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어디서든 잘 놀아요

by joyfulmito

고창으로 가는 길 영광에서는 딸의 모래 수집을 위해 가마미해수욕장만 잠시 들르기로 했다. 제주도의 어느 분식집에서 본 제주 바다 모래 컬랙션을 보고 모래 수집을 시작했는데 서해의 모래는 모두 똑같은가 보다. 지금까지 모은 세 개의 작은 병에 담긴 모래가 구분할 수 없이 똑같단다. 아무래도 모래 수집은 제주에서 해야 하는가 보다. 컬랙션의 결과물엔 기대를 내려놓고 덕분에 겨울 바다나 많이 즐겨보자. 영광에서는 가는 곳마다 유명한 영광 굴비 말리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굴비 공장을 방불케 하는 장면에 감탄사를 내뱉는다. 운전 중이라 사진 한 컷 찍어두지 못한 게 못내 아쉽지만 이렇게 눈에 담으면서 여행하는 거지.

고창으로 가는 길 차에서는 아이들의 글씨 찾기 놀이가 한창이다. 가에서 하까지 차례대로 글씨를 찾는 놀이다. 이럴 때 둘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차를 타고 가는 길이 지루할 법도 한데 둘이서 신나게 놀기 시작하면 금세 도착이다. 고창에 도착하니 이미 점심시간이다.


갈비탕집에 들어가며 “오늘 점심은 내가 사지!” 하니 아이들이 “그런 거 하지 마” 하며 웃는다. 밥 잘 사 주는 예쁜 엄마와 아이들은 갈비탕 한 그릇씩을 뚝딱 비웠다. 너희들 정말 잘 먹는구나. 엄마와 한 그릇을 나눠 먹다가, 둘이서 한 그릇을 나눠 먹던 아이들이 언제 이만큼 커서 어른 1인분씩을 뚝딱 비워낸다. 1인분으로는 부족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고창 고인돌 공원에 주차를 하기는 했는데 고인돌 유적지가 바로 보이지 않아서 조금 헤맸다. 다리 건너편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아이들이 멀다며 차를 타고 가자고 한다. 차로 가는 길은 바로 보이지 않고 그냥 걸어갔다 오면 좋겠는데 날씨가 너무 추우니 내 의견만 고집할 수는 없다. 주차해 둔 차에 다시 올라탔다. 그리고 그때부터 한참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내비가 엉뚱한 곳에 자꾸만 우리를 떨어뜨린다. 한참을 빙글빙글 돌아 결국은 처음 갔던 그 주차장에 다시 주차를 하고 걸어가야 했다. 신경질이 나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걸어서 가겠다고 해주니 고맙지. 아이들은 걸어가는 길에 꽁꽁 얼어붙은 시내를 보고 신이 나고, 거위를 보고 신이 나고, 남아 있는 눈을 가지고 놀며 또 신이 난다. 아이들이 재미나게 노는 동안 나는 주변을 걸으며 고인돌 유적지를 살펴보았다. 초록 초록할 때 보면 더 멋질 듯하긴 하지만 와 보고 싶었던 곳을 이렇게 내 눈으로 보고 내 발로 밟는 것만으로 나도 신이 난다. 아이들은 탁자식 고인돌보다는 대부분이 평범한 돌 같아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어디서든 잘 논다. 날씨는 꽤 포근해졌고 아이들은 잘 놀아서 기분이 좋아졌고 나 또한 잘 노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해졌다.


고창을 나서는데 하늘에는 예쁜 무지개가 그려져 있다. 비도 오지 않았는데 이렇게 큰 무지개가 생겼네. 마치 우리를 위한 선물같이 느껴진다. 아이들과 길을 가다 무지개를 만나고 다 같이 머리를 맞대어 길을 찾는 이 모든 시간이 행복한 추억이 된다.

가마미해수욕장: 전남 영광군 홍농읍 가마미로 341-6

고인돌 유적지: 전북 고창군 고창읍 죽림리 6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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