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yfulmito Mar 10. 2022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궁남지의 일몰이다. 엄마 따라다니며 일몰을 무수히 많이 봐서 아이들에겐 지루한 일정이 될 수도 있지만 엄마는 여전히 노을을 좋아한다. 아무리 많이 봐도 질릴 수가 없다. 일출도 좋아하지만, 일몰에는 일출과는 또 다른 포근함이 있다. ‘오늘 하루, 수고했어’ 하는 하늘의 토닥임. 그 아름다운 토닥임을 나는 무척이나 사랑한다. 특히나 여행 중 아름다운 장소에서는 그 아름다움을 증폭시켜주는, 아름다움의 절정을 찍는 일몰의 순간을 무척이나 고대한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일몰을 기다리기 위해 궁남지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 음료와 파이를 이제 막 먹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해가 곧 떨어질 것만 같다. 음식을 그대로 둔 채 재빠르게 목도리, 모자, 장갑, 마스크로 무장을 하고 궁남지로 연결되는 카페 뒷문을 통해 급히 궁남지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일몰 풍경이 너무 예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춰 곳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러다 문득 저 멀리 연못 다리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저기가 일몰이 예쁜가 봐.” 하니 “엄마, 해 떨어지려고 해. 뛰자.” 하더니 딸이 먼저 뛰기 시작한다. 일몰을 보려고 이렇게 뛰는 건 또 처음이네. 헉헉거리며 다리에 도착했는데 정말 일몰이 예술이다. 보령에서 일몰 보려다 날이 흐려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일몰을 보게 되었구나. 바다뿐 아니라 호수의 일몰도 너무너무 예쁘다. 엄마가 “아~ 기분 좋아.” 하며 깡충깡충 뛰니 아이들도 덩달아 깡충깡충 뛴다. 그 모습에 엄마는 더 신이 난다.
기분 좋게 구경하며 실컷 사진도 찍고 나니, 카페에 두고 온 음료 생각이 났다. 손님이 많지 않은 평일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죄송한 마음에 눈치를 보며 살그머니 카페로 들어가 앉았다. 커피가 다 식어도, 스무디가 다 녹아도 괜찮다. 추운 날 따뜻한 곳에서 일출을 기다리고, 차가운 몸을 녹이며 쉬어갈 수 있어 감사하다.
유명 맛집을 찾아가 배가 터지도록 족발을 맛나게 먹으며 내일 일정을 의논했다. 남편이 다음 주에 갑자기 해외 출장을 가게 되어 이번 주말엔 우리가 남편이 있는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다. 아직 계획했던 서해 여행지가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서울에서 며칠 쉬고 내려오며 다시 계획했던 장소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처음 계획했던 것에서 수도 없이 계획이 수정되고 바뀌지만, 꼭 해야 하는 일 없이 매일매일 또 다른 내일을 계획할 수 있어 재미있다. 언제 이만큼이나 커서 엄마와 함께 여행 일정을 의논하고 있는 아이들이 한없이 든든하다.
매일 다른 숙소를 알아보며 떠돌다가 며칠 동안은 숙소 걱정 없이 우리 공간에서 쉴 생각을 하니 또 마음이 편하다. 내일은 우리가 아빠한테 가자.
궁남지: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at267 카페: 충남 부여군 부여읍 서동로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