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엄마도 탈 거야

by joyfulmito

이틀은 쉬었으니 오늘은 다시 나들이를 나가 볼까 하며 인터넷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심사숙고 끝에 고른 오늘의 스케줄은 양재천에서 얼음 썰매를 타기! 시골 로컬들이나 즐길 수 있을 만한 이런 놀이를 제공하는 곳이 가장 번화한 큰 도시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어릴 적 시골에 살았던 나도 포대 눈썰매는 타 봤지만, 얼음 썰매 경험은 전무하니 얼음 썰매는 현대에 과연 만나기 쉽지 않은 놀이인 듯하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시골스러운 나들이라니.


늦은 아침을 먹고 여유롭게 집을 나섰다. 남편이 어젯밤 주차를 하고 넓은 지하주차장에서 내가 차를 못 찾을까 봐 기둥 번호까지 사진을 찍어 보내주며 지하 4층이라고 했는데, 아무리 아무리 찾아봐도 차가 없다. 넓고 넓은 주차장에서 한참을 헤맨 후 결국엔 지하 3층에서 차를 찾았지 뭐야. 이럴 때 보면 우리 남편도 허당끼 장난 아니지만, 진정한 허당인 나야 이런 거 충분히 이해한다. ‘차가 밤사이 심심해서 놀러를 갔네요.’ 쿨하게 문자 하나 넣어 두고 신나게 놀러 갑니다.


양재천 얼음썰매장 근처에 주차를 한 후 카카오 맵에 주소를 찍고 성실하게 지도를 따라갔는데 완전히 엉뚱한 곳이 나왔다. 이게 뭐람. 가까운 거리를 빙빙 돌았다. 아침부터 길 찾기 되게 힘드네. 이런 상황에선 아이들이 다리 아프다고 불평을 쏟을 만도 한데, 여행 중에 이런 상황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불평 없이 길을 찾기 위해 함께 힘을 모은다. ‘엄마도 처음 오니까 그렇지.’하던 변명도 이제 내뱉을 필요가 없어졌다. 길을 헤매면서도 “엄마, 여기 버스에는 학원이나 공부에 대한 광고밖에 없어.”라고 말하는 딸은 주변을 관찰하며 나름의 여행을 즐긴다. 대치동다운 풍경이 관찰력 뛰어난 딸의 눈에 포착된 모양이다.


드디어 저 멀리에 썰매장이 보인다. 신이 난 아들이 내달리기 시작한다. 네가 이거 좋아할 줄 알았지. 썰매 대여료 1000원만 내면 마음껏 탈 수 있는 착한 놀이터다.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도 처음일 정도니 아이들에게는 진정한 신세계다. 나도 타겠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어른은 아무도 안 탄다며 엄마를 말린다. 그 말에 소심해져 썰매는 2개만 빌리고 아이들 사진을 찍어 주며 서 있었지만, 왕성한 호기심이 도저히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엄청나게 타보고 싶어. ㅎㅎㅎ 결국 “엄마도 한 번만 타보자” 하며 딸의 썰매를 빌렸다. 작은 썰매에 다리를 구겨 자리를 잡고 앉아 썰매 스틱으로 얼음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우와~~~~~ 진. 짜. 재미있다. “엄마도 탈 거야.”하며 바로 썰매를 하나 더 빌려왔다. 엄마가 같이 타니 아이들도 더 신이 났다. 거봐. 같이 타야 더 재미있지. 왜 말린 거야! 신나게 얼음을 밀어내며 얼음 위를 달린다. 하지만 엄마의 약점. 신나게 타다 보니 힘들다. 하하


지친 나와 딸은 먼저 얼음판에서 퇴장하고 체력 좋은 아들은 혼자 더 타겠다며 얼음판을 열심히 달린다.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간식도 먹고 딸은 대기실에서 만화책 삼매경에 빠졌다. 아들이 지칠 때까지 기다려주고 싶지만, 아들은 도통 지칠 줄을 모른다. 도리어 기다리기에 지친 우리는 허기지기까지 해서 아들을 끌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릴 적에도 놀이터에서 아무리 오래 놀아도 지치는 법이 없던 아들은 여전히 놀다 지치는 법도, 배고픈 법도 없다. 그래도 어릴 적 더 놀겠다며 우는 녀석을 그대로 안고 집에 오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나 신사적이다. ‘우리 배고파서 이제 가야겠어’ 한 마디에 아쉬움을 접고 쿨하게 우리를 따라나선다. 잘 놀았지. 집에 가서 맛난 거 먹고 푹 쉬자. 오늘도 재미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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