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야.

by joyfulmito

먼 길을 달려 담양 숙소에 도착하니 온몸이 허물어지듯 피곤이 몰려온다. 이럴 땐 라면이 진리지. 라면을 꺼내 보이며 “짠~ 오늘 저녁은 라면” 하니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라면은 이렇게 피곤한 날 선심 쓰며 한 끼 때울 수 있는 비장의 무기다. 내가 좋아하는 떡은 없지만 파송송 계란탁 넣어 끓인 라면을 호호 불어가며 맛나게 먹었다. 저녁까지 먹고 나니 얼마나 피곤한지 설거지도 미뤄둔 채 “엄마 조금만 잘게”하고 눈을 붙였다. (배고픔 외에 잘 참지 못하는 또 하나가 잠이다.) 한 시간쯤 자고 눈을 떴는데, 아이들이 속닥속닥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놀고 있다. 세상에…. 엄마 잔다고 이렇게 배려하고 있었구나. 기특한 녀석들.

그런데 그때부터 펜션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개념 없는 청년들이 게임을 하는지 방 안팎을 넘나들며 소리를 지르며 떠들어 댄다. 1시간쯤 참아주다가 도저히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주인아저씨께 전화를 드렸다. 주인아저씨께서 우리 의사를 전달해주신 후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소음은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오랜 시간 집을 떠나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저렴한 숙소를 찾아다니다 보니 불편함이 배가 되기도 한다.

딸은 여행이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이렇게 여행을 다니니 방학이 한참 지난 것 같다며 이제 방학이 끝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었다. 실컷 놀았다는 의미도 있지만 불편해서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아마 있었던 것 같다.

여행 중 추도예배로 대구에 들러야 해서 불편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 시점에 집에서 편히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편함 속에서도 잘 놀고 잘 자고 잘 참아주니 기특하다. 그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지. 그렇게 여행을 통해 우리는 또 한 뼘 자란다.

밖은 여전히 시끄럽지만 피곤했던 덕에 모두 잠이 푹 들어주니 고맙고 감사하다. 내일은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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