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설마 우리 사기당한 거야?

by joyfulmito

오늘의 숙소가 있는 보령까지 가는 길, 날이 어두워진다.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아이들 먹고 싶다는 간식도 사고 아들의 마스크도 다시 샀다. 산 물건들을 트렁크에 정리하는 동안 엄마가 추울까 걱정하는 아이들의 말들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엄마는 씩씩하게 “괜찮아, 괜찮아”하며 짐을 뚝딱뚝딱 정리하고는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아이들 덕분에 엄마는 피곤해도 더 씩씩해진다.


트렁크뿐 아니라 내 마음도 풍족하고 채운 후 여유롭게 펜션 앞에 도착했는데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펜션은 불이 꺼진 듯 어둡고, 건물에 걸린 ‘펜션 임대’라는 현수막만 마구 소리를 지르듯 큰 소리를 내며 펄럭인다. 헉. 설마 우리 사기당한 건가. 어쩐지 싸더라. 순간 눈앞이 캄캄하다. 이 밤에 갑자기 숙소가 없으면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로 가야 하나. 놀란 마음에 먼저 들어가서 확인해 보기 위해 나 혼자 차에서 내렸다. 차 문은 잘 잠가 두고 조심스럽게 어두컴컴한 펜션 문을 밀었다. 다행히 문은 열리고 작은 불빛도 어슴프레 보인다. 프런트에는 아무도 없지만, 전화번호 하나가 남겨져 있다. 여전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전화번호를 누른다. 나의 모든 걱정을 날려 버릴 상냥한 아주머니께서 전화를 받고 내려오셨다. 휴. 다행이다. 괜히 걱정했네. 아이들을 데리러 가서 힘차게 “들어가자” 하니 아이들도 한숨을 내쉬며, “아... 다행이다.” 한다. 아이들 앞에선 걱정을 내비치지 않으려 했지만, 엄마의 감정을 그대로 읽어버린 아이들도 간 졸이고 있었나 보다. 밖은 깜깜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펜션 안으로 들어간 엄마는 빨리 나오지 않으니 걱정이 되기도 했겠다. 아무튼 다행이다.


짐을 나눠 들고 씩씩하게 숙소에 들어왔다. 복층이라 공간도 넓고 방은 따뜻하다. 저렴한 숙소라 아쉬운 것도 있고 낡기도 했지만 우리는 부족함에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불편해도 참아내고 적응하며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는 법을 배운다.

전기밥솥에 밥을 안쳐두고, 순두부찌개를 보글보글 끓이고 호박전도 맛있게 부쳐낸다. 프라이팬은 낡아 전이 들러붙고 도마도 없어 불편하지만, 전기밥솥이 있는 게 어디냐며 불평 없이 저녁상을 차려냈다. 다음 날 아침은 심지어 떡볶이 떡으로 떡국을 끓여냈다. 부족한 게 많으면 창의력이 샘솟는다.


따뜻한 방에서 하루 종일 꽁꽁 얼어붙은 몸을 녹이며 따뜻한 찌개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신나게 먹었다. 하루를 신나게 잘 놀았던 아이들은 여전히 기분이 좋다. 함께 내일 일정을 의논하고 한 자리에 누웠다. “나는 엄마가 좋아요.” 하며 엄마를 안아 주는 아들 덕에 오늘 하루의 모든 피곤은 눈 녹듯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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