게 됐다. 아들의 꿈을 이루어준 듯 엄마는 뿌듯하다. 물론 나와 딸은 관심 제로. 지루하기만 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재미난 사진을 찍기로 했다. 박물관 내용은 보지도 않고 예쁜 배경을 찾아 사진만 찍고 노는 엄마와 누나를 아들이 나무란다. “엄마, 이러려고 여기 온 게 아니잖아. 공부하려고 온 거야.” 그래도 지루한 걸 어쩌니. 아들아. 아들의 잔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곳곳에서 딸아이와 인생샷을 남겼다. 이럴 때 딸과 아들 조합이 빛을 발한다. 엄마랑 놀아 줄 딸이 있어서 심심할 틈이 없다. 사진을 실컷 찍고 우리는 바로 옆 생활도자 박물관으로 먼저 자리를 옮겼다. 우리가 도자기 박물관을 구경하는 동안도 아들은 공룡을 원 없이 구경한 후 우리를 찾아왔다. 다 컸네. 혼자 박물관 구경하고 옆 건물로 엄마도 찾아오고…. 기특하군.
목포에서 잘 먹고 잘 놀다 갑니다. 우린 이제 영광으로 가요.
근대역사관 1관: 전남 목포시 영산로 29번길 6
노적봉: 전남 목포시 대의동 2가
남도밥상: 전남 목포시 하당로 68번길 15
목포 자연사 박물관: 전남 목포시 남농로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