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서울을 떠나 여행을 시작한다. 아침부터 꼼꼼하게 짐을 꾸리고 먹거리도 아이스박스에 야무지게 넣어 집을 나서니 칼같이 11시다. 체크아웃 시간에 너무 익숙해졌나 보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인천이다. 인천공항 외에는 인천에 가본 적이 없어서 이번 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 중 하나다. 서울을 빠져나와 인천을 향해 간다. 역시 서울은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다. 차가 많아도 너무 많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운전에 집중한다. 인천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대형트럭들이 많아서 운전하기가 겁이 난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공항, 항구와 대형 물류단지를 가진 도시의 위엄이 느껴진다. 괜찮아. 쫄지마. 쫄지마.
우선 차이나타운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맛집을 찾아보긴 했지만 모두 비슷한 듯해서 눈에 먼저 띄는 집에 들어가 버린다. 사실 나는 여행지에서 맛집을 찾는 게 힘들다. 평소에는 새로운 식당과 카페에 찾아가는 걸 좋아하지만 여행지에서 식당 정보까지 찾기는 너무 버겁다. 발걸음 닿는 대로 움직이는 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물론 꼼꼼히 찾아보고 가지 않아서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긴 하다. 우리가 들어간 식당에는 딤섬 종류가 많지 않아서 아쉬웠지. 하지만 성격상 그렇게 꼼꼼하게 조사하는 건 힘드니까 적당히 조사하고 적당히 만족하며 나만의 여행을 만들어간다. 샤롱바오와 새우 샤롱바오 그리고 백 짜장면을 시켜 맛나게 점심을 먹었다. 나는 뭐 그리 뛰어난 미식가가 아니라 웬만하면 다 잘 먹고 만족하는 편이다. 사람은 다 자기 성격대로 살기에 알맞게 지어졌나 보다.
빨강 빛깔로 물든 차이나타운을 돌아다니며 딸램은 팔찌도 하나 사고, 아들은 목검을 하나 샀다. 소소한 쇼핑이 여행에서 또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지. 물론 맛있는 간식도 빠질 수 없다. 탕후루도 먹어보고 화덕 만두도 하나 사서 나눠 먹었다.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고 나름대로 맛 평가도 하며 배를 빵빵하게 채우고 차이나타운에 작별을 고한다.
다음 장소는 월미도. 바다다! 바다는 언제 봐도 좋지. 새우깡으로 먹이 주시는 분 덕분에 갈매기 구경을 실컷 했다. 새우깡은 너무 잘 만든 식품인 듯하다. 진짜 새우가 들어가지도 않았을 텐데 갈매기들이 그렇게 좋아하더라. 날아가면서도 얼마나 잘 잡아채 가는지. 갈매기들이 공중에 줄을 서서 차례대로 받아먹는 것 같이 보인다. 배가 출발하면 사람들이 주는 새우깡을 먹으려고 배 옆에서 잔뜩 대기하고 있던 마산 갈매기들의 진귀한 풍경이 떠오른다. 새우깡의 인기는 인천에서도 하늘을 찌르는구나. 해외 갈매기들도 새우깡을 좋아할까? 문득 엉뚱한 궁금증이 생긴다.
이런 놀이공원에 오면 풍선 다트 던지기 같은 거 해 보고 싶지요. 아들이 다트를 열심히 던지고 도저히 뭔지 모를 형체의 인형을 하나 받았다.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다트 던지기와 묘하게 잘 어울리는 인형이다. 머지않아 쓰레기가 될 듯 하지만 아들은 다트 던지기의 전리품이라 뿌듯하게 들고 다닌다. 놀거리가 많지 않은 여행 중엔 좋은 친구가 되어 줄지도 모르겠다. 관람차를 탈까 했는데 놀이기구 좋아하는 딸이 오늘은 어지러워서 못 타겠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다고 아침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었구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도 열심히 따라다니며 여행에 참여하고 있었네. 이럴 때 많이 컸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왠지 짠하다. 일찍 숙소에 들어가 쉬자. 오늘은 이만하면 충분해.
숙소에 들어오니 서서히 해가 저물어 간다. 내가 좋아하는 일몰 풍경이 보이는 곳이라니. 기찻길 뒤편 아파트 숲으로 해가 떨어진다. 기찻길 옆이라고 엄마는 또 철없이 좋아한다. 시끄러울 것은 걱정도 않고 기찻길 풍경이 예쁘다며 지나가는 기차에 손을 흔들며 신이 났다. 내가 생각해도 참 철없는 어른이다. 아이들도 복층에 소파와 책상까지 있다며 숙소를 마음에 들어 하니 더 기분이 좋다.
숙소에 전기밥솥은 없지만 이젠 냄비 밥도 문제없다. 깻잎 전와 떡갈비를 굽고 갖은 야채를 넣은 미소 된장국으로 푸짐하게 저녁 식사를 마쳤다. 일찍 집에 들어와서 쉬기로 해놓고선, 저녁을 먹고 나니 심심하다며 마트에 갔다. 내일은 뭘 해 먹을까 같이 고민하며 우유, 베이컨, 오이, 당근, 딸기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장을 보고 나니 바로 옆에 보이는 아울렛까지 들러 딸램 원피스도 하나 샀고. 물론 그 짧은 쇼핑에도 아들은 완전히 지쳐 버렸지. 이제 진짜 들어가서 푹 쉬자. 이번엔 진짜 휴식이다.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 26번길 12-17
월미도: 인천 중구 북성동 1가 98-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