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oyfulmito Mar 26. 2022
여행 마지막 날이다 보니 이동 경로가 꽤 길었다. 서산에서 출발해 공주에서 하루를 보내고 대전 바로 위(행정구역상으로는 청주)에 잡아둔 숙소까지 간다. 저렴하고 너무 좋은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어서 거리가 있긴 하지만 마지막 숙소는 청주에 잡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어두워졌는데 아직도 숙소를 찾아 헤매고 있다. 밖은 어둡고 시골길은 찾기 힘들어 예민한데 두 아이가 기분이 너무나 좋은 나머지 오늘따라 심하게 떠든다. 몇 번이나 주의를 받다가 결국은 혼이 한바탕 나고서야 잠잠해졌다. 불쌍한 녀석들. 하지만 떠들 타이밍은 아니었어. 미안.
너무너무 예쁘고 아늑한 숙소에 도착했다. 멀리까지 온 보람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락방과 마당만 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데 사진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아늑하고 풍족하다. 오기 전에 고기 구워 먹어도 되는지 여쭸었는데 고기 맛있게 구워 먹으라고 팬도 새로 사 두셨단다. 감동이에요. 내일 아침에 먹으라고 갖가지 빵과 과일까지 푸짐하게 갖다 주셔서 송구스러울 정도다. 얼마나 친절하고 인정스러우신지...
창을 여니 별이 반짝반짝 빛난다. 우리 여행의 마지막 날, 이 숙소는 마치 선물 같다. 딸의 생일날 저녁 만찬을 위해 오는 길에 사 온 홍성 한우를 푸짐하게 구워 먹고, 주인아주머니께서 준비해주신 원두를 갈아 커피도 마시고 새콤달콤한 귤도 까먹으며 숙소에 있는 책도 재미나게 본다. 오랜 여행을 마무리하기에는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다. 모든 게 너무나도 풍족하고 감사한 밤이다.
마음에 쏙 드는 숙소에서 잘 자고 일어나니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예쁜 햇살이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산 너머로 눈부시게 노오란 해가 고개를 내미는 시골 풍경이 정답기 그지없다. 아침에 씻고 나오니 두 아이가 서로 원두를 갈겠다고 싸우며 완성된 커피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소소하게 싸우더라도 알아서 교통정리해내는 기특한 아이들이 내어준 모닝커피 한잔을 마시며 사과를 오물오물 먹으며 딸램이 열심히 스크램블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다. 물론 짐 싸기는 이제 껌이라 후다닥 짐 꾸리기를 끝내고 주인아저씨께 감사 인사도 드리고 집을 나섰다. 집에 오는 길 상주에 들러 점심을 먹고 커어다란 곶감도 한 봉지 산 후 드디어 대구로 향했다.
25박 26일의 여행이 이렇게 막을 내리는구나. 겨울이라 아이들이 아플까 하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여행을 마무리하게 되었구나. 여행 중 불편함도 잘 참아주고 엄마와 함께 여행을 즐겨주어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 둘이서 티격태격하면서도 재미있게 잘 놀아 주어 또 고맙고. 나중에 자라서 둘은 할 얘기가 많겠다 싶어 흐뭇하기도 하다. 여행 중 두 아이가 많이 자랐다. 하기 싫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 기다려줄 줄도 알게 되고, 자기의 기분과 마음을 잘 표현하게도 되었다.
나도 이렇게 숙소를 옮겨 다니는 여행으로는 내 평생에 가장 긴 여행이었는데, 아이 둘을 데리고 해냈다는 게 뿌듯하다. 물론 두 아이가 있어 더 의미 있고 재미있었지. 마지막 날 숙소 아주머니께서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시켜주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셨는데, 사실 이 여행은 아이들을 위한 여행은 아니었다. 내가 여행을 너무나 좋아하고 아이들을 두고 갈 수 없으니 함께 다닌 건데,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다니 더없이 고맙고 기쁘다.
여행 피로가 가시지 않아 여전히 온몸이 욱신대는데 다음엔 어떤 여행을 해 보면 좋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으니 나는 진정 여행가가 되어도 괜찮겠지? 엄마랑 같이 놀아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