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주식시장의 맨얼굴-실종

4. 소신과 끈기 실종

by 조병인

지난 2023년 11월 99살로 타계한 찰리 토머스 멍거는 주식시장을 성격이 급한 사람의 돈을 끈기 있는 사람의 주머니로 옮겨주는 거대한 기계장치에 비유하였다. 멍거는 미국 태생의 억만장자 사업가이면서 천재 투자자 워런 버핏이 이끄는 워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이었다,


멍거는 주식투자로 돈을 벌려면 주가가 내리든 오르든 매매를 하지 말고 끈기 있게 기다리라고 조언하였다. 잦은 매매는 수수료, 세금, 그리고 잘못된 판단으로 손실을 키우기 때문에 만지면 만질수록 작아지는 비누와 같다고 하였다.


주식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투자자는 없을 것이다. 그 말에 담긴 의미를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해서 부자가 되는 사람은 희귀할 정도로 드물다


나보다 더 빨리 돈을 버는 사람이 많다고 믿으면 절대로 주식투자에 성공할 수 없다. 개인투자자에게 시기심보다 더 위험하고 치명적인 약점은 없을 것이다. 친구나 동료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말에 질투심이 발동해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주식을 무턱대고 샀다가 큰 손실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3>은 같은 개인투자자라도 주식을 매매하는 패턴에 따라 고수와 하수로 나뉘는 실상을 나타낸 것이다.

앞에 소개한 <그림 1>은 아래쪽 중앙이 ‘세력(큰손)’과 ‘개인(개미)’으로 나눠져 있는 데 비해 <그림 3>은 ‘고수(3%)’와 ‘하수(97%)’로 나눠져 있다. 하수는 어리석고 고수는 영리하다.

<그림 3> 주식의 순환과 돈의 쏠림


고수(3%)는 주가가 내리거나 오르면 세력들을 따라서 주식을 사거나 판다. 반면에 하수(97%)는 세력의 행동에 어두워 주가가 오르면 살 기회를 놓칠까 봐 급하게 샀다가 주가가 팔아서 손실을 떠안는다.


<그림 3>은 주식이 고수와 하수 사이를 돌고 도는 동안 돈은 하수로부터 고수에게로 넘어가는 흐름이 무한 반복되는 실상을 함축한 것이다.


주가가 내리면 하수(97%)들이 보유하던 주식이 고수(3%)들에게 넘어가고, 주가가 오르면 고수(3%)들이 보유하던 주식이 하수(97%)들 넘어가는 ‘순환’이 무한 반복으로 진행된다.


이처럼 주식이 돌고 도는 과정에서 하수(97%)들이 갖고 있던 돈이 모두 고수(3%)들의 수중으로 옮겨간다. 주식의 순환이 진행되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의 피 같은 돈이 고수들 쪽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97퍼센트의 하수들이 갖고 있던 자금을 세력과 그들을 뒤따르는 고수들이 나눠가진다고 할 수 있다. 주식의 손 바뀜이 한 번 일어날 때마다 고수의 자산은 불어나고 하수의 자신은 줄어들게 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주식시장의 세력들은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을 주식시장의 ‘호구’로 여긴다. 그런데도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개인 가운데 자신의 가엾은 처지를 아는 사람은 매우 적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고수와 하수의 이러한 차이는 주식하는 사람치고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공공연한 비밀이다. 엄밀히 말하면 ‘비밀’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누구나 아는 상식의 하나다.


하지만 비밀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그 비밀이 무한 반복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바로 이 지점에 비법(know-how)이 숨어있다.


문명이 고도로 발달했어도 인류의 원초적 본능은 원시인과 차이가 없다. 비유를 들자면 문명인을 자처하는 현대인은 정장을 걸친 사냥꾼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주식시장에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많아도 아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다. 조금만 머리를 쓰면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주식’은 되돌림이 있으나 ‘돈’은 되돌림이 없는 차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식은 매도했다가 다시 살 수 있지만 돈은 한 번 넘어가면 되찾아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주식의 순환’도 ‘돈의 쏠림’도 비밀로 간주하기에는 이미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데 두 가지를 다 아는 이는 많아도 주식의 순환과 돈의 쏠림 현상이 무한 반복되는 사실을 아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주식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많아도 아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역발상 투자의 효과를 알면서도 줏대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서 남들을 따라 하는 투자자가 태반이다.


앞에 제시된 <그림 1>과 <그림 3>에서 보듯이 주식은 세력과 개인 사이를 순환하고 돈은 개인에게서 세력에게로 쏠린다. 그러므로 주식투자로 돈을 벌고 싶으면 어리석은 97%를 벗어나 영리한 3%를 따라 하면 된다.


