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날지 못하는 새
주식투자로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면 주식시장의 먹이사슬을 정확히 이해하고 경쟁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함과 동시에 자신의 대응역량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것이 급선무(急先務)라고 생각한다.
급선무란 다른 어느 일보다 먼저 서둘러 처리하거나 매듭을 지어야 할 일을 말하며 영어로 번역하면 urgent priority 혹은 urgent business가 된다.
앞에서 여러 번 밝혔듯이, 많은 사람이 누구든지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으로 여기는 주식시장은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약육강식 법칙이 판치는 매우 위험하고 위태로운 곳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주식시장은 다양한 종류의 맹수가 득시글거리는 정글을 방불케 할 정도로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나라의 권력구조나 정치와 경제의 차이에 따라 정도나 수준이 약간씩 다를 수는 있겠으나 큰 틀에서는 예외가 없다.
따라서 초식동물이 멋모르고 밀림에 들어가면 맹수의 먹이가 되기 쉬운 것처럼 전문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개인이 멋모르고 주식시장에 진입하면 노련한 투자자들의 만만한 표적이 되기 쉽다.
비유를 들자면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무턱대고 주식시장에 발을 들이는 사람은 날개가 아예 없거나 날개가 있어도 먼 거리를 날지 못하는 조류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표현이 아니라 그만큼 위험천만하다는 뜻이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날지 못하는 새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큰 새는 타조이고 몸집이 가장 작은 새는 영국령 트리스탄다쿠냐의 이낵세시블 섬의 고유종인 이낵세시블뜸부기로 알려져 있다.
날지 못하는 새들이 비행능력을 상실하게 된 사정은 각기 다르지만 천적의 표적이 뒤기 쉬운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대신 땅에서 빨리 달리거나 물에서 수영하는 능력이 탁월하게 진화를 하였어도 천적의 공격을 피하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펭권은 날개가 너무 작아서 허공을 날지 못하기 때문에 육지에 머물 때는 하이에나와 퓨마 같은 맹수에게 맥없이 잡아먹힌다. 물에만 들어가면 어류처럼 수영을 잘하고 천적을 속이는 능력도 뛰어나지만 역시 범고래, 물개, 바다표범 등의 먹이가 된다.
펭귄은 날개가 지느러미 형태의 플리퍼(Fliffer)로 진화되어 있어서 바다에 들어가면 마치 작은 돌고래처럼 상하 좌우 할 것 없이 자유자재로 헤엄을 친다.
펭귄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큰 황제펭귄은 수심 500미터 아래까지 잠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한 번의 호흡으로 20분 가까이 믈 속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적의 공격을 따돌리고 목숨을 보전하기가 쉽지 않다.
타조는 평균 달리기 속도가 시속 70km 수준이고 위급 상황에서는 시속 90km를 넘는 전력 질주도 가능하다고 한다. 또 시속 50km 이상을 30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지구력이 있어, 초원에서 천적을 따돌리거나 긴 거리 이동에 유리한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탁월한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는 타조도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을 먹이로 잡아먹는 맹수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선, 타조와 함께 아프리카 대륙에 서식하는 사자, 표범과 같은 큰 고양잇과 동물이 타조를 사냥한다. 이들은 주로 어린 타조나 약한 개체를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에나나 들개와 같은 갯과 동물은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전략으로 타조를 포획해 먹이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깃털, 가죽, 고기를 팔아서 돈을 벌 목적으로 타조를 사냥하는 사람들에 의한 위협도 종종 보도된다. 그 외에도 서식지 파괴,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적 요소들이 타조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림 1>은 주식시장을 지탱하는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을 압축한 것이다.
왼쪽의 세력(큰손)은 기업들의 내부정보를 훤히 알고 규모가 막대한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집단 혹은 개인(슈퍼 개미)을 뜻한다.
오른쪽의 개인(개미)은 기업들의 내부정보를 전혀 모른 채 탐욕과 공포의 포로가 되어서 소액의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일개미)을 말한다.
그림의 중앙에 세 개의 화살이 서로 꼬리를 물고 왼쪽으로 돌아가는 모양은 ‘주식의 순환’을 나타낸 것이다.
세 개의 화살로 둘러싸인 중심부의 화살은 개인들이 갖고 있던 자금이 세력들에게로 옮겨가는 현상(돈의 쏠림)을 나타낸 것이다.
세력들은 주가가 쌀 때 주식을 사서 막대한 자금력으로 주가를 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개인투자자들을 현혹하다 목표가에 도달하면 물량을 떠넘겨서 수익을 취한다.
개인들은 세력들이 내놓은 물량을 비싸게 매수해 보유하다가 가격이 내리면 세력들에게 헐값에 팔아넘긴다.
개인들이 가격이 오른 주식을 굳이 매수하는 이유는 더 오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유한 주식을 헐값에 넘기는 이유는 더 내릴 것을 겁내기 때문이다.
듣고 보니 순진한 개인투자자들을 등쳐먹는 세력들이 더없이 밉살맞고 그들의 먹이가 되는 개인투자자들이 한심하고 딱하게 생각되지 않는가?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세력(큰손)들은 인정도 없고 사정도 없다. 누구 한 사람 앞으로 나서서 개인투자자들을 도와주거나 편을 들어주는 사람도 없다.
