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기술](Unfu*k yourself) 개리 비숍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봤다.
늦잠 자기? 체크.
넷플릭스 몰아보기? 체크.
홈트레이닝? 체크(한 번이지만).
유튜브 틀어놓고 노래 따라 부르기? 체크.
밀린 빨래? 봄맞이 대청소? 체크. 체크.
천 번인지 만 번인지 저어야 가능하다는 수플레 오믈렛까지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집에 있는 시간을 사랑하는 편이라 생각하는데도 매번 주말마다 칩거하는 생활이 너무나도 지겹다. 게다가 요즘같이 창문을 통해 햇볕이 내리쬐는 계절엔 특히나. 4월같이 휴일이 많은 달엔 더욱이.
처음 몇 번의 주말이야 곧 끝날 것이라 생각해 뒹굴거리는 삶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느라 정신을 못 차렸지만, 이젠 장기전이다. 오히려 지금같이 혼자만의 시간이 많은 때를 활용해 코로나가 끝난 후를 준비한다면 결국 끝났을 때 기대한 것보다 훨씬 멀리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리 비숍의 <시작의 기술>은 새롭게 시작하기 전 마음가짐과 사고방식에 대해 일깨워주는 책이다. 제목만 봤을 땐 그리 끌리지 않아 한참 읽을 책 목록에 넣고 방치해뒀었는데, 최근 신작인 <내 인생 구하기>(Stop doing that sh*t)를 읽고 <시작의 기술>도 단숨에 읽었다. 굳이 영문 제목을 함께 적은 건, 그게 이 책의 성격을 훨씬 잘 표현해주고 읽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쉽고 직설적으로 말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두세 시간 만에 책 한 권을 모두 읽을 수 있다. 시간이 된다면 둘 다 읽어보시길!
쉽게 읽히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자기 계발서라면 질겁하는 사람들에게는 뻔하고 진부한 내용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한 번도 저자가 말하는 바를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지극히 개인적인 의견). 만약 내가 조금이라도 유사한 경험이나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혹은 비슷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면 저자의 입으로 명쾌하게 정리해준 것에 대해 도리어 감사하게 느낄 테니깐. 어쩌면 나도 그동안 비슷한 말을 하는 책을 읽어 왔기 때문에 이 책에 더 공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개리는 총 7가지의 단언을 제시하고 있는데 휴일마다 하나씩 시도해볼 만하다. 일주일에 5kg 빼는 법이나 한 달만에 토익 만점 받기와 같이 단 시간에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기술에 대한 단언은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현재 모습을 직시할 수 있도록 상황을 보여주고 행동 기저의 무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자신조차도 모르는 순간에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로 얼마나 많이 우리를 길들여 왔는지, 우리가 바라던 모습이건 아니 건 간에 지금의 우리를 만든 건 우리 자신이라고. 그러니까 그 무의식을 컨트롤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새로운 시작, 새로운 모습, 나아가 새로운 삶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은 단숨에 읽을 수 있지만 깨달은 내용을 자신의 삶에 실험해 보는 데는 며칠이 걸릴 수도,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지금, 나와 같이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