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싶을 때, 한 번쯤 생각해보길 추천합니다.
저 사람은 진짜 용기 있어!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도 매우 용기 있는 사람들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브라운 브레네의 <마음 가면>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한 발자국 떨어져 관망하면서 잘했네 못했네 훈수를 두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고 진짜 중요한 사람은 경기장에 서 있는 투사라고요. 그러니 매일매일 삶이라는 무대에 서서 치열하게 싸우는 우리야 말로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인 거죠.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앞으로 좋은 문구는 어딘가에 꼭 적어놔야겠습니다) 그 책을 읽을 때 가장 충격받은 구절이 있었습니다. 진정한 용기란 나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용기 내볼게요"가 아니라 "실패할 걸 알지만 용기 내볼게요"라고 하는 게 진정한 용기라고 말이죠.
이 문장과 처음 마주했을 때 꽤 충격적이어서 한 동안 페이지를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실패할 걸 알지만 그럼에도 시도한다니,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뻔히 실패할 걸 알면서도 해본다던가 뻔히 탈락할 걸 알면서도 시험을 치러본 적이 있나요? 대학교 2학년 때, 힘들기로 소문난 전공 시험 3개가 같은 날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시험 준비를 하는 내내 성적이 나쁠 것 같아 아예 시험을 보지 말까 수없이 고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차라리 시험을 보지 않으면, 시험을 안 봐서 성적이 0점인 거지 공부를 했는데도 시험 성적이 나쁜 건 아니니깐요. 몸만 커서 직장을 다니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라리 안 하고 말지 뻔히 잘 안될 것 같은 일은 아예 시작도 하기 싫습니다. 그런데 뻔히 혼날 것 같은 날들이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날들이 그러하죠. 그걸 다 알면서도 우린 도망가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킵니다. 이게 용기라고 말해주는 듯해 뜻밖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억울함이, 슬픔이 목 끝까지 차올라 다 때려치우고 퇴사하고 싶은 날들이 있습니다. 모든 걸 던져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 잠시 자리를 떠나 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오늘 하루도 뻔히 고생스럽고 실망스러울 것 예상했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킨 나는 굉장히 용기 있었다고.