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yfulmito Mar 16. 2022
형님이 챙겨주신 불고기 덕분에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남편의 서울 집 근처에 있는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20분 전에 도착했는데 벌써 사람들이 무척 많다. “엄마, 교회가 진짜 커.”, “ 사람이 진짜 많아.” 아들이 엄마 귀에 속삭인다. 시골 사람이 서울 구경 온 것 같아. 다른 곳도 아닌 교회에서 촌티를 팍팍 낸다.
오후에는 서울에 사는 대학 친구를 만났다. 각자 아이들은 남편에게 맡겨놓고 오랜만에 우리끼리 만나기로 했지. 그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만나기도 하고 가족들이 다 같이 만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이렇게 우리끼리만 만나고 싶었다. 대학 시절엔 개콘의 온갖 유행어를 따라 하며 나를 엄청나게 웃겨줬던 친구인데, 지금은 그런 것들 따라 하지 않아도 평범한 사는 이야기에 쉴 새 없이 깔깔댔다.
친구의 개그로 깔깔 웃던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힘들어서 함께 울던 시간도 많았다.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며 같이 울고, 학과 공부가 힘들어 같이 헤매고 형편없는 점수에 같이 좌절하기도 했고, 짝사랑으로 마음 앓이 하며 울기도 했다. 임용 공부를 하는 동안 힘들기도 했고, 진로를 고민하면서 힘들어하기도 했더랬다. 힘들었던 때마다, 좌절했던 순간에도 늘 함께였기에 웃을 수 있었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힘들었던 모든 시간은 덮어버리고 즐거웠던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도 친구가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영어교사, 번역가라는 첫 번째 꿈을 이루었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에 골인해 사랑스러운 아들, 딸을 둔 꽤 안정된 중년의 아줌마들이 되었다. 학교에서 진로 상담을 하며 가장 많이 써먹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너라는 걸 넌 모르겠지. 그렇게 자랑스러운 친구 덕분에 나의 모습도 조금 더 자랑스럽게 성장할 수 있었다. 여전히 힘든 순간이 있고, 고민되는 것들이 많아도 친구와 마주 앉으면 20대로 돌아간 듯 또다시 깔깔대며 웃을 수 있다.
저녁을 먹고 나는 또 자유 시간을 즐기러 나섰다. 가족들을 집에 남겨두고 홀로 차를 몰아 동대문 시장으로 갔다. 오랜만에 홀로 쇼핑가는 길. 기분이가 좋지요. 서울 야경도 홍콩 야경에 뒤지지 않겠다고 감탄 감탄을 하며 동대문 시장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차 위치와 건물 이름은 사진을 찍어 저장해두었다. 자... 이제 쇼핑 한번 해 볼까? 난 혼자 쇼핑하는 걸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랑 같이 가면 옆 사람이 신경 쓰여서 실컷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쇼핑에 집중할 수가 없다. 쇼핑도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라 멀티태스킹은 힘들다.
점원들이 자꾸만 중국어로 말을 걸어 난감하다. 내가 중국인같이 생겼나 싶었는데, 여기엔 중국인 손님도 많지만 중국인 점원들도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내가 이방인인지 그들이 이방인인지 헷갈린다. 열심히 쇼핑에 몰두하다 보니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마음 같아서는 밤새도록 돌아다니고 싶지만 엄청나게 자제해서 두 손 가득 옷 봉투를 들고 2시간 만에 차로 돌아왔다. 11시. 집으로 돌아가자. 누가 12시까지는 들어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신데렐라처럼 급하게 쇼핑몰에서 퇴장한다. 글쎄. 왠지 오늘 안에는 집에 들어가야 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남편 덕에 오늘은 혼자 실컷 놀았네. 육아휴직을 하고 어린아이들을 키우던 시절에도 가끔은 이렇게 기분 전환을 하곤 했었다. 주말에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혼자 시내에 나가서 커피 한잔하고, 소소한 것들을 사며 쇼핑하고 들어오면 신이 나고 지친 마음은 사라지고 그랬지. 추억 돋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