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새를 향한 꿀 떨어지는 시선

by joyfulmito

숙소 근처에서 점심 먹을 곳을 찾아보는데, 주변에는 굴밥과 굴 칼국수집뿐이다. 굴이 제철이기도 하고 굴이 유명한 곳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아이들이 굴을 안 먹으니 갈 만한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결국엔 바지락 칼국수와 굴 파전을 시키고 아이들에게는 바지락과 굴은 건져내고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얼마나 인심이 후한지 바지락과 굴을 건져내고 빼내도 끝이 없다. 나야 굴전도 바지락 칼국수도 좋아하니 맛나게 먹었지. 예전 같으면 굴 냄새만 나도 먹지 않을 텐데 굴을 빼내고라도 열심히 먹으니 기특하다. 딸은 바지락과 굴에도 도전해 보며 조금씩은 맛을 본다. 그리고 굴보다는 바지락에게 조금 더 나은 점수를 매기고 바지락 칼국수를 말끔하게 해치웠다.


오늘 우리가 갈 장소는 서산 버드랜드다. 추운 겨울날에 실내 여행지를 찾는 우리에게 버드랜드는 볼거리가 다양한 아주 좋은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철새 박물관에 들어서자 해설사님께서 너무나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다. 우리끼리 둘러봤다면 10분 만에 휙 둘러보고 나왔을 텐데 덕분에 꼼꼼히 관찰하고 찾아보며 전시실을 둘러볼 수 있었다. 해설사님의 설명과 질문에 아이들은 책에서 봤던 모든 기억을 끄집어내어 새로운 지식과 퍼즐을 맞춘다. 다양한 새들의 박제 중에 책에서 봤던 새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나라에 오는 철새만 해도 이렇게 종류가 많구나. 철새 박물관은 물론이고 전망대에서도, 기획 전시실에서도 일하시는 분들이 정말 새를 사랑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새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그 이야기들에 새를 향한 애정이 뚝뚝 떨어지신다. 덕분에 별 관심 없던 우리도 새를 좋아한다는 착각이 들고 만다. 사실 그들의 애정에 발맞추기엔 우리의 애정이 턱없이 부족하긴 했지만 말이다. 여행지에서 해설가를 종종 만나지만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들은 설명을 얼마나 우리가 기억을 하며 살아가게 될까? 거의 대부분은 잊어버리겠지. 하지만 이들의 일에 대한 열정, 새에 대한 꿀 떨어지는 시선은 잊히지 않을 거다. 이분들 덕분에 버드랜드의 추억이 달달함으로 기억될 것 같다.


새와 관련된 다양한 미술작품들도, 사진들도 모두 새에 대한 흥미를 북돋우는데 아주 아주 효과적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일품이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천수만에서 다양한 철새를 보지 못했다는 거다. 예전 주남 저수지에서 봤던 것처럼 많은 새를 구경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천수만에서는 진짜 새를 보기는 쉽지 않았다. 천수만이 워낙 넓어 새들이 흩어져 있고 전망대가 천수만과 거리가 꽤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리고 새가 많이 모일 시기는 11월이라는데 우리가 갔던 1월은 원래 새가 많이 없는 시기이기도 했던 거지.


버드랜드에서 열심히 설명을 듣고 나니 좀 피곤해지기도 해서 카페에서 당 충전을 하기로 했다. 아이스크림과 브라우니, 카페 라떼를 차려놓으니 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카페에 앉아 맛있는 디저트로 에너지를 채우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엔 일몰 이후의 바다가 너무나 예쁘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 아주 당연하다는 듯 차를 세우고 해변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일몰을 배경으로 장풍 사진을 찍겠다고 팔짝팔짝 뛰며 다양한 모습을 연출한다. 여행하는 동안 사진 찍기 놀이에 푹 빠진 아이들이 가는 곳마다 멋진 장면을 많이 만들어 낸다. 이런 놀이와 사진들이 또 다른 추억이 되겠지. 25일 동안 곳곳을 함께 누비며 우리는 많은 추억을 공유하는 추억 부자가 되었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서산 버드랜드: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로 655-73

보령 우유창고: 충남 보령시 천북면 홍보로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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