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엄마, 섬에 갇히면 어떡해

by joyfulmito

제부도에 가보기로 했다. 제부도는 물때를 잘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오늘 제부도의 길이 열리는 시간은 7시 45분부터 오후 4시 25분. 그 시간을 놓치면 밤 8시 이후에야 다시 길이 열린다. 그렇다고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서긴 힘들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고 나오니 오늘도 역시 11시다.


섬에 들어가기 전에 점심을 먼저 준비하기로 했다. 섬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회와 조개구이 같은 해산물이 대부분이지. 해물을 좋아하지 않는 아들 때문에 바닷가에서 식사를 할 때는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제부도에서도 우리가 먹을 음식은 마땅찮은 듯하여 오늘은 아들이 좋아하는 김밥을 사 가기로 했다. 인천에서 유명한 김밥집 앞에 다다르니 김밥을 사려는 차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주차를 하고 김밥을 사 오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어쨌든 성공적으로 점심 준비를 마치니 마음이 든든해진다.


가는 길에 길을 좀 헤맸더니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 제부도에 도착했다. 하루에 두 차례 사라졌다 드러난다는 길을 따라 제부도로 들어갔다. 제부도에 들어가자마자 김밥을 먹을만한 장소를 물색한다. 봄이나 가을이라면 돗자리라도 펴고 소풍 기분 내며 김밥을 먹겠지만, 겨울 여행 중엔 불가능한 일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바다가 보이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김밥을 꺼내 먹었다. 자리는 좀 불편하지만, 경치만큼은 어느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다. 게다가 줄 서서 먹는 유명 김밥답게 맛도 일품이다.


엔 칼바람이 불지만 맛있는 김밥으로 배도 두둑하게 채웠으니 이 정도 추위쯤이야 가소롭지요. 아이들은 바닷가를 뛰어다니며 엄청 신이 났다.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두 아이가 아기새처럼 너무너무 귀엽다. 아이들과 여행을 하면서 가장 흐뭇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엄마의 사진 찍기 놀이에 모델 역할도 충실하게 해 준다. 핫플답게 제부도에는 예쁜 조형물들이 많아 다양한 컨셉으로 사진 찍기 놀이가 가능하다. 아이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재미난 포즈를 선보인다. 그렇게 실컷 놀고 나니 조금은 더 따뜻한 곳이 필요하다. 칼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야외에서 신나게 놀았지만 무한정 칼바람을 맞을 수는 없는 일이다.


검색해 둔 카페를 찾아갔더니 문을 닫았고, 또 다른 곳을 찾아갔지만 역시 문을 닫았다. 그렇게 헛걸음을 반복하며 세 번째로 찾아간 카페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비수기에 평일이다 보니 문을 닫은 곳이 많은가 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카페도 손님은 우리뿐이라 카페 전체를 우리가 빌린 듯하다. 바로 앞에는 바다가 보이고 카페 내부는 아늑하고 아기자기하다. 철 지난 크리스마스 장식도 우리의 기분을 한껏 돋운다. 아이들은 보드게임을 꺼내왔고 나는 그림을 그렸다. 이제 막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초조해진 아들이 계속해서 시간을 묻는다. 섬에 갇힐까 걱정이 된단다. 엄마는 더 앉아 있고 싶지만, 아들이 그렇게 초조하다는데 엄마만 여유를 부릴 수는 없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딸은 바로 앞 바닷가에 나가 모래를 한 병 담았다. 그 사이에도 아들은 빨리 오라고 성화다. 걱정 마라 아들아. 우리 지금 간다.


바닷길이 닫히기 1시간이나 전에 섬에서 빠져나왔어. 이제 길은 건넜으니까 우리 여기서 좀 더 놀다 가도 되지? 팔짝팔짝 뛰어가는 엄마를 보고 딸은 “엄마 놀이공원에 온 애 같아.” 한다. 엄마가 좀 철이 없나? 그래도 기분이 너무 좋은 걸 어떡하니?


여행 중반에 불편하고 힘들어서 집에 가고 싶다던 딸도 “불편해도 여행을 하는 게 좋아.” 하며 즐거워하니 고맙고 다행스럽다. 불편함도 잘 참고 25일간의 여행이 무사히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으니, 대견하고 기특하다. 제부도를 나와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태안으로 향한다.

제부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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