운동시합은 복장·신발·시간을 제한하고 경기 도중에 부상자가 생길 것에 대비해 의사와 앰뷸런스를 대기시키지만 주식투자는 복장·신발·시간을 제한하지 않고 파산자가 생겨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주식투자로 가산을 탕진하고 알코올·도박·마약 등에 중독되어 가출·이혼·범죄·자살 같은 불행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공식통계는 없지만 그런 사례가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주식시장에는 개미들의 적군만 있고 우군은 단 한 명도 없다. 다른 투자자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증권회사에 소속되어 고객들에게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자신(회사)에 돈을 벌어주고 대가를 받는 고용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식은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라는 말은 권력을 쥔 자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만 기업들의 호재를 미리 알고 미리 주식을 사놨다가 뉴스가 나와서 가격이 오르면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악재를 미리 알고 뉴스가 나오기 전에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은 방송이나 신문에 호재가 보도되어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뒤에야 주식을 매수한다. 기업의 호재를 미리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악재도 미리 알 수가 없으니 미리 알고 주식을 팔 방법이 없다.
호재의 예로는 신기술(제품) 개발, 납품(수출) 계약, 공사수주, 인수합병, 신규투자, 어닝서프라이즈 등을 들 수 있다. 악재의 예로는 오너리스크, 경영권다툼, 내부자거래, 탈세, 횡령, 배임, 회계조작, 어닝쇼크 등을 들 수 있다.
호재든 악재든 기업의 내부정보는 뉴스에 나오기 한참 전부터 밖으로 샌다. 검토·협의·결정되는 과정에 많은 인원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경영진과 실무자들에 의해 다양한 유형의 공적 사적 경로를 통해 누설된 정보는 ‘비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법과 감시를 비웃으며 권력층의 인맥을 누비고 다닌다.
인맥이 다양한 이들은 비밀정보를 일찍 접하고 미리 주식을 매수(매집) 하거나 혹은 매도할 수 있겠지만 인맥이 빈약한 일반인은 방송이나 신문에 뉴스로 보도된 뒤에야 주식을 사거나 판다.
‘주가는 6개월을 선행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런 말이 생긴 배경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단언컨대, 앞의 말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사서 돈을 버는 이들이 자신들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꾸며낸 새빨간 거짓말이다. 비밀이 유지되어야 할 호재나 악재를 일찍 알고 미리 주식을 사거나 파는 사람들이 있어서 주가가 등락하는 것이지 어떻게 주가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겠는가?
<그림 2>는 기업의 호재나 악재가 외부로 알려지는 경로를 압축한 것이다. 복수의 협력업체와 거래처까지 넣으면 경로의 수가 훨씬 더 늘어난다고(거래처 수+협력업체 수x2 만큼) 봐야 할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벽에도 귀가 있다. 」 같은 속담을 떠올리면 <그림 2>에 담긴 의미가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런데도 순진한 투자자들은 6개월 후에 호재나 악재가 생길 것을 미리 알고 주가를 올리거나 내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철석같이 믿으니 얼마나 한심하고 답답한 일인가.
신앙처럼 굳게 믿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으로 주가변동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사탕발림에 속아서 피 같은 투자금을 모두 날리고 수사기관과 법원을 바쁘게 찾아다니는 사람이 도처에 널려있다.
개인투자자는 승산이 없으니 일찌감치 주식을 접으라는 뜻이 아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이기는 투자법을 찾아서 그대로 실행하라는 것이다. 방법은 주식시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떨쳐버리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첫째는, 어리석게 ‘주가는 6개월을 선행한다.’ 같은 거짓말에 속지 말고 기업들의 내부정보를 남들보다 먼저 알 수 있는 인맥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곳곳에 안테나를 세우고 기업들의 호재와 악재를 일찌감치 파악해 상황에 맞춰서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매하는 것이다.
둘째는, 기업의 내부정보를 남들보다 먼저 알 수 있는 인맥을 갖춘 투자주체들의 발자국을 따라다니는 것이다. 주가의 등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세력 혹은 큰손들의 행동패턴을 파악하여 그들이 특정 기업의 주식을 사면 똑같이 따라서 사고 그들이 그 주식을 팔면 똑같이 따라서 파는 것이다.
두 가지 가운데 평범한 개인투자자가 적합한 전략은 두 번째일 것이다. 기업들의 내부정보를 남들보다 먼저 알 수 있을 정도의 인맥을 자력으로 구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전략도 쉽지는 않지만 영리한 투자자들은 그렇게 해서 자신을 늘린다.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들인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손정의 등이 삶과 경영의 지혜를 배웠다는 『손자병법』도 지피지기(知彼知己)를 승전의 필수조건으로 가르치지 않는가.
손자가 ‘싸우면서 이기려 하지 말고, 이겨놓고 싸우라’고 말한 것도 적과 맞서기 전에 상대방의 강점과 약점을 소상히 알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과 자신의 역량을 동시에 잘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부지피이지기면 일승일부(不知彼而知己 一戰一負): 자신만 알고 적은 모르면 한 번씩 승부를 주고받는다.
부지피부지 기면 매전필태(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