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엄마 눈엔 너희만 보여

by joyfulmito

다음 날 아침, 옆 건물 공사 소리에 눈을 뜨고도, “아~ 잘 잤다. 기분이 좋아. 그런데 나는 매일 잘 자는데?” 하는 아들의 들뜬 목소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른 아침 시끄러운 공사 소리로 인한 짜증 따위는 한 방에 날아간다.


오늘 계획된 새로운 도전으로 모두가 들떠 아침을 맞았다. 여행 위시 리스트에 적어둔 짚라인. 짚라인은 여러 군데 있었지만, 겨울이라 하지 않는 곳도 있었고 가는 곳마다 기회가 잘 맞지 않았더랬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숙소 앞 대천해수욕장에서 기회를 만났다. 어젯밤 표를 예매하기 전에 “내일 날씨 엄청 추운데 우리 이거 탄다고 하면 아빠가 걱정하시겠는데? ”하니, 아이들은 이구동성 “그럼, 내일 타고나서 이야기하자.” 한다. 푸하하하. 이럴 땐 엄마도 아이들과 한마음이다. 다들 추워도 괜찮단다. 나 역시 괜찮다.


오늘도 역시나 뚝딱뚝딱 간단히 체크아웃을 마치고 대천해수욕장으로 갔다.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미세먼지도 걷혔는지 오랜만에 하늘도 새파랗다. 높은 전망대 앞에서 “괜찮겠어?”하고 물으니 아들이 잠시 망설이더니, “응, 탈 수 있어.” 한다. 무서운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딸은 오히려 엄마를 걱정하며 “엄마, 괜찮겠어?”하고 묻는다. “응, 괜찮아. 타자.” 장비를 채우고 높은 전망대에 섰는데 경치가 너무 좋아 무섭다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는다. 조금은 걱정이 되어 장비 한 번 더 점검해달라고 부탁하긴 했지.


드디어 출발이다. 아이들은 무게가 덜 나가서 둘이 같이 타고 나는 그 옆에 나란히 날아간다.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줄에 둘이 대롱대롱 매달려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나도 열심히 손을 흔들며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지 못하는 게 속상하리만치 아쉽다. 마음에 꼭꼭 담아두어야지. 멋진 풍경은 뒤로 젖혀두고 귀엽고 예쁜 내 새끼들만 쳐다보다 도착점에 닿았다. 행복한 아이들의 함박웃음이 내 시선을 모조리 빼앗아 멋진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도착점에 내리며 아이들의 방방 뜬 목소리. “진~~ 짜 재밌었어.”, “하나도 안 무서운데?”, “TV에 나오는 건 다 오버였네.” 하며 처음 탄 짚라인에 대한 소감을 늘어놓는다. 나도 정말 재밌었어. 그제야 아빠에게 인증 샷을 띄운다. 음하하하


대천해수욕장에서 모래도 담고, 조개도 줍고, 물수제비도 뜨며 열심히 놀고 난 후 점심을 먹으러 간다. 보름째 매일 한 끼씩 사 먹으니 이제 사 먹고 싶은 메뉴도 없다. 외식 좋아하는 딸까지도 사 먹는 음식에 질린다고 하다니. 맛집이라고 찾아가도 정말 맛있는지도 모르겠고. 여행이 음식 못하는 엄마의 집밥도 그리워하게 만드는 부수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컸을 때 그리워할 엄마 음식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는데, 엄마의 요리 실력과 상관없이 집밥은 그리워지게 되는 건가 보다. 누군가가 그리워할 집밥을 오늘도 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오늘 저녁엔 뭘 해 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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