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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초이스 May 03. 2020

머릿속이 시끄러울 땐, 당장 주변 정리부터

하하, 저도 아직 잘 못합니다, 정리 정돈

아인슈타인 스타일 책상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정리 정돈하는데 시간을 쓰기보단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집

중하기 때문에 책상이 어수선한 스타일을 일컫는다고 하는데요. 정리정돈과 거리가 아주 먼 제 책상에 대한 변명으로 유용하게 사용하며 아인슈타인 스타일 책상을 고수해오고 있습니다.

다만 책상으로 한정되지 않는 게 문제랄까요..?


자랑스럽진 않지만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지 10여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정리 정돈엔 서툽니다. 어차피 다시 쓸 화장품이고, 필기구이고, 다시 입을 옷들인데 제자리를 찾아 넣었다가 다시 꺼내는 게 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렇다 보니 저에게 정리는 언제든지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손에 닿는 위치에 있도록 보이는 곳에 놓아두는 것이 전부였어요. 정확히는 늘어놓는 거겠지만 말이에요.


애석하게도 회사 옆 팀원은 정리왕이라 제 책상과 그의 책상은 극과 극입니다. 서류더미와 제품들, 포스트잇이 난무한 제 자리와는 다르게 그의 물건은 모두 '제자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한 가지가 있어요. 정리 정돈을 못 하는 것과 지저분한 것은 다르다는 거예요. 그러니 오해는 말아주세요.





이런 저도 머리가 복잡할 땐 주로 샤워와 청소를 합니다. 제 자신과 저를 둘러싼 주변을 깨끗하게 하면 기분이 상쾌해지곤 하거든요. 꽤 많은 과학적 자료들이 샤워를 하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마음이 아플 때 진통제를 먹으면 효과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무언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정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일시적이긴 하지만요. 당장의 기분은 좋아지지만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정리 정돈을 못 한다는 건, 자신만의 기준이 없단 것과 같습니다.




모든 분야에 정리왕이 될 필요는 없지만, 선택적으로 정리 정돈을 잘해야 하는 분야가 있기 마련이죠. 저의 경우엔 그게 업무입니다.


이전 팀에 있을 땐 어느 정도 데드라인을 협의해서 정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3-4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도 드물었구요. 그러니 구태여 정리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었죠. 그렇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어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정해진 일정을 맞춰야 하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도 하며, 평균적으로 10개 이상의 신제품을 한꺼번에 준비합니다. 거기에 기존 제품들의 매출 및 재고도 챙겨야 하죠. 모든 자료들을 제대로 정리해두지 않으면 필요한 순간에 바로 찾기 어렵고, 뒤죽박죽 섞여 뭐가 뭔지 헷갈리기 십상입니다.


갑자기 팀장님이나 상무님이 급하게 자료를 찾을 때, 회의 중에 빠르게 자료를 찾아서 띄워야 할 때 자료가 어디 있는지 몰라 이것저것 열어본다던가 뫼비우스의 띠를 걷는 것처럼 윈도우 탐색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한 소리 듣기 마련입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상사의 머릿속에 중요한 업무를 맡길 수 없는 직원으로 자리 잡을지도 몰라요.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방식으로 자료들을 잘 정리해둬야 합니다.


연차가 쌓여갈수록 다루는 업무량이 점차 많아지고 관리해야 하는 것들도 늘어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자료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억울하겠지만 업무 시간 동안 하기 어렵다면 업무 외의 시간을 투자해서라도요. 장기적으론 그게 시간을 절약하는 길입니다. 급격하게 쏟아지는 업무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을 때, '폴더 완벽하게 정리하는 법', '파일명 작성 규칙' 등 여러 키워드로 검색해가며 다른 사람들의 정리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건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적합한 규칙이고 방법이에요. 내 업무와 내 생각의 흐름에 적합한 정리법과 규칙은 아닙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엄마는 우리가 찾는 물건들이 어디 있는지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해줍니다. 그건 엄마가 엄마의 규칙에 맞춰 정리했기 때문이에요. 내가 정리했다면 내가 기억하겠죠.


처음부터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는 완벽한 규칙을 정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하나를 적용해보고 그게 맞지 않으면 계속 바꿔나가면 돼요. 처음 몇 번은 정리를 했더라도 정리하기 전과 매한가지로 여전히 헤맬 수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그 방법이 나와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어떤 부분이 맞지 않는지 찾아내서 그 부분을 수정해 나가면 됩니다. 그렇게 나를 위한, 나에게 꼭 맞는 방법을 찾아 나가는 거예요. 모두에게 맞는 방법은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방법입니다. 사실 저도 저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일정 부분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맞지 않는 부분도 남아 있죠.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언젠간 꼭 맞는 자신만의 정리 방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러니 머릿속이 시끄러울 땐, 당장 주변 정리부터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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