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권토중래

2. 오답 노트

by 조병인

2020년 초반 언저리의 일로 기억된다.


은퇴한 60대 후반의 나이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하릴없이 보내다 TV를 통해 우연히 존리(John Lee, 한국 이름 이정복)의 주식투자 강연을 접했다.


즉흥적 호기심이 발동해 끝까지 들어보니, 잘 준비해서 주식을 하면 부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 같았다.

사무실도 직원도 필요 없이 장차 가격이 비싸질 것 같은 주식들을 저가에 사서 비싸게 팔기만 하면 되는 ‘손쉬운 사업’을 왜 이제껏 몰랐을까.

이참에 ‘돈 버는 방법’을 익혀서 나도 부자가 되고 후대에게도 알려주면 일석이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하면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남들처럼 유산으로 남겨줄 것이 많지도 않으니 돈 버는 방법이라도 익혀서 후대에 물려줄 계산으로 주식공부를 시작했다.

「행운은 준비와 기회의 만남이다.」

준비가 부실하면 기회가 찾아와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준비가 충실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학창 시절 외워둔 금언들을 철썩 같이 믿고서 다양한 종류의 주식 책을 대학입시를 앞둔 고3 학생처럼 열심히 읽었다.

많은 책을 직접 사거나 동네 구립도서관에서 빌려다 미루지 않고 읽었다. 읽고 싶은 책이 절판되었거나 도서관에 없으면 국립중앙도서관의 공동도서관지원서비스(책바다, 책이음)를 통해 구해서 읽었다.

독서에 몰두하는 사이사이 TV의 경제방송도 열심히 시청하고, 경제신문도 부지런히 읽고, 증권사들의 주식강좌도 찾아서 보고 들었다.

그런데 공부한 시간이 꽤 많이 쌓이도록 손에 잡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당초의 기대와 다르게 주식 책을 백 권 넘게 읽어도 까막눈이 떠지질 않았다.

특히 더 답답했던 것은 주식공부가 길어지면서 주식선생이라는 이들의 가르침이 모두 잠꼬대처럼 들렸다.


앞뒤가 맞지 않거나 납득이 안 되는 말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헷갈리는 것이 손절과 관련된 조언들이다.

어떤 이는 물타기를 해야 수익이 커진다 하고 어떤 이는 반드시 손절을 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해서 도무지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심지어는 주식의 대가들의 조언조차 정반대로 극명하게 갈려서 주식 책을 많이 읽을수록 답을 찾기보다 혼란만 커졌다.


주가가 싸지면 사라고 하고 물타기는 말리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선택과 집중’이 맞나 ‘분산과 안배’가 맞나. ‘탐욕·공포·조바심을 버려라’, ‘대어를 낚으려면 견뎌라’, ‘원칙을 세우고 지켜라’ 같은 조언들도 대낮에 불이 켜진 가로등처럼 느껴졌다.

내가 주식을 하게 된 이유이자 소망인 ‘대박’의 관건은 ‘종목선택’에 달렸다고 믿고 좋은 종목을 고르는 비법(祕法)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기업가치 분석, 역발상, 인내가 정답인 줄은 알겠는데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코스피 종목 모두가 고만고만해 보였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와 『투자는 심리게임이다』에 소개된 ‘개와 주인’ 비유와 ‘달걀이론’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주가보다 기업의 가치를 파악하라’, ‘경영진의 자질과 역량을 점검하라’, ‘사업의 진입장벽을 살펴라’, ‘유행과 인기에 주목하라’, ‘기술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라’ 같은 조언도 쓸모가 없었다.


그 회사와 아무런 연고가 없는데 어떻게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또, 요즘처럼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가 엄격한 세상에 영장도 없이 무슨 재주로 경영진의 도덕성과 역량을 파고 들라는 말인가.

이름이 친숙한 기업들의 재무제표, 주식차트, 이동평균선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EPS·PER·PBS·PBR·ROE 등도 비교해 봤지만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를 두고서 저울질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알짜기업들을 영리하게 찾아서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을 꼼꼼히 해보려 하여도 밤하늘의 별처럼 수두룩한 기업들 중에 한 번 믿고 친해볼 만한 것들을 알 길이 없었다.

어렵사리 분석대상을 좁힌다 해도 막연하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기업의 얼굴이라는 재무제표에도 눈가림이 많고, TV의 경제뉴스나 경제신문의 증권소식도 소음 투성이라고 해서다.


진정한 고수라면 설명이 간단명료해야 할 것인데 선생들의 말이 복잡했다. ‘주가는 거래량의 그림자’라며 차트와 거래량만으로 주가의 등락부터 세력의 기동까지 훤히 안다는 허풍은 ‘대한해병은 귀신도 잡는다.’는 소리 같았다.

베스트셀러 저자들의 조언에 따라 ‘대한민국 기업정보의 창’이라는 DART에 접속해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로 관심을 돌렸다.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리포트와 추천 종목을 샅샅이 뒤져보고, 금리와 환율의 변화를 뚫어지게 주시해도 알짜기업을 찾을 재간이 없었다.


HTS를 능숙하게 다루면 변화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거래하는 증권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투자자교육프로그램>을 두 차례 이수하였다. 강의시간에 이해하지 못한 것은 집에 와서 전화로 물어보거나 '원격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해 의문을 풀었다.

강의는 매회 2시간씩 8번 진행되었으니 도합 32시간을 수강한 셈이다. 강의장소를 갈 때마다 왕복 3시간씩 지하철을 이용한 48시간(16X3)을 합하면 80시간을 투자한 셈이다. 하지만 HTS를 익숙하게 다뤄도 이전에 MTS를 사용할 때보다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


평소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했던 이동평균선, RSI, 볼린저 밴드, MACD, 스토캐스틱, OBV, 일목균형표 등의 개념과 해석법을 자세히 익혀서 실전에 적용해 보았다.

하지만 모두가 지나간 흔적을 알려줄 뿐이어서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다.

마음으로는 역발상투자가 가장 만만해 보였다. 주식으로 돈방석에 앉았다는 사람마다 '역발상투자'를 역설한 영향도 있었지만 방법이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실린 책을 찾을 수 없었다.

기껏해야 ‘공포에 사고 탐욕에 팔아라.’, ‘남들이 팔면 사고 남들이 사면 팔아라.’, ‘주가가 폭락할 때 매수하면 큰 수익이 뒤따른다.’ 수준의 권고가 전부였다. 실행에 필요한 구체적 기준이나 조건이 적힌 책은 보이지 않았다.

그 외에도 5년 동안 주식투자를 하면서 맞닥뜨린 무수한 혼동과 실망을 수기와 소설 형식으로 정리하여 카카오가 운영하는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스토리’에 공유하였다.


★ 69살 은퇴자의 주식투자 노트

https://brunch.co.kr/brunchbook/close70-stock

★ 황금수레

https://brunch.co.kr/brunchbook/mysto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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