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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초이스 Aug 07. 2020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
순 뻥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면 말이죠.

작년 이 맘 때, 그러니까 처음으로 제 메인 제품 출시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하루가 36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가 또 어떤 날은 딱 회사를 못 갈 정도로만, 치명적이진 않지만 한두 달치 회사를 못 나갈 정도로만 다쳤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기획한 제품을 빨리 보고 싶은 만큼, 제 때 출시하지 못하는 게 두려워 안절부절 못 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난다고 말하고 싶지만, 어느덧 한 해가 지나 동절기 시즌을 준비하는 지금도, 쫄리긴 매한가지입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라면 불안하면 불안한 채로 함께 하는 중이랄까요?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건 순 뻥입니다. 



제 이전 글을 읽으셨으면 아시겠지만, 저는 작년 1월에 마케팅으로 팀 이동을 했습니다. 원래는 연구소에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색깔이 다른 팀 이동에 대해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어요. 그렇지만, 그때는 한없이 절실했었습니다. 제가 컨셉을 기획하고 제품을 내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면 너무 신기하고 재밌을 것 같았죠. 게다가 마케터는 너무 멋지잖아요! 알고 보면 호숫가 밑에서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는 백조 같은 존재인데 말이죠.



오랫동안 기획한 프로젝트가 엎어졌을 때, 누구보다 속상해도 가장 먼저 함께 작업한 유관부서에 상황을 설명하고 그들의 마음을 다독여야 합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출시 일정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 그것까지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제 부족함 탓이고요. 제품을 잘 표현하기 위해 개입 상자에 적히는 문안 하나, 상세페이지에 적히는 문구 하나하나 밤새워가며 적어도 결국에는 매출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년 연말에는 정말 하루하루 세어가며 빨리 일 년이 채워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일 년을 채운다고 뭐가 갑자기 바뀌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죠. 주위에서 '그래도 일 년은 버텨야지', '일 년만 버티면 그 뒤엔 좀 낫다'라고 하는 말들을 믿으며 무식하게 버틴 거죠. 얼마나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나면요. 1년을 채우기까지 날짜가 너무 많이 남아서 주말이랑 공휴일, 심지어 남은 휴가까지 다 빼고 남은 날짜 수를 계산해가며 그렇게 버텼습니다.



결말은 다들 이미 아시겠죠? 그렇게 해서는 흘러가는 시간 내내 고통스럽고, 결국 흘러가버린 시간 뒤에 남는 건 나이뿐입니다. 오히려 고통스러운 시간을 연장시킬 뿐이죠. 또 모르겠네요. 한 10년쯤 흐르면 정말 괜찮아질지도. (괜찮아지다기보단 익숙해진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요즘 퇴근 후에 직장 외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유튜브를 즐겨 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스마트 스토어 등으로 말이죠. 그들은 하나같이 치열하게 고민해서 상황을 분석하고 자신의 분석이 맞는지를 끊임없이 테스트했습니다. 이건 일상생활에서도, 직장 생활에서도 얼마든지 적용해볼 수 있겠더라구요.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합니다. 힘들고 지칠수록 생각하기 귀찮아지고 그러다 보면 그냥 평소 행동을 반복하기 마련입니다.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왜 자꾸 힘들지?라고 생각하는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상황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게 해 볼 수 있어요. 알고 보면 사소하다고 자꾸 미루던 일들이 쌓여서 마치 일이 항상 쌓여 있는 것처럼 느끼는 걸 수도 있구요. 모든 유관부서에 정확하게 공유하지 않아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프로세스별로 정해진 기한 내에 검토해야 하는 사항들을 누락해 불필요한 일이 쌓이는 것일 수도 있죠.



여기에 대한 해결책도 무궁무진합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스타일, 선호가 부담스럽다면 조금 더 편하게 느끼는 스타일이 다 다르니깐요. 사소한 일들이 누적되어 쌓인다면, 사소한 일일수록 1, 2분만 들여 바로 처리하고 잊어버리는 게 더 편할 수도 있고, 수첩에 적어뒀다가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 사소한 일들만 몰아서 처리하는 게 편할 수도 있죠. 아니면 아예 사소한 일들이 정말 내가 처리하는 게 맞는지부터 의문을 가져볼 수도 있을 거예요. 꼭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면, 그쪽에 부탁하는 것도 일을 줄이는 한 방법이겠죠. 혹은 애초에 해당 일들을 사소하다고 생각한 것부터가 잘못된 분류였을 수도 있고요. 



이렇게 상황을 똑바로 바라보고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진단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이제 하나씩 행동에 옮겨 봐야죠. A라는 방법이 맞을지 B라는 방법이 맞을지, 그런 것들을 하나씩 행동에 옮겨가면서 이 방법이 나에게 잘 맞는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해요. 지금부터 의식적으로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마음먹으면 굉장히 번거롭게 귀찮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이 더 고통스러울지 그냥 무시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내하며 익숙해질지는 우리의 선택이에요. 어떠한 선택도 좋습니다. 다만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 불평은 하지 말자구요.


시간이 (그냥) 지난다고, 괜찮아지지는 않습니다. 


그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바꿔보고, 싸워가며 채워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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