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yfulmito Mar 16. 2022
여유로운 토요일 아침, 아이들은 눈을 뜨자마자 게임을 하기 위해 아이패드를 찾는다. 일주일에 한 번, 20분만 허용하다 보니 기다림이 더 간절하다. 여행 중에도 아이들에겐 절대 잊을 수 없는 주말의 첫 일과다. 이 짧은 시간 때문에 주말을 눈 빠지게 기다리면서도 허용된 시간 약속을 잘 지켜주니 기특하고 고맙다. 짧은 시간의 아쉬움은 서로의 게임을 보는 것으로 달랜다. 앞으로 게임 시간이 더 길어지긴 하겠지만, 게임 시간을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조금 더 어릴 때 길러주고 싶다. 게임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전에 좀 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보고 다양한 재미를 알아가게 해 주고 싶다. 친구들은 훨씬 더 자유롭게 게임을 하기 때문에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불만도 없지 않지만, 엄마의 이런 마음에 공감하고 동의해 주니 고맙다. 내년엔 시간을 조금 더 늘려주긴 해야겠다.
오늘은 쉬는 날로 정했으니 특별한 일정도 계획도 없다.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빨래방에서 빨래를 돌려놓고 쉰다. 요즘은 빨래방도 너무 예쁘네. 예쁜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에 발맞추어 어딜 가나 이렇게 좋은 공간들이 늘어나니 집 나온 지 오래된 우리도 곳곳에서 편안한 휴식을 누릴 수 있다. 마침 다른 손님도 없으니, 카페를 통째로 빌린 것처럼 편안하고 자유롭다. 엄마는 그림을 그리고, 딸은 클레이로 슬라임을 만들고, 아들은 축구를 보고, 아빠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갖는다. 여유롭게 각자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이런 시간도 참 좋다. 취미 부자인 우리 가족은 같은 공간에서 이렇게 각자의 시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나에게는 귀한 시간이다.
이번 주 딸의 생일날 아빠는 출장을 가고 없을 테니, 아빠가 있을 때 미리 생일 파티를 함께 하기로 했다. 어제저녁엔 다이소에 들러 동생이 사주는 선물을 직접 고르고, 오늘 점심 메뉴도 직접 골랐다. 1년에 한 번,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하는 날. 모든 선택권과 우선권을 거머쥐게 되는 날. 모든 일에 주인공이 되는 날. 바로 생일이다.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샤브샤브를 배 터지게 먹고 나니 쉴 곳이 필요하고 마침 그 옆에 도서관이 있다. 아이들은 또 신나게 만화책 삼매경이고 남편은 잠시 산책하고 와서는 아이들 옆에 앉아 눈을 붙였다. ‘도서관에서 자는 잠이 원래 달콤하지.’ 했더니, 남편이 대학교 다닐 때 내가 도서관에서 많이 자기로 유명했다고 놀린다. 쳇. 내가 잠이 좀 많은 편이긴 하다. 고등학교 야자시간에도 많이 자기로 유명했었다. 교사가 된 이후에도 퇴근만 하고 오면 뻗어서 한숨 자고 일어나곤 했지. 그러고 보니 난 예전보다 지금이 더 건강해진 것 같다. 정말 저질 체력이었는데. 아이들이 책을 읽는 동안 도서관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옆에서 책을 보던 귀여운 아이가 “그림 잘 그리시네요.” 하며 나를 칭찬해 준다. 꽤 나 어른스럽고 의젓한 표정을 한 아이의 진지한 칭찬이 너무나 귀엽다.
작은 형님께서 저녁 식사에 초대해 주셔서 분당으로 향했다. 푸짐하게 저녁 얻어먹고 안마 기계로 몸도 풀고, 퍼질러져 쉬다가 올 때는 친정에 온 것 마냥 온갖 반찬, 과일, 간식거리를 받아 차에 잔뜩 실었다. 여행 중에 먹으라고 냉장고에 있는 것, 없는 것 다 꺼내 담아 주신다. 늘 그러시듯 맛있는 거 사 먹으라며 아이들 손에 용돈도 꼭 쥐어 주신다. 동생이라고 늘 이렇게 받기만 하면 어쩌나. 덕분에 몸도 마음도 잘 쉬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