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세종이 주식을 한다면

4. 니콜라스 다바스-헝가리

by 조병인

니콜라스 다바스(1920∼1977)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럽의 투자전설’로 통하는 인물이다. 헝가리 출신으로 수도인 부다페스트의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헝가리에서 가장 잘 알려진 《크로스 워드 낱말 퍼즐》 편집자이자 스포츠 작가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다바스의 주업은 밤무대에서 춤을 추는 댄서였다.


전성기 시절의 다바스는 뉴욕의 라틴 쿼터(Latin Quarter) 클럽에서 14개월간 장기 공연을 할 정도로 댄스 실력이 출중하였다.


그런 그가 주식투자로 이름을 날리게 된 계기는 경제학도가 무용수로 변신한 것만큼이나 이채롭고 흥미롭다.


다바스는 어느 날 캐나다 토론토의 한 나이트클럽으로부터 공연비를 현금이 아닌 캐나다 광산회사인 브리런드의 주식을 지급받는 조건이 붙은 댄스공연 제안을 수락한다.


그 뒤에 다른 공연 일정 때문에 토론토 공연을 계속하기 어려워지자 공연 대가로 받기로 한 브리런드의 주식 6,000주를 3,000달러를 지불하고 매수한다. 그냥 받기로 한 것을 미안한 마음에서 돈(시가)을 주고 산 것이다.

이후 공연 일정에 쫓기느라 사놓았던 주식을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지낸다. 우연히 신문에서 주당 50센트에 매수한 브리런드 주식이 거의 4배에 가까운 1달러 90센트로 올랐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서 주식투자에 깊이 빠진다.


브리런드에 투자했다가 성공한 이후, 투자만 하면 빠르게 부자가 될 것만 같은 마음에 본격적으로 주식을 매매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당초의 기대와 다르게 손실만 보게 되자 자신의 매매 결과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실패의 원인을 찾아내 ‘박스이론’을 창시한다.


다바스는 자신만의 원칙으로 2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주식시장에 새 역사를 만들었다. 그의 놀라운 성공담이 알려지자 ‘댄서 마법사’로 불리며 아낌없는 찬사와 혹독한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간 뉴스 잡지 Time은 다바스를 ‘주식시장 최고의 예언가’라고 치켜세웠다. 미국의 대표적 주간 금융·경제 전문지 Barron’s는 다바스의 성공신화를 특집으로 실었다.


다바스는 1955년에 자신의 투자경험을 간추려서『HOW I MADE $2,000,000 IN THE STOCK MARKET』을 펴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40만 부 이상 팔려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2003년 7월 국내의 국일증권경제연구소가 그 책을 국역하여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 불을 벌었다』라는 제목으로 출간하고 2021년과 2023년에 각각 개정판을 냈다. 마지막 버전인 2023년 판에 초보인 소액투자자들이 손실에 취약한 이유가 세 번에 걸쳐서 소개되어 있다.


첫 번째로 본문 24∼25쪽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당시(초보 시절)에는 잘 몰랐지만 나는 대다수 소액투자자들이 빠지는 가장 큰 덫에 걸려있었다. 그것은 투자시기를 선택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자금을 투자한 후에 갑자기 직면하게 되는 이러한 문제는 초보자가 겪는 가장 알 수 없는 현상 중 하나다.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신문의 기사들이 소액투자자들에게 매수를 권할 때는 기업의 내부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수한 전문가들이 주식을 팔 때라는 것을 알았다.

내부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시장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소액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한다. 하지만 이미 끝물이 지난 상태다. 그들은 항상 너무 늦게 주식을 매수하며 전문가들이 팔고 나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지탱할 자금도 없다.

지금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누가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사기만 하면 주가가 떨어져서 나는 운이 지독히 없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이 시기에는 돈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른 ‘묻지 마 투자자’들처럼 손실을 입으면 운이 안 좋은 탓으로 돌렸다. 언젠가는 내게 행운이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두 번째로 본문 73∼74쪽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나중에 주식 경험이 더 쌓이면서 느낀 것이지만, 어떤 주식이 50달러까지 올랐다가 45달러로 내리면 겁 많고 소심한 투자자들은 진정한 하락인 줄 알고 보유한 주식을 매도한다. 그래서 이들의 물량이 빠져나가고 나면 그만큼 매도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후 더 빠른 상승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세 번째로 148∼149쪽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시간이 갈수록 내 주식거래는 다음과 같은 악순환을 되풀이하였다.

최고가로 매수한다→곧바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다→나는 두려움을 느낀다→주식을 최저가에 판다→곧바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한다→나는 욕심을 품는다→주식을 다시 최고가에 산다.

나는 크게 좌절했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대신 실수에 대한 다른 이유를 만들어냈다. 그리하여 난 ‘그들’의 존재를 믿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게 주식을 비싸게 팔고 내가 가진 주식을 헐값에 사갔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존재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정신에 있는 이 음침한 괴물, ‘그들’과 싸우면서 나는 무모해져 갔다. 주식이 나를 때려눕히고 가면 나는 피를 닦으며 일어나 더욱 대들었다.

이미 50만 달러 이상을 번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얼마나 바보스러운가! 그때는 완전한 실패의 시기였다.

나는 몇 주 사이에 10만 달러를 잃었다. 당시 내 거래내역은 꼭 정신병자 이야기 같았다. 나는 여전히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의 모든 것이 자만심과 허영심으로 이끈 자기중심의 사고방식이었음을 알고 있다. 그러한 것들이 실패를 불러온 거였다. 나를 때려눕힌 것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나 자신의 비합리적 본능과 조절할 수 없는 감정이었던 것이다.


1955년에 『HOW I MADE $2,000,000 IN THE STOCK MARKET』를 펴낸 다바스는 10년이 지난 1964년에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Wall Street: The other Las Vegas》를 펴냈다.

국내 출판사인 페이지2북스가 2008년에 그 책을 국역하여『박스이론』이라고 제목을 달아서 투자고전 시리즈 ‘월가의 영웅들’ 세 번째 도서로 내놨다.


다바스의 《Wall Street: The other Las Vegas》에도 소액투자자들의 우매함을 면도칼처럼 예리하고 신랄하게 지적한 대목이 두 차례 나온다.


사람들은 무지와 신중에 사로잡히고, 이성적 대처보다 신화와 마법의 해결책을 믿는다. 대다수가 깊이 생각해야 할 때 경솔하게 감(感)을 믿는다(148쪽).


주식시장에서 많은 투자자들을 특징짓는 수동성과 신비주의의 기묘한 조합은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형태의 집단들이 성공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소액투자자들은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숫자로 안전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149쪽).


그 외에도 다바스의 두 번째 저서에는 주식시장의 본질과 더불어서 개인투자자들이 기관, 세력, 공매도에 흔들리지 않고 성공적 투자를 이어가는 방법이 다양하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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