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2대 허언은 퇴사하기와 유튜브 시작하기라고 합니다. 이 2가지 결심을 안 해본 직장인은 없을 텐데요. 아침에 출근하는 순간부터 퇴근하고 싶고, 상사한테 깨지거나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일이 쏟아질 때면 마음속으로 '바로 오늘이야! '라고 외칩니다. 그렇지만 막상 퇴근하고 나면 배고프지, 피곤하지, 쉬고 싶지, 회사에서 한 굳은 결심은 살포시 내일로 미루고 또 하루가 지나가게 됩니다. 그렇게 지금 2개월이 지나가고 있어요.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일했는데 어제나 오늘이 다를 바가 없을 때, 내가 사고 수습 반인지 마케터인지 헷갈리기 시작할 때,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도 여기저기 사과하며 부탁해야 할 때, 모두 저에게 하소연하기 시작할 때 단전에서부터 묵직하게 치밀어 오르는 분노의 에너지가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담당하는 업무에 따라 딥빡의 포인트는 다르겠지만, 일하다 보면 꽤나 자주 소리 지르고 싶은 순간들이 생기죠. 그럴 때는 메신저로 동기를 소환하고 손 끝에 모든 분노를 모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얼마 전에 이전 팀 동료가 마케팅 일은 어떻냐며 말을 걸어온 적이 있습니다. 자신도 팀을 옮기고 싶은데 옮기고 싶은 팀과 자신의 연결고리가 없느 것 같다며 한탄을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이직을 하자니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면서요.
19년 1월에 저는 마케팅으로 직무 이동을 했습니다. 그때를 돌이켜보니 주저할 이유도, 이동할 이유도 너무 분명했었습니다. 입사한 지 1년을 갓 넘은 시기였고, 업무가 나와 맞는지 여부를 판단하기에 시기상조가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과연 내가 이 팀에 대해 불만을 가질 자격이 있을까 싶었고, 내가 옮기는 게 아니라 팀이 바뀌도록 이 곳에서 노력해야지 팀을 옮기는 건 결국 도망가버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케팅 백그라운드가 전혀 없는 제가 마케팅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두려움이 가장 컸었죠.
동시에 여기에 남았을 때 제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어요. 이 곳에 있어야만 배울 수 있는 특별한 업무 스킬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성과에 대한 판단 기준도 모호했죠. 평가 기준이 모호하니 나아가야 할 방량이 보이지 않았어요. 제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 것인지, 어떤 부분에서 역량을 키워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구요. 무엇보다 재미가 없었죠.
이렇게 두 가지 마음을 오고 가며 몇 달을 보냈습니다. 팀을 옮기려고 하니 제게 없거나 부족한 점만 눈에 들어와 아직 때가 아닌 것만 같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미래가 깜깜해 답답함이 가슴을 눌러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달라지는 것 없이 괴로워만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이 말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그때의 제게 해 줄 만한 아주 적절한 말이었어요. 제가 딱 이 미친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똑같은 고민만 반복하고 똑같은 행동만 하면서 언젠가 자연스레 상황이 바뀌기를 바라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저질렀습니다.
마케팅 공부를 조금이라도 하고 옮겼더라면 더 빨리 적응하고 덜 힘들었겠지만, 그렇게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이것저것 따졌다면 저는 아직도 그 팀에 남아 있겠죠. 아무리 준비해도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을 거예요. 그리고 아마도 그 완벽한 타이밍은 결코 찾아오지 않았겠죠.
제가 팀을 옮기고 나서 가장 먼저 했던 후회가 바로 왜 더 빨리 움직이지 않았을까였습니다.(가끔은 왜 사서 고생을 했을까 싶은 마음도 듭니다.) 설령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해봄으로써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요. 적어도, 이 방법으로는 안 되는구나라는 현실 자각을 할 수 있겠죠.
이건 또다시 변화를 꿈꾸는 저를 자꾸 주저앉히려는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누군가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네요. 당신을 위한 완벽한 타이밍은 바로 지금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