<그림 4>는 19080년 1월 코스피가 도입되어 2025년 말엽까지 45년 동안 지나온 궤적(차트)에 니콜라스 다바스와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통찰을 적용한 것이다.

<그림 4> 돈을 잃는 게인(98%)과 돈을 버는 3%(세력)의 차이


위의 그림은 찰리 멍거의 지적과 일치하는 것으로, ‘주가는 6개월 선행한다’는 말만 믿고 주가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믿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올리는 다섯 가지 암시를 담고 있다.


첫째. 세력은 언제나 개인과 반대로 행동한다.

둘째. 세력은 가격이 저렴한 주식을 사고 개인은 비싼 주식을 산다.

셋째. 세력은 저가에 산 주식을 고가에 팔고 개인은 고가에 산 주식을 저가에 판다.

넷째. 주식시장에서 자신의 자산을 세력에게 넘기는 이들은 탐욕과 공포에 맞설 수 있는 소신이 없고 지루함과 고통을 견딜 끈기도 없는 사람들이다.

다섯째. 시간이 아무리 흐르고 세상이 거꾸로 뒤집혀도 위와 같은 개인투자자들의 행태와 습성은 바뀌지 않는다.


멍거는 주식투자를 화초 재배에 비유하였다. 씨앗을 심고 나서 예쁜 꽃을 빨리 보고 싶다고 매일 흙을 파헤치면 싹이 죽어버리듯이 주식도 빨리 돈을 벌고 싶다고 사고팔기를 반복하면 수익이 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루하고, 따분하고,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주식으로 돈을 벌기 어렵다. 전설적인 투자 천재들이 주식으로 큰돈을 번 것은 타이밍을 잘 맞췄기 때문이 아니라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해 놓고 그 기업이 진가를 드러낼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렸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위험이나 변화에 즉각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그 말이 맞는다면 주가의 등락에 따라 탐욕과 공포가 교차하는 것은 본능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탐욕과 공포에 취약한 인간의 본능을 역이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본능에 역행해야 돈을 벌게 되어있다.


게다가 복리의 원리는 언덕 아래로 멀리 굴러갈수록 몸집이 커지는 눈덩이와 같다. 주식투자에서 수시로 이익을 실현하거나 종목을 갈아타는 행위는 잘 굴러가는 눈덩이를 멈춰 세워 덩치가 커지는 것을 막는 것과 같다.


종합하자면, 주식시장은 참을성이 부족한 사람의 돈을 눈 깜짝할 사이에 참을성이 충분한 사람의 수중으로 옮겨주는 요술이 성행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주식으로 돈을 벌려면 반드시 두 가지를 지켜야 한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첫째는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다. 소신은 굳게 믿는 바, 또는 신념이나 생각을 말한다. 바꿔 말하면 외부로부터의 유혹이나 압력 등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태도를 말한다.


소신 있는 투자자들은 남들은 어떻게 행동하든 자신의 판단에 따라 주식을 사서 보유하다가 팔아야 할 때라고 생각되면 머뭇거리지 않고 지체 없이 행동에 옮긴다. 목표한 수익이 달성되었을 때는 물론이고 예상치 못한 악재가 생겨서 손절의 필요성을 느낄 때도 같다.


소신은 탁월한 식견이나 지속적인 공부와 충분한 경험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신껏 주식투자를 하려면 평소 독서를 비롯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신기술의 발전이나 산업의 변화 관한 지식을 부지런히 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고 주가의 등락에 따라 하루에도 마음이 열두 번씩 바뀌게 된다.


특히 국가의 정책방향과 추진계획을 유심히 살피고 수시로 점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지 엉터리 전문가의 어설픈 예측이나 세간에 떠돌아다니는 유언비어에 따라 주식을 매매하다 손실을 떠안을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둘째는 고도의 인내심이다. 장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를 잘 골라서 샀으면 기업의 진가가 드러날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주식을 사놓고 시간을 보내는 것만 인내가 아니다. 역발상 전략을 쓰는 이들은 주가가 등락을 반복해도 주식을 사지 않고 주가가 폭락할 때까지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딘다.


주식투자에 있어서 인내는 지루함과 고통을 무작정 참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천재지변(전쟁·지진·태풍·폭설·폭우·화재·전염병 등)이나 경제공황·계엄선포 등으로 주식시장이 붕괴할 개연성, 자신의 건강을 해칠 가능성 등에서 비롯되는 불안·초조·긴장·후회 등과 끊임없이 싸워서 항상 이겨야 한다.


한마디로 주식투자에 있어서의 인내는 험난한 충돌과 투쟁의 연속이다. 그런데 앞의 <그림 4>에서 보듯이 실제로는 최소한의 소신과 끈기도 없이 대박만 기대하고 무턱대고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결국은 좌절에 빠지거나 낭패를 겪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매거진의 이전글제4장 주식시장의 맨얼굴-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