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별이 쏟아지던 밤

by joyfulmito

여행 5일째, 우리는 완도에 왔다. 장보고 청해진 유적지로 향하던 중 엄청나게 큰 동상이 보이길래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방향을 돌렸다. 그렇게 우연히, 즉흥적으로 찾아온 곳에 환상적인 놀이터가 펼쳐진다. 아마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망 좋은 놀이터가 아닐까?. 우연히 찾은 보석 같은 장소, 아무도 없는 멋진 놀이터에서 아들은 미니 짚라인을 수십 번이나 타며 신이 났다. 내가 여행 중 가장 신이 나는 순간이다. 이번 여행에서의 피어 39는 진도의 놀이터인 셈이지.


장보고 기념관과 해양생태 전시관에 들러 장보고와 완도 바다에 대한 지식 한 스푼씩 더하고, 바닷가 2층에 자리 잡은 중국집에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여기는 가장 전망 좋은 중국집인 듯하다. 운치 있는 겨울 바다를 보며 먹는 짜장면은 꿀맛이지.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완도 오일장이 언제인지 여쭸더니 “오늘이긴 한데 마칠 시간 다 됐어요. 뭐 볼 것도 없어요. 그냥 시장이에요.” 하신다. 아~ 아쉽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는데 그걸 놓치고 말다니. 나 시장 구경하는 거 되게 좋아하는데….


숙소에 들어가기 전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들렀다. 이번 여행을 하는 동안 딸이 해보고 싶다던 모래 수집을 위해서 오긴 했지만, 바다에 왔는데 모래만 담고 가긴 아쉽다. 그렇다고 겨울 바다에서 놀 게 있나 싶었는데, 역시 아이들은 노는 클라쓰가 다르다. 모래에 그림을 그리고 플라스틱 숟가락 하나로 모래 놀이를 하며 잘도 논다. 엄마 아빠는 아이들 잘 노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충분히 즐겁다. 놀이 하수인 엄마 아빠는 관객 역할밖에 하지 못하지만, 놀이 고수들의 연출력 덕분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겨우 몇 시간 전에 전화로 숙소를 예약했는데 벌써 방을 따끈따끈하게 데워두셨다. 오늘은 주말이니 따끈한 방에 마구 풀어져 멍하니 TV를 보며 일단 쉬어 준다. 드디어 오늘 밤엔 별을 보러 나갈 계획이다. 예전에 완도에 근무했던 친구(나주에서 만났던 친구와 동일인물)가 “완도엔 다방밖에 없어. 아메리카노 한 잔 사려면 다리를 건너가야 해. 별은 진짜 많은데…”라고 했던 기억이 나서 완도에서는 꼭꼭 별을 보고 가야지 완도에 대한 내가 가진 사전 정보는 ‘김’을 제외하면 ‘별’뿐이다. 그사이 세월이 흘러 친구가 준 정보는 잘못된 정보가 되고 말았다. 완도에도 예쁜 카페가 엄청 많이 생겼더라고. 우리나라 곳곳 예쁜 카페 없는 곳은 이제 어디에도 없는 듯하다. 된장찌개와 배추전으로 저녁 두둑이 먹고 예쁜 카페에 들러 차 한잔하며 한 번 더 쉰 후, 별구경 하러 다시 명사십리로 갔다.


우와와와와와와. 별이 지이이이이인짜 많다. 아이들은 이렇게 별이 많은데 대구에는 왜 한두 개밖에 없냐며 충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별이 예쁘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야 그 말이 이해가 된단다. 나도 별이 보석처럼 박혀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이나 별을 보며 좋아했다. 별자리를 알려주는 앱을 켜서 별자리도 열심히 찾아보았다. 예전엔 별자리들을 보며 말도 안 되는 그림을 그려서 굳이 그렇게 이름을 붙였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별을 보고 있으니 어떻게라도 이름을 붙여 주어 기억하고 싶었겠구나 싶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어릴 적 시골에서 본 은하수 이야기를, 나는 미국 달라스에서 타일러로 가던 밤 시골 어딘가 깜깜한 밤에 보았던 별 이야기를 앞다투어 무용담처럼 떠벌린다. 별을 보는 일이 쉽지 않은 도시인들에겐 이렇게 많은 별을 본 날이 추억이 되어 고스란히 마음 깊이 남는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날이 그렇게 기억될 것 같아 오늘이 더욱 특별하다.


숙소에 들어와 잘 준비를 하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노크를 하신다. 오늘 별이 너무 많아 별을 보여 주고 싶어서 오셨단다. 요즘은 미세먼지 때문에 완도에도 별이 그리 많지 않은데 오늘은 정말 별이 많다고 하시며…. 완도에서도 오늘은 특별히 별이 예쁜 날이었구나. 시골에서조차 별 보기가 힘들어진다니 아쉬우면서도 특별한 별 밤을 선물 받게 되어 더욱 감사한 날이다.

장보고 어린이 공원: 전남 완도군 완도읍 죽청리

장보고 기념관: 전남 완도군 완도읍 청해진로 1455

완도군 해양생태 전시관: 전남 완도군 완도읍 청해진로 1459

명사십리 해수욕장: 전남 완도군 신지면 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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