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권토중래

1. 주식과 축구

by 조병인

주식하는 이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하나만 꼽으라면 ‘유망주(有望株)’를 드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많은 우량주(優良株) 가운데 으뜸이 유망주다.

유망주는 장차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주식을 의미하며 ‘기대주(期待株)’와 동의어다. 영어에서는 흔히 블루칩(blue chip)이라고 한다.

유망주와 기대주에서 주(株)는 그루, 그루터기, 근본, 뿌리 등의 의미를 갖는다.

그루와 루터기는 풀이나 나무 따위의 아랫동아리다. 유망주나 기대주를 ‘꿈나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이 짧은 지식만 가지고도 유망주(기대주)를 고르려면 먼저 기업의 기반을 보라는 조언의 유래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주식하는 사람들만 유망주(기대주)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 크게 발전할 가망(可望)이 많은 사람을 흔히 유망주(기대주)에 비유한다.

가망은 ‘될 만하거나 가능성이 있는 희망’을 말한다. 영어에서는 유망주(기대주)를 rising star, prospect라고 한다.

‘유망주(기대주)’의 쓰임은 한국거래소(Korea Exchange, KRX)에 상장된 주식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피아노 유망주, 바둑 유망주, 수영 유망주, 육상 유망주, 양궁 유망주, 마라톤 유망주, K-팝 유망주, 미술 유망주, 마술 유망주, 태권도 유망주, 유도 유망주, 복싱 유망주, 승마 유망주, 축구 유망주 등등


위의 용례에서 보듯이 ‘유망주(기대주)’라는 단어는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매우 폭넓게 쓰인다. 주식투자와 운동경기는 공통점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주식투자자의 일상을 스포츠 종목의 감독이 일상과 비교해 보면 거의 똑같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닮은 점이 많다.


양쪽 모두 ‘종류’ 대신 ‘종목’이라는 말을 쓰는 공통점도 둘이 많이 닮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주식 종목, 달리기 종목, 수영 종목 같은 용어는 있어도 음악 종목, 미술 종목, 요리 종목, 바둑 종목 같은 단어는 없다.


그렇다면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왜 유망주(기대주)를 좋아할까?


질문을 ‘왜 좋아할 수밖에 없을까?’ 아니면 ‘왜 좋아해야 할까?’라고 바꿔도 대답이 같을 것이다.


모두가 축구팀 감독의 일상과 주식투자자의 일상을 비교해 보면 쉽게 공감할 만한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K-리그 프로팀의 감독들은 말할 것도 없고 초·중·고교나 대학의 축구부 감독들도 재능·인성·지구력·협동심 등이 특출한 재원들을 조기에 발굴해 각광받는 스타선수로 키워서 팀의 성적에 기여하게 한다.


2002년 서울월드컵대회 때 무명의 선수지만 인성이 좋고 성실하면서 잠재력을 갖춘 김남일·김태영·박지성·설기현·송종국·이영표··이운재·최진철 등을 국가대표로 발탁해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이 대표적 사례다.


마찬가지로 주식투자를 하는 이들도 지명도나 역사보다 수익모델·재무상태·지배구조·신규투자·경영진 등이 우수한데도 시장에서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였다가 가격이 오르면 매도하여 수익을 거둔다.


소액의 종자돈을 거액으로 불려서 주식투자자들 사이에 ‘슈퍼 개미’로 통하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강방찬·강인구·김정환·남석관·박영옥·배진한·이정복(존리)·정규준·정재호·이정윤·이채원 등이 대표적 본보기다. 모두 자신의 저서에 스스로 그렇게 적었다.


축구감독이 기량·체력·인성이 좋은 선수를 유망주로 선발하듯이, 주식투자자도 매출액·영업이익·EPS·ROE·혁신동력·잠재력 등을 토대로 유망주를 엄선하여 주식을 매수한다.


오랫동안 무명이던 선수가 큰 대회 참가를 계기로 갑자기 스타가 되는 수가 있듯이,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회사의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를 넘어 하루아침에 유니콘 기업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대표적 본보기로 인디 화장품 전문업체인 에피알(APR)을 들 수 있다.

화장품전문가가 아니면 그 이름조차 생소한 이 회사는 과감한 마케팅으로 순식간에 화장품 업계 부동의 1,2위이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단번에 앞질렀다.

축구감독이 성장 가능성이 낮은 선수를 뽑으면 승률이 높아질 확률이 낮은 것처럼, 투자자가 장래가 불투명한 기업을 고르면 수익을 거두지 못하거나 손실이 뒤따를 확률이 높다.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고령으로 기량이 떨어지면 감독이 신속히 선수를 바꾸듯이 투자자도 주식을 보유한 기업에 악재가 생기면 재빨리 종목을 갈아타야 한다.

그런데 선수의 부상이나 기업의 악재는 미리 예고하고 생기는 것이 아니어서 미리 교체할 후보들을 갖춰놓지 않으면 갑자기 위기가 닥쳤을 때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하다.

월드클래스 선수도 경기 도중에 뜻밖의 치명상을 입어 선수명단에서 빠질 수 있듯이, 업계의 선두기업도 자연재해나 불의의 사고 등으로 불시에 쇠락할 수 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에 들어간 뒤로 그런 기업이 많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축구를 전쟁으로, 감독을 총사령관으로, 선수를 군인으로 대체해도 똑같은 비유가 성립한다. 적을 이기려면 적을 이기려면 첨단무기와 넉넉한 보급품 외에 체력·정신력·지구력과 더불어서 사기·지략·충성심·애국심을 겸비한 장병을 넉넉히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흥미롭게 읽은 독자는 다음에 펼쳐질 내용을 나름대로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짐작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판가름하기 전에 먼저 나의 ‘오답노트’를 공개하겠다.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주식공부를 하려고 하거나 이미 시작한 이들에게는 괜찮은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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